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밀린 숙제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은퇴 이후 노후 플랜은 ‘밀린 숙제’가 되고 맙니다. 마치 기말고사를 앞두고 제출했어야 할 리포트와 시험 준비를 하나도 해 놓지 못한 절체절명의 상황인 겁니다.

국민연금과 마주한 정부와 국민들의 불안감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고령화와 노동생산인구의 감소로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이슈가 하루가 멀다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확실한 대안 마련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니까요.

우리나라에 국민연금이 도입된 건 서울 올림픽이 치러졌던 1988년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경우 가입 기간이 40년일 때 기준으로 소득대체율(가입자의 생애 평균 소득에서 연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정하는데 국민연금 도입 당시에는 소득대체율이 70%로 설계됐습니다. 이후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로 줄어들 예정이고, 연금 개시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났죠.

가장 큰 문제는 현행대로 보험료율이 진행됐을 때 2055년 전후로 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35년간 국민연금제도를 운영해 왔음에도 향후 30년 이후 기금 운영 상황은 결코 장담할 수 없다니 더 이상 연금 개혁의 숙제를 미룰 이유는 없겠죠.

정부에서도 연금 개혁을 심도 높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20일 내놓은 ‘2023 국민연금 재정계산 국민연금제도 개선 방향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보험료율, 연금 지급 개시 연령, 기금 투자 수익률 등 3가지 변수에 대해 24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본 방향은 ‘더 많이 받는(소득대체율 상향)’ 시나리오보다는 ‘더 많이 내고(보험료율 인상), 더 늦게 받는(지급 개시 시점 후향)’ 쪽으로 얼개를 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에는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 입법 절차 등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연금 개시 연령을 뒤로 늦추려면 정년 연장 등의 보완 조치도 함께 고민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상당수 노령인구가 무직의 상황에서 연금 혜택을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지난 9월 프랑스를 뜨겁게 달궜던 연금 개혁과 관련된 대대적인 시위 역시 ‘정년 연장’이 이슈였습니다. 현행 62세 정년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려 64세로 올리는 방안을 프랑스 정부에서 내놓자 상당수 국민이 64세까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년만 늘려 국민들을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며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를 겪었죠.

한경 머니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11월 빅 스토리 ‘세계는 지금 연금전쟁 중, 한국의 해법은’에서 이같이 밀린 숙제들을 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한국의 연금 개혁 상황과 과제는 물론 기자들이 프랑스, 독일, 스웨덴, 캐나다 등 해외 현지를 직접 취재해 연금 개혁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한 열쇠들을 모아본 겁니다.

더불어 급속한 고령화와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점차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속·증여의 숙제도 풀어봤습니다. 한경 머니는 스페셜 ‘2023 대한민국 베스트 상속·증여팀’ 설문 특집을 통해 골치 아픈 상속의 현안들을 풀어줄 국내 최고의 상속·증여팀과 전문가들을 엄선해 그 면면을 상세히 소개해 드립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