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속·증여, 무엇이 다를까
[한경 머니 기고=이나래 EY한영 세무부문 파트너] 1970년대 이후 미국으로의 이민 그리고 이민자들의 자손 증가로 재미동포 수가 크게 증가했다. 현재도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2년마다 발표하는 재외동포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시민권 및 영주권을 보유한 재미동포 수는 약 200만 명으로, 전체 재외동포 중 34%를 차지한다(일반 체류자 및 유학생은 제외).

이러한 국제적 인구 이동은 여러 국가에 걸쳐 발생하는 소득과 재산에 얽힌 세금 문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한다. 양 국가 간 국제 상속·증여와 관련된 세금 신고 및 납부 의무와 세 부담 범위에 대한 정보는 이미 상당 부분 공유되고 있으나, 막상 미국에서 재산을 차세대에 승계할 때의 절세 방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국제 상속·증여 관점이 아닌, 미국에서의 승계 방식 관점에서 ‘가족 한정 파트너십(FLP)’을 비롯해 신탁 중 많이 활용되고 있는 ‘의도적으로 결함이 있는 양도인 신탁(IDGT)’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파트너십을 통한 승계
최근 미국의 자산가들이 증여 절세 플랜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가족 한정 파트너십(Family Limited Partnership·FLP)은 승계를 고민하고 있는 자산가들에게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구조다.

FLP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부모 세대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interest) 중 일부 또는 회사의 자산을 출자해 FLP를 설립해야 한다. FLP 설립 후 FLP의 지분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General Partner·GP)’과 ‘의결권이 제한된 지분(Limited Partner·LP)’으로 구분된다.

GP 지분은 부모 세대가 보유하며 의결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의결권이 없는 LP 지분은 자녀 세대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이로써 FLP의 지분 구조는 신탁재산에 대한 경영권 및 의결권이 있는 GP 지분은 부모 세대가, 의결권이 제한된 LP 지분은 자녀 세대가 소유하면서 LP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 등 이익 배분이 가능해진다.

자녀 세대가 증여받는 LP 지분은 대개 비상장 지분인데, 일반적인 주식과 달리 매매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성과 유동성의 제약이 있다. 따라서 LP 지분은 공정시장가치(Fair Market Value·FMV)에 비해 20~40% 할인이 적용된다. 이러한 지분 가치의 할인은 단순증여와 비교했을 때, 결과적으로 절세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LP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 후에는 신탁 재산의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상속세나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는 이점을 가진다. 따라서 사업, 부동산 또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 미래의 상속세나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미국 자산가들에게 FLP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LP 지분 증여 시 할인율이 반영된 LP 지분 평가액은 미국 국세청으로부터 적정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FLP 활용을 위한 다방면의 검토와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FLP 활용은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 또는 자산을 보호하거나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의 경영상 사유가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FLP를 절세만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신탁을 통한 승계
미국 자산가들에게 주목받는 절세 플랜은 파트너십 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중에서도 ‘의도적으로 결함이 있는 양도인 신탁(Intentionally Defective Grantor Trust·IDGT)’을 활용한 방법이 최근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방법은 소득세 납부 의무와 상속·증여세 납부 의무를 분리하고 세금 부담을 낮추면서 재산을 이전하는 방식의 신탁이다.

IDGT는 취소 불가능한 신탁의 한 종류이나, 증여자인 위탁자가 신탁 설정 시 스스로를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나 권한을 의도적으로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다른 신탁들과 차별된다. 이로 인해 위탁자는 신탁재산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 납부 의무를 지니지만, 상속세 목적으로 IDGT로 이전된 재산은 위탁자 소유의 유산에서 제외돼 위탁자가 사망 시 상속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IDGT의 구조는 위탁자가 신탁에 재산을 증여 또는 매각 방식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위탁자가 IDGT에 재산을 증여할 때 연간 및 평생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증여세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산을 신탁에 매각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증여자가 증여 예정인 재산을 신탁에 매각하는 경우 위탁자는 해당 재산을 신탁에 공정시장가치(FMV)로 매각하는 것으로 본다. 반대급부로 위탁자는 연방금리로 이자를 계산하는 약속어음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매각으로 인한 차익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으며, 재산 가치가 매각 시점 가치로 ‘동결’된다. 여기서 자산 가치가 동결된다는 의미는 해당 자산의 실질 가치가 미래 증여 시점에는 상승하더라도, 당초 매각 시점의 가치로 증여된다고 보아 수증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증여자가 IDGT에 매각한 재산 가치가 약속어음에 대한 연방금리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면, 그 가치 상승분은 수증자가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증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증여와 비교했을 때, IDGT를 활용한다면 재산의 가치를 동결시킨 채로 증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종합적으로 고액자산가가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이 가치 상승 잠재력이 높은 재산을 이전할 계획이 있는 경우, IDGT는 효과적인 절세 선택지다. 이는 재산 가치를 신탁 시점에 ‘동결’시킨다는 특징 때문이다. 그러나 IDGT의 구조는 현행 세법, 개인과 재산의 상황에 따라 상당히 복잡할 수 있으므로 IDGT 또는 다른 신탁을 설정하는 것을 고려하는 경우, 해당 신탁이 올바르게 구성되고 실행된다. 관련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미국 세법 규정이 지속적으로 변경될 수 있으므로 IDGT와 같은 승계 계획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신 규정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시를 통해 앞에서 설명한 2가지 승계 방식과 단순증여의 최종 증여세 부담이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미국에서 자녀에게 증여를 진행한 A, B, C 3인을 가정해봤다. 특정 시점에 실질적으로 동일한 가치(1300만 달러)를 지닌 자산이라도, 과거 증여 방법 및 과정에 따라 최종 증여세 부담이 달라진다(아래 표 참고).
미국의 상속·증여, 무엇이 다를까
미국의 상속·증여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해 18%에서 40%의 총 12개 과세구간으로 과세되며, 증여자 기준으로 1억7000 달러(약 2200만 원)의 연간 면제 한도(annual gift tax exemption), 1292만 달러(약 170억 원)의 평생 면제 한도(lifetime exemption)의 공제 규정이 적용된다. 참고로 이 면제 한도 금액은 매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일정 금액 상향 조정되나, 2025년 말로 일몰기한이 도래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고, 이후에는 면제 한도 금액이 대폭 축소되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앞 3인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A의 자녀는 연간 면제와 평생 면제 한도 초과분인 미화 6만3000달러에 대해 누진세율로 8980달러(약 1200만 원)에 대해 증여세 납부 의무가 발생한다.
B의 자녀는 의결권이 없는 지분에 대해 약 20~35%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게 돼 면제 한도 내 금액에 대해 납부할 증여세가 없다. C의 자녀는 재산을 IDGT에 이전한 시점의 자산 가치 1000만 달러(약 132억 원)를 증여 가치로 보며, 이는 평생 면제 한도인 1292만 달러 내 금액이므로 납부할 증여세가 없게 된다.

특정 시점에 동일한 실질 가치를 지닌 자산을 증여한다고 해도, 어떤 증여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납부세액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즉, 미국에서의 상속·증여는 파트너십과 신탁 제도를 적절히 활용하면 큰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정 시점에 실질적으로 동일한 가치의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라 할지라도 파트너십과 신탁 제도를 활용한 증여 방법의 선택에 따라 세 부담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국제적인 상속과 증여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여러 국가에 걸친 재산 이전을 고려하는 자산가들에게는 개개인의 고유한 상황을 토대로 각 국가에서 적용되는 세법을 면밀히 검토해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한 사전 검토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글 이나래 EY한영 세무부문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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