최근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상승이나 하락을 예단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을 둘러싼 금융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변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와 고금리 장기화 흐름도 부동산 시장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급에 대한 견해도 전문가들마다 분분하다.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혼돈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회복 흐름…저점 찍었나
최근 부동산 가격은 다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9월 2주(1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매가격지수는 0.09%가 상승한 93.8포인트를 기록했다. 매매 가격에 이어 전세 가격도 0.11% 상승세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란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을 조사 대상으로 실제 신고된 아파트의 가격 수준과 변동률을 파악해 산출한 지수다. 지수 100(2021년 6월)을 기준으로 100보다 위일 경우 가격 상승, 100보다 아래일 경우 가격 하락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주(0.07%)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0.11%→0.15%), 서울(0.11%→0.13%) 및 지방(0.02%→0.04%)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5대 광역시(0.03%→0.03%)와 세종(0.00%→0.15%), 8개도(0.03%→0.04%) 역시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특히 9월에는 주택 분양 물량도 대규모로 쏟아졌다. 9월 전국에서 아파트 3만477가구가 분양되면서 지난해보다 2배가 많은 물량이 나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물량은 지난해 보다 3배 이상에 달한다. 서울 재건축 가격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을 사실상 재건축아파트가 이끌고 있다.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1% 올라 지난해 5월(0.09%) 이후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재건축 아파트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재건축 아파트는 7월과 8월에 각각 0.12%, 0.03% 오름세를 보였다. 재건축 아파트는 통상 준공 후 30년 이상 노후된 단지이므로 거주 목적보다 재건축 이후의 새 집에 투자하는 차원에서 보유하게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아파트들이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규제 완화 효과로 인한 불안한 반등이라고 보고 있다”며 “고금리 현상과 역전세난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의 고평가 등을 감안하면 급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심각…은행 연체율 ‘최고’
부동산 상승 흐름에도 주변을 둘러싼 금융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7월 대비 6조9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구입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7조 원 규모가 증가했다. 특히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배경에는 가계의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면서다.
지난해 말 소비자들의 주택가격전망지수(CSI)는 62였지만 1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8월에 107까지 뛰었다. 올해 초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고 금리 하락을 기대한 것도 가계대출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허용했다가 가계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갑자기 중단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면 대출이 아닌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의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일본의 1993년도와 닮아 있다”며 “일본도 당시 주택 가격이 높았지만 경제가 안 좋아지면서 결국 가격이 폭락하며 부동산 침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높기 때문에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세자금대출을 DSR에 포함시키는 등의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 요인이다. 향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금융 시장에서는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저신용자들의 사용 빈도가 많은 인터넷은행에서의 연체율은 1%를 넘어섰고, 전체 가계대출에서의 신용대출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에 따르면 7월 은행 연체율은 0.39%로 전월 말(0.35%)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3%로 한 달 사이 0.01% 상승했다.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0.71%로 전월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위기설 다시 솔솔…향후 경제 변수 주목
특히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제 변수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월 첫째 주에는 주택 가격 지수와 분양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고, 서울 청약 경쟁률이 호조세를 보이는 등 부동산 시장의 청신호가 켜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반의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찍고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정부도 침체된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시장이 녹록지 않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보다 펀더멘털이 약하고 선제적 금리 인하와 환율 상승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현재 한국의 경기 둔화 신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물가 상승에 따른 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은행도 경기 둔화 우려로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한다면 한국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01.7%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한 저축은행과 캐피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도 뇌관으로 지목된다.
지난 6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PF 대출 잔액은 10조 원, 연체율은 4.61%에 달한다. 캐피털사가 중심인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의 PF 대출 잔액 역시 지난 6월 말 기준 26조 원, 연체율은 3.8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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