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1%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내년 성장률을 2.1%로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대로 잡았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노무라 등 8개 글로벌 IB가 제시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2%에 불과했다.
고금리 여파…내년 한국 경제 부담 가중
고금리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경제의 체질도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가계 부채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을 흔들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 부채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3분기 기준 100.2%으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래 약 4년째 1위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돈다.
한국 민간(가계+기업) 부문의 신용 규모도 4분기 들어 급속도로 불어났다. 지난 10월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 원 급증했고,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에서도 6조3000억 원이 불어났다. 11월 16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89조5581억 원으로, 10월 말(686조119억 원)보다 3조5462억 원이나 증가했다.
기업대출 잔액도 10월 말보다 2조696억 원 늘어난 766조385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703조7268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62조6587억 원이 불어난 것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세계 34개 나라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도 한국은 126.1%로 홍콩(267.9%)과 중국(166.9%)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도 한국은 약 40%로 네덜란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물가 상승률도 우려 요인으로 짚었다. IMF는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 내년 물가 상승률은 2.4%로 각각 상향했다.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기준으로 한국의 무역수지 규모는 264억6700만 달러(약 35조92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IMF가 선정한 주요 208개국 가운데 200위까지 떨어진 것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간 전쟁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에 진입했다는 경고등도 켜진 상태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비롯한 자산 가격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중 갈등 격화로 인해 한국이 수혜국이 될지 피해국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장기 저성장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러한 우려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적극 추진해야한다”며 “내년 대외 리스크의 국내 전이 차단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국내 통화와 금융 시장 안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긴축 부담 본격 가시화…자산별 투자 전략 어떻게
내년도 자산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긴축 부담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변동성에 대비하는 리스크 관리와 분할매수를 통한 자산배분 전략을 잘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총괄 이사대우는 “올해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고, 주식 시장의 멀티플 조정을 야기해 자산 배분 효과를 무력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내년에는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위험관리를 통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동시에, 주요 선호 자산에 대해서는 분할매수 접근을 지속하면서 자산 배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과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자산에 대한 양극화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스크가 높은 자산은 지양하고 우량한 자산에 대한 투자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정규 미즈호은행 서울지점 딜링룸 그룹장은 “내년 자산 시장은 인플레로 인한 양극화가 예상된다”며 “부동산과 주식, 채권 모두 우량한 섹터로 선별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 흐름이 펼쳐지는 만큼 우량 부동산에 대한 선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부동산 시장은 내년에도 고금리 흐름이 지속됨에 따라 회복이 더디게 나타나지만 이후 고금리 상황이 주춤하면서 2025년에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변정규 그룹장은 “우량 부동산 중심의 선별 투자를 추천한다”며 “2025년 이후 본격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장기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문도 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내년 집값 하락 흐름이 이어지면서 한 번의 조정을 제대로 겪고 난 후에는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내년 매수를 추천하지 않지만 고점 대비 35%까지 떨어진 물건은 손해를 볼 일이 없으니 매수를 권한다”고 했다.
채권 투자는 고금리 현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오히려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고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 채권 투자 적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창현 KB증권 채권상품부장은 “내년 채권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화두는 글로벌 긴축 기조의 방향 전환으로 한국은행도 동조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여부가 핵심 포인트”라며 “채권 시장은 상고하저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채권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시장은 경기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의 ‘부채 문제’가 다시 대두되면서 내년 2분기 이후부터 긴축 흐름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내년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슈보다 고금리 여파로 인한 신용사태 우려가 커질 수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혜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이사는 “환율은 금리와 경기, 물가를 전부 반영해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기 때문에 시점의 분산을 통한 투자를 해야 한다”며 “내년에 원화 강세 여건이 많지 않은 만큼 환율은 분할매수를 하는 전략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보연 하나은행 클럽원 PB센터지점 PB부장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과 미국 국채, 글로벌 채권형 펀드, 달러형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추천한다”며 “특히 미국 국채는 고금리 상황에서도 낮은 표면금리로 절세효과의 매력이 있고 장기물인 경우 향후 금리가 내려갔을 때 매매차익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내년 고금리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라 안전자산과 인플레 헤지 자산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대체자산은 실질금리가 낮아져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금리가 인하하는 내년 하반기 시점보다는 이전 분기에 투자 시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진영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 금, 하반기에 금광 기업 관련 ETF 자산을 병행해서 보유한다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귀금속 이외에 주목할 만한 자산은 내년 4분기에 곡물과 소맥, 옥수수, 대두 등이 헤지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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