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생활기록부3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있는 지역을 탐방하는 것이죠. 생생한 현장을 전달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서울 최대 재개발사업지인 용산구 한남동에 다녀왔습니다. 유튜브 집코노미 채널과 한국경제TV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3]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과거부터 정재계 인사 및 기업인들이 사는 곳인 데다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 등 고급 아파트가 위치한 국내 대표 부촌이죠. 게다가 서울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인 한남뉴타운이 있습니다. 뉴타운 지정 20여 년 만에 최근 정비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남뉴타운이라 부르는 곳이 용산구 한남동과 보광동, 이태원동, 동빙고동 일대 5개 구역입니다. 109만909m2(33만 평)를 재개발해 1만2000여 가구가 들어옵니다. 서울의 중심일뿐 아니라 한남대교만 건너면 강남입니다. 한강과 남산, 용산공원에 둘러싸였죠. 국제업무지구를 비롯해 용산공원, 유엔사 부지 개발 등 주변 개발사업 규모가 매머드급입니다.
단점도 있어요. 동네 자체가 언덕투성이입니다. 남산 때문에 높이 규제가 있어서 초고층으로는 짓지 못하고 옆으로 빽빽하게 지어야 합니다. 대중교통도 애매해요. 지하철이 관통하지 않고, 6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외곽을 지나가는데 메인 노선은 아니죠. 일부 구역은 중소형 위주입니다.
이런 알짜배기 땅이 오랫동안 개발이 왜 안 됐을까요. 뉴타운으로 지정된 게 2003년이었습니다. 이후 지정계획이 수립되고 달려 나가던 차에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타이밍도 놓쳤고요. 입지와 사업성이 뛰어나다 보니 지분쪼개기 같은 이해충돌과 걸림돌도 많았습니다. 여기가 사실상 용산 개발의 핵심 축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입장에서는 빨리 진행해야 하죠.
[임장생활기록부3]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이주 시작한 대장 3구역
3구역입니다. 가장 넓어요. 규모나 체급, 위치, 상징성 등 모든 면에서 대장입니다. 동네도 한남동이에요. 5816가구 들어오고, 최고층은 22층, 2029년 입주 목표입니다. 시공사는 현대건설이에요. 언덕들이 엄청나서 단차를 이용해 계단식으로 짓게 됩니다. 도로, 공원, 공공청사, 사회복지시설, 학교 등의 공공시설도 예정돼 있어요. 사실 사업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진행 속도도 가장 빠릅니다. 올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한창 이주 중입니다.
이주비만 2조 원이 넘어요. 국내 정비사업 이주비 중 최고입니다. 상가 세입자 손실 보상 절차와 이주 규모 등을 감안해 이주 기간은 2년 걸릴 것으로 용산구는 추정하고 있어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따르면 재개발 구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가구원 수에 따라 월가계지출비의 4개월분을 주거이전비로 지급받습니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이사비로 불리는 동산이전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거액의 이주비가 풀리면 주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게 됩니다. 이미 전세 및 매매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남뉴타운에서 나오는 첫 단지이기 때문에 3구역 시세 형성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합원 예상 분양가는 66m2(20평)대가 10억 원대 초반, 99m2(30평)대가 15억 원대이고, 프리미엄은 8억 원 수준입니다. 79m2(24평) 신청하면 18억 원 선인 거죠.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조합원 3800여 명 중 200명 넘는 인원이 현금청산 대상이거든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받은 사람은 앞으로 5년간 재당첨 금지입니다. 그래서 지금 관련 소송 중이에요. 게다가 4구역과 맞닿은 구간이 지반이 낮아서 침수 우려가 있어요. 하지만 지반고를 높이면 고도 제한 때문에 일반물량이 줄어듭니다. 이 이슈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다행히 사업성 변경 없게끔 정리됐습니다.

한강 조망 5구역 ‘180도 변신’
동빙고동인 5구역은 인기가 꽤 많습니다. 최고층은 23층 예상합니다. 5구역을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 많아요. 한강을 접한 면적이 가장 넓어요. 한강 조망 가구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입지도 괜찮아요. 한강공원 앞인 데다 용산공원과도 연결됩니다. 옆 동네가 동부이촌동입니다. 전통 부촌인 동부이촌동과 연결되는 부촌 벨트를 이을 수 있는 거죠.
한남뉴타운 중 평지 비율이 가장 높은 구역입니다. 이 언덕투성이 동네에선 꽤 큰 장점인 거죠. 게다가 132m2(40평) 이상 중대형 평형 비율이 60% 이상이에요. 사업성도 우수하죠.
건축심의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5구역의 골칫거리는 보광변전소였어요. 변전소 이전 문제 때문에 지지부진했는데, 조합이 한국전력공사와 '보광변전소 지하이전 및 송전선로 지중화' 협약을 체결하면서 조합이 이전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변전소 자리엔 공원을 짓게 됩니다.
지하철역이 멀고 대중교통이 좀 불편합니다. 하지만 신분당선이 연장되면 동빙고역에서 한 번 서는데, 5구역 바로 뒤입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아지는 거죠. 정비사업을 통해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하게 될 곳입니다.
[임장생활기록부3]22층 아파트로 빼곡해질 입지 끝판왕
작지만 알짜 2구역 ‘갈등’
2구역은 한남서밋 1538가구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사실 규모는 한남뉴타운 중 가장 작습니다. 하지만 조합원 수가 적어서 사업 속도를 내기에 유리해요. 실제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고, 3구역 다음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상가 빼고 재개발 진행하기로 했어요.
한남뉴타운 내 유일한 초품아예요. 보광초가 있습니다. 유엔사터도 가까워요. 이태원역 역세권 입지예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어요. 한강 조망이 안 되는 구역입니다. 그래서 다른 구역에 비해 선호도가 좀 떨어지긴 해요. 구역 내 이슬람사원도 있어요.
최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빚었습니다. 애초 시공사 선정 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당시 대우 측에선 “원래 14층 높이로 지어야 하는데 우리는 21층까지 지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어요. 21층이 118m거든요. 그래서 ‘118프로젝트’라고 내세웠습니다.
당연히 조합은 대우를 골랐죠.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고도 제한을 풀기로 하면서 한남은 제외했어요. 여기 건폐율이 높아서 기존처럼 14층으로 하라는 말이죠. 조합은 “사기당한 것 아니냐”며 난리가 났죠. 결국 재신임 투표를 했고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어요. 대우건설 대표까지 나서서 “내 이름 걸고 서울시 설득하겠다”며 매달렸거든요.

사업성 높은 4구역…재도전 1구역
4구역은 마지막 퍼즐로 꼽힙니다. 사업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거든요. 일반분양 비율이 높습니다. 한강과 맞닿아 있어서 일부 동은 한강 조망이 가능합니다. 강변북로에 인접해 시내 교통이 편리합니다. 위치가 괜찮아요.
단점도 있어요. 지반이 낮아서 상습 침수 구역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지반고 상향을 요청해 왔고 최근 4m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상가 비율이 높아서 잘 풀어 가야 합니다. 건축심의를 통과 못했습니다. 4구역은 신분당선 연장시 보광역이 생기는지가 중요합니다. 구역 내 신동아 아파트는 전면 재개발하기로 했어요.
1구역도 사연이 많은데요. 이태원역 초역세권이라 입지가 아주 좋아요. 하지만 상가에 발목을 잡혔어요. 상가 반대로 2018년 뉴타운이 해제됐거든요. 상권은 아주 잘되는데, 주거지는 슬럼화된 거죠. 그래서 최근 신통기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성이 뛰어나서 전망이 밝습니다.

글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 이문규·조희재 PD·박하영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