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법률은 이러한 사정을 각각 ‘특별수익’과 ‘기여분’이라고 하면서, 법정상속분을 조정하는 도구로 삼고 있다. 그 결과 다른 상속인들보다 생전 증여를 많이 받아 특별수익을 한 상속인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보다 적게 하고, 다른 상속인들보다 피상속인을 위해 더 헌신해 기여분이 인정받은 상속인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보다 늘어나게 한다.
특별수익 vs 기여분
특별수익과 기여분의 예를 들자면, “너는 젊을 때 사업자금을 지원받지 않았느냐”, “나는 결혼할 때 받은 것이 없는데 너는 부모님이 아파트를 마련해주지 않았느냐” 등이 특별수익에 대한 주장이라면, “내가 아버지 곁에서 매일 밥과 반찬을 해서 나르고 용돈을 드릴 때, 너는 미국에 가서 살면서 20년 동안 아버지를 몇 번이나 찾아 왔느냐”, “어머니가 암 수술을 받고 입원했을 때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치료비를 부담한 사람이 나 외에 누가 있느냐” 하는 것들이 기여분에 관한 주장이다. 이에 대한 상속인들 사이의 인식과 기억의 차이가 가족들 사이에 유산 분쟁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흔히 ‘특별수익’에 대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특별수익에 계산되는 생전 증여가 피상속인 사망 전 10년 이내의 것으로 제한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상속세, 증여세와 같은 세금을 계산할 때 고려되는 생전 증여의 범위는 피상속인의 사망 전 10년 이내의 것으로 한정되기도 하지만, 특별수익으로 계산되는 증여는 그 시기의 제한 없이, 즉 10년보다 훨씬 전의 것도 포함된다. 어릴 적 “오빠 도시락에만 싸준 계란 프라이”도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는 특별수익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생전에 어떤 상속인에게 무언가를 주었다고 해서, 그 모두가 특별수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의 생전 재산과 수입 규모, 생활수준, 가정 상황 그리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그 생전 증여가 장차 그 상속인에게 돌아갈 상속재산의 몫을 미리 주는 것으로 평가될 정도가 돼야만 특별수익이 된다.
그래서 용돈, 생활비와 같이 자녀들에게 반복적, 규칙적으로 주는 것이나, 부양이나 양육, 치료를 위해서 주는 돈은 상속재산을 미리 주는 것이 아니어서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결혼을 위한 혼수, 예물, 주거용 부동산, 사업자금을 주는 것은 특별수익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의 교육비를 주는 것은 특별수익에 해당되지 않지만, 그 범위를 뛰어넘는 유학 비용은 경우에 따라 특별수익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별수익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그러면 상속인이 여럿 있는 경우 모든 상속인에게 특별수익은 같은 의미가 되는 것일까. 법원은 상속인 중에서 특히 배우자의 특별수익에 대해서 10여 년 전에 의미 있는 판결을 한 적이 있다. 남편과 사이에 딸과 아들을 두고 43년 넘게 살아온 부인이, 남편 사망 7년 전에 함께 살고 있던 주택과 토지를 남편으로부터 증여받았다. 남편 사망 후 자녀들은 그 주택과 토지가 특별수익에 해당하고 그 때문에 자신들이 상속할 것이 없게 됐으니, 어머니를 상대로 자신들의 몫을 내놓으라고 유류분반환청구를 했다.
상속분 중에서 유언이나 생전 증여로도 침해할 수 없도록 상속인에게 보장된 일정 부분을 ‘유류분(遺留分)’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의 유류분이 침해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별수익 금액을 그 계산에 고려하기 때문에, 부인이 받은 주택과 토지도 특별수익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생전 증여에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또는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면 특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돼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왔다면 이를 특별수익이라고 보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부인은 자녀들에게 남편으로부터 받은 토지와 주택을 유류분으로 반환하지 않아도 됐다. 이처럼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배우자의 상속권을 좀 더 강화하고 보완하려고 하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는 이러한 판단 경향을 배우자가 아닌 다른 상속인, 예컨대 자녀들에게도 확장하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특별수익 제외 판단 시 고려 요소는
피상속인 A(1913년생·여자)는 생전에 5명의 자녀 중 둘째 딸인 B에게 토지 2필지를 증여했다. A의 나머지 자녀들은 장성하자마자 모두 A를 떠났고 그 후로 전혀 교류가 없었던 반면, B는 어머니인 A가 72세부터 107세로 사망할 때까지 34년 동안 함께 동거하면서 생활비를 부담했다. 뿐만 아니라 A가 뇌경색 등으로 305회에 걸쳐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을 때마다 동행했으며, 1억2000만 원가량의 치료비도 홀로 부담했다.
한편 B는 50여 년 전 A의 남편이자 B의 아버지인 C가 빚을 많이 져서 A와 C 사이에 부부싸움이 잦아지는 등 갈등이 깊어지자 그 빚을 대신 갚아주었다. A는 그때 B가 대신 갚아준 C의 채무를 B에게 돌려주지 못한 것이 평생 한이 됐다고 하면서, 그 빚 대신 토지 2필지를 B에게 주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주위 사람들에게 밝혀 왔다. 그런데 A가 사망한 후에 B가 그 토지들을 증여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나머지 자녀들은 분개하면서 B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B가 증여받은 토지들을 특별수익으로 보아 다른 상속인들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을까.
대법원은 앞서 본 배우자의 경우와 비슷한 논리로 B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이 유지 또는 증가하는 데 특별히 기여했고,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면, 그 생전 증여는 특별수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상속인의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되는 요소를 제시했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당사자들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의 개인적 유대관계, 상속인의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 생전 증여 목적물의 종류 및 가액과 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생전 증여 당시의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등이 고려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피상속인 A의 뜻이나 상속인 B의 A에 대한 기여·부양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A가 B에게 토지를 증여한 것은 A의 특별한 기여나 부양에 대한 대가의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A가 특별수익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상속인 중 배우자로서 함께 오래 부부생활을 했거나, 피상속인을 돌보거나 상속재산의 유지, 증가에 기여가 있는 상속인의 특별수익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태도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불공평을 어느 정도 보완하고,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서 제외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은 아직 설정돼 있지 않다. 특별수익에 해당되는지, 어느 범위에서 인정될 것인지는 상당 부분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생전 증여가 오래전에 이루어진 경우 심증은 있을지언정 물증이 부족하기 쉽고, 가족 사이의 부양이나 재산적 기여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더욱 판단이 어렵다.
따라서 자신이 받은 생전 증여가 피상속인의 기여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상속분을 계산할 때 제외해 달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받아들여진다고 할 수 없다. 생전에 자산 승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혹시 있을지 모를 상속 분쟁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려면,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 기준이 정립돼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명확하게 정해질 필요가 있다.
글 김성우 법무법인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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