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세금 내는 것까지는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뭔가 일관성이라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어떤 연금은 과세하고, 어떤 건 하지 않으니 너무 헷갈리네요.”
#3 “한 해 연금을 1200만 원 넘게 받으면 종합과세 한다는데, 기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닙니까? 국민연금 수령액만 해도 1200만 원은 넘을 것 같은데.”
#4 “퇴직연금 수령액이 많으면 그것도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종합과세 하나요? 그렇다면 애써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필자는 오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는 예비 은퇴자와 이제 갓 은퇴 생활로 접어든 초보 은퇴자를 대상으로 노후 준비와 관련해 강의를 할 일이 종종 있다. 강의를 할 때마다 앞서 말한 연금과 세금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진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월급이 사라진 자리를 연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직장에서 받던 월급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연금수령액에 세금까지 뗀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고 하지만, 모든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부과하는 연금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과세 방법도 연금 종류에 따라 다르다. 연금을 수령할 때 세금을 원천징수 하고 과세를 종결하는 것도 있고, 이듬해 5월에 종합과세 신고를 해야 하는 것도 있다. 이처럼 연금에 따라 과세 여부와 방법이 다르다 보니 초보 연금생활자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혹시 내가 안 내도 될 세금을 더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금을 줄일 방법이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금을 낼 땐 내더라도 제대로 알고 내면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사실 세 부담이 커서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세금을 왜 내는지, 어떻게 내는지 몰라서 불안할 때도 많다. 몰라서 불안하고, 불안이 불만으로 바뀌는 거다. 세금에 대한 불안과 불만을 해소하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절세 전략도 세울 수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예비 은퇴자와 초보 은퇴자가 연금과 세금에 대해 궁금해하는 내용을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한다.
① 도대체 연금소득이 뭐길래
국민연금, 퇴직연금, 연금저축, 연금보험, 주택연금 등 은퇴자가 받는 연금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연금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다고 모두 연금소득으로 보고 과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연금소득이라 하는 걸까.
‘소득세’법에서는 과세 대상 소득을 크게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으로 나눈다. 퇴직소득과 양도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따로 분류해서 과세한다. 종합소득은 다시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기타소득과 연금소득으로 나뉜다. 연금소득은 종합소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무엇을 연금소득이라 하는지 살펴보자. ‘소득세’법에서는 연금소득을 공적연금소득과 사적연금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다. 공적연금소득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별정우체국연금에서 받는 연금을 말한다. 사적연금소득은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과 같은 연금계좌에서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주택연금과 연금보험은 어떻게 되는 걸까. 주택연금은 고령자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제도다. 연금이라 하지만 실질은 대출인 셈이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받는 연금은 나중에 주택을 처분해서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다. 대출금은 소득이 아니다. 따라서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연금보험은 저축성보험의 한 종류다. 저축성보험은 납입한 보험료보다 만기 때 보험금이 더 많은 보험을 말한다. 이때 납입보험료를 초과해서 받은 보험금을 보험 차익이라 한다. 보험 차익은 연금소득이 아니고 이자소득으로 보고 과세한다. 다만 보험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하는 등 요건이 충족되면 보험 차익은 과세하지 않는다.
② 공적연금소득은 전부 과세하나
공적연금소득에 대한 과세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공적연금소득이라 해서 전부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을 예로 들어보자. 국민연금 급여에는 연금 세 종류와 일시금 두 종류가 있다. 매월 지급하는 연금급여로는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이 있다. 이 중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노령연금에만 소득세를 부과하고,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은 과세하지 않는다. 일시금 급여 중에서 반환일시금에만 퇴직소득세를 부과하고, 사망일시금은 과세하지 않는다.
국민연금 급여 중 노령연금만 연금소득으로 과세하는 셈이다. 그런데 노령연금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이유를 뭘까. 소득공제 제도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 동안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소득에서 공제해서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대신 노령연금을 수령할 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득세 납부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을 ‘과세이연’이라 한다.
소득공제에 따른 과세이연을 통해 가입자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2가지다. 첫째, 보험료를 납부할 때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연금을 수령할 때 과세함으로써 소득 시기와 과세 시기를 일치시킬 수 있다. 둘째, 소득세를 절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부과할 때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높은 세율을 적용할 때 보험료를 소득공제 하고, 낮은 세율을 적용할 때 연금에 과세하면 세 부담을 덜 수 있다.
③ 보험료 소득공제 받지 않아도 과세하나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전액 소득공제 해주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1988년부터 2001년 사이에 납부한 보험료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한 해 동안 수령한 노령연금 수령액에서 2002년 1월(과세기준일) 이후 납입한 보험료에 발생한 노령연금에만 소득세를 부과한다. 그러면 과세 대상 연금소득은 어떻게 산출할까.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홍길동 씨는 1992년 1월에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2021년 12월까지 3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리고 2023년에 노령연금으로 1800만 원(월 150만 원)을 수령했다. 이 경우 홍 씨가 2023년에 받은 노령연금 중 얼마가 과세 대상일까. 과세 대상 연금소득을 산출하려면, 가입 기간 동안 홍 씨의 기준소득월액을 2023년 현재 소득으로 환산해야 하는데, 이를 ‘환산소득’이라 한다.
먼저 1992년부터 2021년까지 홍 씨의 환산소득을 전부 더해 분모에 둔다. 그리고 과세기준일(2002년 1월) 이후 환산소득을 모두 더해 분자에 둔다. 이렇게 계산한 값이 3분의 2라고 가정하자. 홍 씨는 2003년 한 해 동안 노령연금으로 1800만 원을 수령했고, 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200만 원에만 소득세를 부과한다.
④ 노령연금 수령할 때 세금은 어떻게 납부하나
노령연금 수급자는 소득세를 어떻게 납부할까. 수급자가 매번 연금을 받을 때마다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할까. 그렇다면 납세자도 국세청도 모두 번거롭지 않을까. 그래서 국민연금공단에서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소득세를 원천징수 하는 방식으로 과세한다. 그러면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노령연금 수급 개시 시기가 도래하면, 가입자는 국민연금공단에 ‘노령연금 지급청구서’와 함께 ‘연금소득자 소득세〮액공제 신고서’를 제출한다. 지급청구서에는 수급자의 인적 사항과 연금 수령 계좌,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부양가족연금 지급 대상 등을 기재한다. 소득세〮액공제 신고서에는 기본공제 대상이 되는 부양가족 현황과 경로우대공제, 장애인공제 등 추가 공제 대상이 되는지 기재한다.
국민연금공단은 가입자가 제출한 연금소득자 소득세〮액공제 신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간이세액표로 소득세를 산출한다. 그리고 노령연금을 지급할 때 소득세를 원천징수 하고 남은 금액만 지급한다. 소득세〮액공제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변경사항이 있으면 연말에 정산하면 된다. 직장인만 아니라 노령연금 수급자도 연말정산을 하는 셈이다.
연금수급자가 12월 말까지 변경사항을 공단에 신고하면, 공단은 이듬해 1월에 노령연금을 지급할 때 정산해준다. 직장인이 연말정산을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노령연금 수급자에게 다른 소득이 없거나 분리과세 되는 종합소득만 있으면 이것으로 과세가 종결된다. 하지만 분리과세 되지 않는 종합소득이 있으면 이듬해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합산해 신고해야 한다.
⑤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할 때, 어떻게 과세하나
앞서 연금저축과 IRP와 같은 연금계좌에서 수령하는 연금을 사적연금소득이라 했다. 연금계좌 적립금은 자금 원천에 따라 크게 넷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연금계좌에 이체할 수 있다. 퇴직자는 퇴직급여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고, 연금계좌에 이체할 수도 있다.
퇴직자가 일시금을 선택하면 사용자는 퇴직소득세를 징수하고 남은 금액만 지급한다. 퇴직급여를 연금계좌에 이체하겠다고 하면 세금을 떼지 않고 퇴직급여 전액을 이체해준다. 이렇게 연금계좌에 이체한 퇴직급여를 ‘이연퇴직소득’이라 한다. 이연퇴직소득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이때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이연퇴직소득 이외에도 가입자가 연금계좌에 직접 저축할 수도 있다. 가입자가 저축한 금액 중에는 세액공제를 받은 것도 있고, 받지 않은 것도 있다. 그리고 퇴직급여와 가입자가 저축한 금액을 운용해서 얻은 수익도 있다.
가입자가 연금을 개시해 달라고 하면, 금융사는 세액공제 받지 않고 저축한 금액부터 먼저 내어준다. 이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저축한 금액을 전부 인출하고 나면, 다음 순서는 이연퇴직소득을 재원으로 해서 연금을 수령할 차례다. 이때 금융사는 퇴직소득세율의 70%(11연차 이후 60%)에 해당하는 세율로 연금소득세를 징수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강감찬(60) 씨의 퇴직급여가 3억 원이고, 퇴직소득세는 3000만 원이라고 해보자. 이 경우 강 씨의 퇴직소득세율은 10%인 셈이다. 강 씨가 퇴직급여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하겠다고 하면, 사용자는 퇴직소득세 3000만 원을 원천징수 하고 남은 2억7000만 원만 강 씨에게 지급한다. 강 씨가 퇴직급여를 연금계좌로 이체하겠다고 하면, 사용자는 3억 원을 전부 이체해준다.
강 씨가 퇴직급여를 IRP계좌에 이체하고 매년 3000만 원씩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해보자. 강 씨가 연금을 개시하면 금융사는 퇴직급여 원금부터 연금으로 내어준다. 이때 퇴직소득세율(10%)의 70%에 해당하는 7% 세율로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강 씨가 첫해 3000만 원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세로 21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같은 방식으로 매년 3000만 원씩 10년 동안 연금을 수령하면서 납부한 세금을 전부 더하면 2100만 원이 된다.
⑥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을 인출할 때 세금은
퇴직급여를 일시에 수령했을 때 3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900만 원가량 세금을 절약한 셈이다. 퇴직급여 원금을 재원으로 해서 수령한 연금은 그 크기가 얼마이든 상관하지 않고 전액 분리과세 한다. 따라서 종합과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강 씨가 매년 3000만 원씩 10년 동안 연금을 수령하고 나면, 연금계좌에 이연퇴직소득은 남아 있지 않다. 다음 순서는 세액공제를 받고 저축한 금액과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할 차례다.
이때 금융사는 연금소득세(세율 3.3~5.5%)를 원천징수 한다. 금융사가 할 일은 이것으로 끝난다. 이제부터 연금수급자가 할 일이 남았다. 먼저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한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이 넘는지 살펴야 한다. 1200만 원이 넘지 않으면 과세를 종결할 수 있다. 다만 가입자가 희망하면 이듬해 5월에 해당 연금소득을 포함해서 종소세 신고를 할 수 있다. 다른 소득이 없으면 연금을 받을 때 원천징수 당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액공제를 받고 저축한 금액과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한 연금소득이 1200만 원을 넘는 경우에만 해당 연금소득을 전부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 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소득이 많은 사람은 세 부담이 늘어난다. 그렇다고 세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일은 없다. 가입자가 희망하면 종합과세 대신 분리과세(세율 16.5%)를 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적연금에 대한 분리과세 기준이 12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상향된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하면 내년에 발생할 연금소득부터 바뀐 기준이 적용된다. 연금 생활자 입장에서는 종합과세 걱정하지 않고 연금계좌에서 한 해 1500만 원까지는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