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이 본격화되면서 올 들어 변동성이 가장 컸던 자산을 꼽으라면 단연 증시를 떠올리게 된다. 고금리 여파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증시가 올 들어 롤러코스터를 탔던 배경에는 2차전지 붐과 반도체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다.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총괄 이사대우는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BR) 기준은 0.85~0.9배 정도로 과거보다 싼 국면이기 때문에 매수 타이밍을 잘 살펴서 들어가야 한다”며 “내년에는 우리나라 반도체 이익이 개선되면서 코스피도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을 제시했다. 다음은 박 이사대우와의 일문일답.
-올해 주식 시장을 둘러싼 시장 분위기를 진단한다면.
“올해 국내외 증시는 ‘극단적인 쏠림’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팬데믹 이후 급증한 유동성과 펀더멘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확실한 것만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분출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 해외 증시에서는 매그니피센트7(M7: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테슬라·엔비디아·메타플랫폼스)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주식들은 투자자들에게 철저하게 소외되는 흐름이었다.”
-내년 주식 시장에 나타날 변수는 무엇인가.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변화가 나타나지만, 하반기에는 미국 대선이 증시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Fed의 기준금리 인하 전환 시점과 그 배경이 내년 증시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해서 한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증시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급격한 경기 침체를 동반한 금리 인하가 나타난다면 증시는 가격 조정 국면을 거치게 될 것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며 증시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유의해야 할 점이다.”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금리 상승 폭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산업 부문에서도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는 국면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업황 개선은 우리나라 증시에도 나쁠 것이 없다. 코스피 PBR 기준도 0.85~0.9배 정도인데 과거보다는 싼 국면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등 업황이 살아나면 코스피도 우상향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우리나라 증시는 ‘상고-중저-하고’ 이런 방향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주식과 관련된 유망 상품이나 투자 전략을 진단한다면.
“내년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글로벌·아시아·국내 테크 업종에 집중 투자한 상품이 유망하다고 판단된다. 최근 들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과 매크로 둔화 가능성 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정 시 매수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주식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고금리 장기화로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 투자 매력이 하락하면서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세가 제한될 수 있다. 올해 내내 진행됐던 일부 종목으로의 쏠림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Fed의 긴축 종료와 함께 달러가 완만한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급격한 경기 침체와 투자심리 위축은 달러 강세를 야기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달러 강세는 국내 증시뿐 아니라 이머징마켓(EM) 자산 시장 전반에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내년 주식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 국내 증시는 박스권 탈피 시도 속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 갈 전망이다. 국내 기업은 2년 연속 이익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플러스로 전환이 예상된다. 한국이 주요 아시아 제조국 내 상대적으로 가장 탄력적인 이익모멘텀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가 투자 주체들의 심리에 부담을 가하고 있어 박스권을 상향 돌파한다고 해도 그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올해 극단적으로 나타났던 쏠림으로 인해 증시 내 소외받은 종목들이 다수 양산됐다는 점에서, 내년에는 옥석 가리기를 통해 알파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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