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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액자산가,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로 잰걸음
[한경 머니 기고=빈센트 업라이즈 MFO(Multi-Family Office) 총괄]부자 그룹 내 자산 기준 상위 1%에 해당하는 초고액자산가(Ultra-HIGH Net Worth Individual·UHNWI)들이 2024년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국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향한 부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부자 그룹 내에서도 부자들이 모방하고 싶은 ‘찐부자(진짜 부자)’들이 있다. 소위 부자 그룹 내 자산 기준 상위 1%에 해당하는 초고액자산가들이다. 초고액자산가들의 투자는 신중하다.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 해도 위험에 보수적이다. 다만 다년간 이어졌던 큰 틀의 변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에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기도 한다. 2024년을 앞두고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30년간 이어졌던 캐리 트레이드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중앙은행(BOJ)과 중국 인민은행(PBoC)의 상반된 통화정책 기대로 조달 통화가 엔화에서 위안화로 바뀌려고 한다. 2024년은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의 서막을 알리는 원년이 될 것이다.

캐리 트레이드 투자 여건 충분
캐리 트레이드는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조달 통화로 엔화가 사용되고 운용은 브라질, 터키 등 고금리 국채다. 가끔 투자 대상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차익 거래와 혼용되기도 하지만 둘은 엄연하게 다른 전략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서로 다른 자산의 금리 차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차익 거래는 같은 자산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다.

캐리 트레이드는 정보의 접근성이 빨라야 한다. 상당한 헤지 비용도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의 전유물로 치부됐다. 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들은 많은 자금을 운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보의 접근성이 좋고 이는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 제고로 연결된다.

코로나19 위기를 지나면서 철옹성 같던 기관의 지위가 초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FO)로 넘어가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들은 기존 기관투자가들과 마찬가지로 증권사 외환(FX) 마진 거래를 통해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연이어 금리 인상을 이어 가고 있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막대한 재정 집행으로 금융 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친다. 여전히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지기 위한 여건은 충분하다.

그동안 캐리 트레이드의 투자 대상은 상이했지만, 조달 통화는 대부분 일본 엔화였다. 캐리 트레이드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유로화 캐리 트레이드, 엔화 캐리 트레이드 등 조달 통화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지만 사실상 엔 캐리 트레이드가 캐리 트레이드 전략의 고유명사처럼 쓰였다. 그만큼 조달 통화로서 엔화의 속성은 안정적이었다.

엔화가 조달 통화로서 자리매김한 이면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즉, 디플레이션 경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정책 공조를 이어 오고 있다. 막대한 재정정책과 함께 일본 중앙은행은 2016년부터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저리로 자금을 차입하는 조달 통화로서 유인이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캐리 트레이드’라고 하면 대부분 엔화 조달인 ‘엔 캐리 트레이드’를 떠올리게 된 배경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철옹성 같던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수년간 지속되던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가 종료를 앞두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의 청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신흥 시장 국가에서의 자금 이탈을 자극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이번 글에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에 가능성을 타진하는 정도로 갈음한다.

과거 일본 중앙은행이 단행했던 정책 향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중앙은행이 있다. 바로 중국 인민은행이다. 30년 전 일본이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던 것처럼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고소득 국가로 한 단계 올라설지, 혹은 저소득 국가로 후퇴할지 시험대에 놓였다(중진국 함정의 기로). 과거 8%대 성장을 보이던 경제성장률은 절반인 4%대로 하락했다. 중국 경제를 이끌던 부동산 투자 중심의 성장 정책도 작금의 지방정부와 기업 부채 등을 감안하면 여의치 않다.

과거 일본의 사례로부터 유추해보면 중국 인민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코로나19 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리 인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를 연속적으로 단행했다.
초고액자산가,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로 잰걸음
캐리 트레이드 고유명사, 엔화에서 위안화로
장기화로 접어든 미·중 간 패권 경쟁으로 중국의 중진국 함정의 기로는 적어도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 캐리 트레이드로서의 조달 통화가 엔화에서 위안화로 바뀔 유인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중국 또한 위안화의 국제화를 목표로 2009년부터 금융 시장 개방과 자유화 조치를 더욱 확대 실시하며 캐리 트레이드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위안화의 역외시장 거래를 확대하면서 세계 각국이 위안화 직거래 시장에서 거래를 확대할 수 있게 위안화 적격 외국인투자자(RQFII)의 승인 한도를 낮춘 것이 시작이다.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국제은행 결제망(SWIFT) 배제 등의 금융 제재를 가함에 따라 러시아, 남미 등 미국의 비동맹국을 중심으로 탈달러화(de-dollarisation) 추세가 이어지며 위안화 사용 확대의 움직임을 보인다.

국의 금융 시장 개방과 자유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상황에서 위안화를 사용한 무역 결제 및 투자는 확대되고 있다. 2023년도 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또한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허용 계획을 발표했고, 달러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불가리아 정부도 5월 위안화 사용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러·우 전쟁과 미·중 무역분쟁 및 자본시장 개방 확대에 힘입어 올해 6월 기준 중국의 국경 간 결제에서의 위안화 비중은 약 50%로 처음으로 달러화를 넘어서며 캐리 트레이드의 고유명사는 엔화에서 위안화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 차원에서 부자들의 선택이 중국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전략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2024년은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가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글 빈센트 업라이즈 MFO(Multi-Family Office) 총괄

빈센트 총괄은...
빅데이터 이코노미스트로 활동 중이며, 금융 스타트업 ㈜업라이즈에서 MFO(Multi Family Office) 사업을 총괄한다. 지역과 세대를 막론하고 부를 갈망하는 고객들과 함께 부를 만들고 유지하고 올바르게 대물림할 수 있도록 맞춤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부의 여정에 동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