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스웨덴, 연금복지 선진화 비결은
스웨덴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는 타이틀만큼이나 연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와 ‘국민의 집’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을 대표하는 이념이다. 이상적인 형태의 연금복지 체계를 갖추고 있는 스웨덴을 방문했다.
[글·사진 = 이미경 기자]

연금복지 천국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은 세계 3위 안에 드는 초고령사회이다. 스웨덴의 노인 인구 비중은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고령화 추세가 뚜렷하지만 스웨덴의 연금복지는 안정적이면서 견고하다. 스웨덴 국민이라면 연금 외에도 주택보조금, 의료비, 학비 등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

스웨덴의 이념인 ‘국민의 집’을 토대로 만들어진 연금 제도는 1998년 전체적인 개편이 있었던 때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흔들림 없는 연금정책을 이어 오고 있다.

올레 세테그렌 연금청 연구개발책임자는 “스웨덴의 연금의 목표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며 “과거 연금 개혁 당시에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연금액을 사전에 정해 놓은 후 분배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그러한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스웨덴 연금 제도의 기본 틀은 현역 세대가 부담할 연금액이 커지거나 국고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하면서 제도를 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스웨덴 경제 상황이 악화됐고, 난민들의 유입으로 국가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스웨덴의 집권당인 온건당(우파연합)에서는 연금 증액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스웨덴 국민들의 연금 증액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개혁] 스웨덴, 연금복지 선진화 비결은
스웨덴, 20년 전 과감한 연금 개혁…은퇴 생활자 만족 높아

스웨덴의 은퇴 생활자들의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남쪽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미카엘 욘손(63) 씨는 재작년 퇴직한 후 올해부터 월 소득의 50% 이상을 연금으로 받고 있다. 그는 40여 년간 스웨덴 국방성 소속 대령으로 근무했다.

퇴직후 올해부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을 함께 받고 있다. 욘손 씨는 “2년전 은퇴하고 올해부터 두 군데에서 연금을 받고 있는데 매우 만족한다”며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액수”라고 했다.

최근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주변의 국가들이 연금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이미 스웨덴은 20년 전에 연금 개혁의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가장 안정적이면서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춰 놓은 상태다. 이처럼 스웨덴이 안정적인 연금 시스템을 빨리 안착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스웨덴 정부는 1913년에 공적연금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뒤 보편적 복지 체계에 기틀을 만들었다. 1990년대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연금복지의 전면적 개편을 시행했다.

이른바 ‘덜 내고 더 받는’ 확정급여(DB)형에서 ‘낸 만큼 돌려받는’ 명목확정기여(NDC)형으로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스웨덴의 과거 연금 제도는 DB형 연금으로 운영이 됐다. 이는 현역 세대가 납부하는 연금보험료와 연금기금의 운용수익으로 은퇴한 세대에게 필요한 연금을 조달하는 부과 방식이었다.

이때 가입 기간 중 소득이 가장 높았던 15년간 평균 소득의 60%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급여 수준에 따라 연금액의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여파와 고령화사회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스웨덴 정부는 1998년 연금 관련법 개정을 통한 새로운 연금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NDC형은 전체 연 수입의 18.5% 가운데 16%는 국가의 연금기금에 귀속되고 나머지 2.5%가 자기 계정에 쌓이는 방식이다. 이른바 확정기여(DC)방식으로 개인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이 연금 수급 금액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소득에 따라 연금보험료 규모가 달라진다.

소득에 비례한 부과 방식 시스템은 자신이 근로 기간에 납부한 연금보험료가 은퇴한 이후에 본인의 연금 수급액이 되는 방식이다. 이 때 기초연금도 전면 폐지됐는데 대신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최저 보장을 위한 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면서 연금으로부터 소외되는 부분이 없도록 제도적 개선이 함께 이뤄졌다.

이때 바뀐 소득 비례 부과 방식은 국가의 부담을 과감히 줄이고 은퇴자들도 자신의 연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금개혁] 스웨덴, 연금복지 선진화 비결은
스웨덴 연금 시스템 개선위한 쟁점은

스웨덴 정부가 신속한 추진력으로 전면적 구조 개혁을 단행한 결과 현재 스웨덴의 연금 시스템은 매우 성공적인 연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에 빠르게 진입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고 있지만 연금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스웨덴의 연금 제도는 공적연금(국민연금+보증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3층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국민연금은 스웨덴 근로자들이 의무로 가입하는 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연금(16%)과 수익연금(2.5%)으로 총 임금의 18.5%를 연기금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소득의 수준에 따라 최대 연금 50% 이상의 기여도가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 근로자들의 연금 기여도는 18.5%다. 이에 현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연금제도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샬롯트 헬게 TCO 사회정책책임자는 “스웨덴의 연금 시스템이 잘 되어있지만 앞으로도 경기 악화나 고령화 이슈에도 지속가능하려면 조정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요아킴 팔메 웁살라대 사회정치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연금 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연금에 대한 기여도가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연금에 투자하는 소득의 일정 부분의 기여도를 지금의 18.5%보다 높여야 한다는 강조했다.

팔메 교수는 “지난 선거 때 정치인들이 기초연금을 올려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했는데 그런 방식의 연금 방식은 앞으로 연금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평균 수명이 증가하게 되면 연금 받는 기간도 자연히 길어지는데 현재 18.5% 정도의 연금 기여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레나 오르파나 TCO 연금정책책임자는 “임금에 따라 최대 52% 정도의 세금을 내기도 하지만 복지가 잘되기 위해선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스웨덴 공적연금의 1인당 평균 월지급액은 4년 전보다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1인당 연금 월지급액은 1만4348크로나(한화 174만원)였다. 이는 2년전(1만3073크로나)보다 증가 폭이 커진 것이다. 매월 받는 연금의 월지급액이 늘어나려면 은퇴 나이를 추후로 조정하거나 연금을 받으면서 일을 해야한다. 많은 스웨덴 은퇴자들이 연금 생활자이면서 임금생활자의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미카엘 욘손 씨도 “올해부터 연금을 받고 있지만 계약직 근무를 병행하면서 임금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65세까지 2년 더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에서는 보통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65세로 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61세가 지나면 수급 개시 연령을 지정할 수 있고, 63세부터 수급이 가능하다. 스웨덴에서 정하고 있는 은퇴 나이는 67세이며, 이후에도 일을 하고자 하면 사업주는 받아들여야한다.

최근 스웨덴에서는 은퇴 나이를 68세로 늦추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물론 본인이 원하면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은퇴 나이는 앞으로 더 늦춰질 전망이다. 또 연금을 받으려면 근로 기간을 40년 이상으로 정한 것도 노동 시장의 참여도를 높이는 유인책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샬롯트 헬게 사회정책책임자는 “스웨덴이 연금 제도를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것은 오래 일할수록 연금을 많이 받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거엔 15년만 일해도 연금을 받았지만 연금을 받으려면 40여년간의 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연금을 지급 받는 연령대가 더 높아지고 은퇴 나이를 늦추고 일을 더 오래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스웨덴인들은 연금 제도가 오랜 기간 동안 사회적 합의에 위해 만들어진 만큼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거나 고령화라는 변수에도 지금의 연금 제도가 붕괴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금개혁] 스웨덴, 연금복지 선진화 비결은
스웨덴이 연금 개혁 당시에 도입한 ‘자동재정균형장치’는 기대수명이 늘수록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낸 만큼 받는다’ 구조는 연금 급여 예정액을 계산할 때 미래의 실질임금률이 변화하거나 평균수명이 늘어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불균형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웨덴은 이러한 불균형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자동적 수지 균형 메커니즘이라는 연금납부액과 급여액의 불균형을 자동적으로 시정하는 메커니즘인 ‘자동재정균형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이 장치는 연기금의 자산총액이 은퇴 세대에 대한 연금 급여 예정 총액보다 부족할 경우 부족분을 연금 급여의 예정 총액에 연동해 연금 급여 예정 총액을 자동적으로 감액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올레 세테그렌 연구개발 책임자는 “스웨덴 연금 제도는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음에도 간혹 이해상충이 일어나거나 비효율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며 “이 부분을 간편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귀뜸했다.

이어 “퇴직자들이 40년간 일을 해서 연금을 받더라도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받는 기초연금과 주택보조금을 합치면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런 경우엔 연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일을 하고자 하는 동력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니 인터뷰>

스웨덴의 연금 시스템이 세계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현재 연금 제도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신뢰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실제 스웨덴인들의 현재 연금 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실제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은퇴자와 사무직 근로자들을 대변하는 노동조합 TCO, 연금청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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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욘손 전 스웨덴 국방성 대령 인터뷰>


현재 퇴직하고 연금을 받고 있는데 연금 생활자로서 만족도는 어떤가.

“40년간 장교로 재직했고, 61세에 정년퇴직했다. 현재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을 함께 받고 있어서 현재 연금 수준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은 공식 퇴직 연령을 점점 늦추고 있는 추세다. 스웨덴 직장인들의 은퇴 나이는 67세인데 저의 경우 군인으로 오랜기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은퇴연령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빠른 편이다. 최근 정부에서 은퇴 나이를 68세까지 올리려고 하고 있다. 연금은 63세부터 받을 수 있는데 연금을 더 많이 받으려면 최대한 은퇴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본인이 원하면 69세까지 일을 할 수 있다. 올해 연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계약직으로 고용돼 임금을 받고 있고, 앞으로 65세까지 일할 계획이다. 65세 이후에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여행을 다니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

스웨덴 연금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웨덴의 연금 제도는 상당히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스웨덴의 연금은 경제가 안 좋을 때 줄어들고, 경제가 좋아지면 연금액도 불어나는 형태로 만들어져있다. 최근 정부는 연금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더욱 일을 많이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일을 해야 세금도 내고 나라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최근 스웨덴의 출산율이 많이 떨어지면서 스웨덴에도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보통 의료나 교육에 대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젊은 사람들이 집을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 거주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웨덴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은퇴 나이를 늦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선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금개혁] 스웨덴, 연금복지 선진화 비결은
<올레 세테그렌 연금청 연구개발책임자 인터뷰>


스웨덴 연금은 어떤 목표 아래 운영되고 있나.

”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스웨덴의 연금 재정은 매우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금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여러 목표가 있고 원칙이 있다. 우선 연금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하는 것과 돈을 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돈을 지급해야 하는 2가지 목표가 있는데 이러한 목표들은 간혹 이해가 상충된다고 할 수 있다. 연금청에서의 역할은 이해 상충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스웨덴의 연금 제도가 어떤 방향성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보는가.

“최근 스웨덴에서는 연금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자주 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연금을 더 많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연금청에서는 정치인들의 주장과 다르게 여러 원칙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있어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연금청의 견해를 정치권에 제안하고 있지만 그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연금개혁] 스웨덴, 연금복지 선진화 비결은
<헬게 TCO 사회정책책임자(사진 왼쪽), 레나 오르파나TCO 연금정책책임자 (사진 오른쪽) 인터뷰>


근로자들은 은퇴 이후에 어느 정도의 연금을 기대하고 있나.

“최근 연금 제도는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늘면서 오래 일할수록 연금을 많이 받는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예를 들어 60세는 국민연금으로 전체 소득의 50% 정도를 받고, 66세면 53%, 67세면 57%에 달한다. 일을 더하면 할수록 연금도 조금씩 늘어나는 구조다. 근로자들이 연금을 더 받고 싶으면 좀 더 오랫동안 일하면서 기여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근로자들이 느끼기에 연금에 대한 기여도는 어느정도로 보고 있나.

“현재 근로자들이 내고 있는 세금은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연금의 질이 좋으려면 연금에 대한 기여도를 더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임금이 5만 크로나(한화 599만원)이면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평균 32%의 세금을 낸다. 또 5만 크로나가 넘으면 국가에 내는 비중은 20%가 추가돼서 52% 정도를 내야한다. 또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지고 경력이 길어질수록 세금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연금복지 향상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스웨덴(스톡홀름)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