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실버 요양 산업의 길을 찾다
장권영 보스턴컨설팅그룹(BCG) MD파트너
“보험사 요양 산업 활성화 위해 규제 완화 필요”
[스페셜]장권영 BCG MD파트너 “한국 요양 산업 낙후...규제 완화 필요”
“보험사들의 요양 산업 진출은 장기적으로 미래 신사업의 돌파구가 되지만 규제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완화할 필요가 있다.”
장권영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는 보험사들의 요양 산업 진출에 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긍적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규제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자유 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양 산업의 긍정적인 면모를 대중에게 알려 전체 시장 파이를 늘려야 한다”며 “현재는 어느 정도의 소비 여력과 자산 규모가 되는 부유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이를 대중화시키고 시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요양 산업의 현주소는 어떤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 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오는 2030년 168조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한다는 보고가 있다. 다양한 실버 산업이 있겠지만 이 중 요양 산업은 성장이 더딘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은 요양원 침상보다 병원 병상이 높은 유일한 국가다. 그 정도로 요양 산업이 낙후돼 있다고 본다. 현재 이 산업의 90%가 개인사업자들이 시장을 키워 가고 있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요양 산업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급격한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해 인구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보험사들의 매출 규모도 갈수록 악화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진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험사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요양 산업 등 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요양 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국가가 충분히 보장해 주면 보험사들이 나설 일 역시 없을 텐데 안타깝게도 대한 현실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까 사적 요양에 대한 니즈가 커지기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른바 소상공인 혹은 자영업자들이 요양시설의 대부분을 운영하다 보니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요양업의 관리 소홀 등 소비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요양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금융사업자 입장에서도 공급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시니어 케어 혹은 요양 사업과 여러 가지 면에서 사업상의 시너지가 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서 KB라이프생명이 먼저 포문을 연 것으로 보인다. KB라이프생명이 영위하고자 하는 사업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요양원 사업을 시작을 했고 올해 말 내년 초 정도에 실버타운도 시작을 한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노인들이 시설에 입소하는 게 아닌 본인들의 자택에서 또는 본인들 자택과 가까운 인근 센터를 통해 방문형 서비스를 받는 형태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요양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노인요양시설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기 때문에 사업 규모가 영세하고 서비스 만족도가 낮다. 하지만 보험사, 금융사들이 진출을 하게 된다면 정부에서도 컨트롤 할 수 있는 산업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노인요양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안정성과 노인 복지를 위해 사업자가 토지, 건물을 소유해야 했다. 보험사들은 주로 서울이나 수도권 등 인구 밀집 지역에 고품격 노인요양시설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이 토지나 건물을 소유해야 하는 문제가 규제가 되고 있다.
요양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기업의 진출이 늘어난다면 질적으로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규제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

규제 해소가 필요한데도 늦어지는 이유는.
"우선 요양 사업을 금융 또는 보험사의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볼 경우에 당연히 비용 절감을 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요양 서비스 질이 낙후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로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고 통제 가능한 보험사나 금융지주들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까지는 정부 당국에서 컨트롤이 가능할 것 같은데 만약에 이게 사모펀드나 이런 쪽까지 들어와서 아주 과감하게 통폐합도 좀 하고 혹은 수익성이 안 나오는 요양원은 바로 그냥 구조조정을 해버리고 이럴 경우에는 여기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기존에 요양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들의 반발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사나 보험사 입장에서 큰 돈을 벌기 위해서 들어온 사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수익성만 생각하면 기존 자기 본업을 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생보사의 요양 사업 영위는 생애를 마감하는 주기에 있는 고객에게 토털 서비스 제공하고 전체 고객의 생애 주기 전반을 관통하는 금융과 비금융의 어떤 종합적인 상호작용, 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격의 어떤 사회적 역할 차원으로 파악된다."
[스페셜]장권영 BCG MD파트너 “한국 요양 산업 낙후...규제 완화 필요”
일본의 경우 요양 산업이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들었다.
"한국은 자택 방문형 서비스 등 이른바 요양 사업 3단계는 아직 시작은 안 했는데 일본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금융계열을 필두로 하는 영리법인 혹은 소상공인들이 공존을 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일정 부분 금융사들 혹은 요양의 전문적인 법인들이 다수의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요양시설 사업을 하려면 토지를 소유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요양은 노동집약적인 사업이다 보니까 인건비 비중이 높다.
인건비 부담에 토지 소유까지 추가되면 초기 투자 비용뿐만 아니라 고정비 역시 커서 어느 정도 소비 여력과 자산 규모가 되는 부유층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토지를 꼭 소유하지 않고서라도 임차와 임대만으로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모든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일례로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손보사인 손보재팬은 전체 매출에서 본업인 보험 사업과 요양 사업 비중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의미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손보재팬은 부유층 중심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생보사들과는 달리 일반 대중이나 저소득층을 폭넓게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처럼 요양 혜택이 폭 넓게 돌아가고 금융사 또는 보험사와 소상공인이 상생하려면 결국 규제를 완화해 수요층을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요양 산업 성장을 위해 토지 관련 규제 해소 외에 추가로 필요한 게 있다면.
"우리나라는 요양 사업이 본격화한 지 얼마 안됐다. 규제상의 제약만큼 중요한 부분은 여론의 전환도 좀 필요할 것 같다. 요양 산업이 마치 금융사와 보험사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추세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주체 분들이 대부분 소상공인이 자영업자 많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도 일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요양 산업은 의미가 조금 다른 게 이미 성장이 포화된 시장에서 뺏고 뺏기는 싸움이 아니고 향후 10년 동안 아마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시장을 놓고 다투는 관점에서 볼 게 아니고 요양 산업의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해 대중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글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BC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