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3년도 두 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올 한 해 눈길을 끌었던 상속 판례들을 소개한다.
2023년 주목할 상속 판례, '유류분·상속포기' 결론은
증여재산이 상속 개시 전 매각될 경우, 유류분 반환은?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9다222867 판결)

대법원에서 상속 개시 전에 증여재산이 처분 또는 수용된 경우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 증여재산의 가액 산정 방법에 관한 첫 판결이 선고됐다.

사건은 이랬다. 망인(피상속인)은 생전에 자녀인 피고에게 토지를 증여했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 피고가 증여받은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수용됐고, 피고는 수용보상금을 수령했다.

망인이 2014년 사망하자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했다. 원고들은 피고가 증여받은 부동산의 상속 개시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유류분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피고는 자신이 수령한 수용보상금을 기준으로 유류분을 산정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해당 사건의 쟁점은 피상속인이 생전에 증여해 유류분반환청구 대상이 된 재산이 상속 개시 전에 처분(매각) 또는 수용된 경우, 재산가액 산정 방법을 증여재산 자체를 기준으로 유류분을 산정할 것인지, 매각대금(또는 수용보상금)을 기준으로 할지였다.

대법원은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을 피상속인 사망 전에 매매, 수용 등 처분한 경우에는 이를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피상속인 사망 시까지 사이의 물가 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증여재산은 상속 개시 시기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므로, 수증자가 증여재산을 상속 개시 시까지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재산의 상속 개시 당시 시가를 증여재산의 가액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증자가 상속 개시 전에 증여재산을 처분했거나 수용된 경우 그 재산을 상속 개시 시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위의 경우와 달리 봐야 하며, 민법 문언의 해석과 유류분 제도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할 때 피상속인이 상속 개시 전에 재산을 증여해 그 재산이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된 경우,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 개시 전에 처분했거나 수용됐다면 민법 제1113조 제1항에 따라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증여재산의 가액은 증여재산의 현실 가치인 처분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상속 개시까지 사이의 물가 변동률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소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종전까지 증여 후 상속 개시 전 매각 또는 처분된 증여재산의 가액 평가 방법에 관한 법원의 입장이 엇갈리거나 뚜렷하지 않아 실무상 많은 혼선이 있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상속 개시 전 증여재산이 처분, 수용된 경우에는 그 처분대금(또는 수용보상금)을 기준으로 처분(수용) 당시부터 상속 개시까지의 물가 변동률을 반영해 유류분을 산정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배우자와 자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상속인은 누구?
(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망인 A의 채권자 B는 A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해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A가 사망하자 망인의 배우자 C는 한정승인을 했고, 자녀들은 모두 상속포기를 했다. A의 채권자 B는 A의 배우자 외에도 손자녀들 역시 A의 공동상속인이라고 주장하면서 A의 배우자와 손자녀를 상대로 확정판결에 관한 승계집행문 부여 신청을 해 배우자와 손자녀들을 상대로 강제집행을 하려고 했다. 이에 망인의 손자녀들은 망인의 배우자만 상속인이고, 손자녀들을 상속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승계집행문 부여에 이의를 신청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지,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되는지 여부였다.
종래 판례 중에는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① 배우자는 상속인 중 한 사람이고 다른 혈족 상속인과 법률상 지위에서 차이가 없고 ②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이와 같은 당사자들의 기대나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법 감정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상속에 관한 입법례와 민법의 입법 연혁, 민법 조문의 문언 및 체계적·논리적 해석, 채무상속에서 상속포기자의 의사, 실무상 문제 등을 종합해보면,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취지의 종래 판례는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양 변호사는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채무 초과 상태인 경우에는 채무를 부담할 상속인이 누가 되는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종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인인 경우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해도 어린 손자녀들까지 공동상속인으로 남게 되기 때문에, 자녀들 외에도 손자녀들까지도 상속 개시 후 3개월 내에 상속포기를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으로서는 손자녀까지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해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런 경우에는 어린 손자녀가 상속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번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종례 판결이 변경돼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상속인인 경우 자녀들만 상속포기를 해도 더 이상 어린 손자녀들까지 상속채무를 부담할 위험은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