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체투자
최진영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

인플레이션이 2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내년 성장을 발목 잡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러한 전망은 내년도 투자 시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경 머니는 채권을 시작으로 주식, 환율, 국제유가, 부동산, 대체투자 등 자산별 내년 전망과 투자 시 확인해야 할 체크사항들을 전문가를 통해 살펴봤다.
[big story] “금 가격, 내년 하반기 상단 열려…2분기 매수 타이밍”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 있다. 금, 은 등 귀금속을 비롯한 대체투자다. 특히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금은 매력도가 높은 자산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귀금속 자산을 매수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가의 영향으로 금 가격 상단이 닫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상승 흐름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진영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유가가 아무리 높아진다고 해도 내년 하반기에는 상승률이 조금 둔화될 수 있고, 하반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금 가격의 상단이 열리게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최 책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대체투자 중에서도 금, 은의 시장 상황을 진단한다면.
“현재 금, 은과 같은 경우 상단이 닫혀 있는 국면인데, 이는 결국 유가 때문이라고 본다. 유가는 물가를 견인하는 자산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과 비슷하게 가곤 한다. 사실상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석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물가와 유가는 상당히 유사하게 움직인다고 이해하면 된다. 올해 국제 유가는 ‘상저하고’의 형태였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동안 지금 가격대가 유지만 된다고 하더라도 미 Fed는 물가, 즉 유가 상승률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되고,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 결국은 미 Fed가 금리를 인하해야만 실질금리가 낮아질 수 있고, 실질금리가 낮아져야 금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이 부분이 현재 금 가격의 상단이 닫힌 배경이다. 실제로 금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를 제대로 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전망과 투자 시점은 어떻게 보고 있나.
“유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단이 닫혀 있을지 몰라도 내년 하반기에는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하반기일 것이라는 컨센선스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금 가격이 상승하는 구간인 내년 하반기에 투자하기보다는, 그 이전 분기인 2분기를 매력적인 구간으로 보는 게 좋다. 사실 지금부터 내년 연말까지 금은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자산이다. 원자재 중 유일하게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고 금리 인하에 대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는 금보다 금광 기업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내년 상반기에 금, 내년 하반기에 금광 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자산을 병행해 가지고 가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금광 기업에는 왜 하반기에 투자해야 하나.
“기업의 ‘코스트(비용)’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광 기업에 대한 투자는 결국 주식 투자나 다름없다. 기업은 생산 비용에 민감한데, 연료 및 전력 비용의 영향을 받는다. 유가 상승률은 내년 상반기 기저효과로 인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결과적으로 금광 기업의 비용 부담은 내년 상반기에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물가, 인건비, 이자 부담이 완화되는 내년 하반기가 이들 기업의 비용이 줄어드는 구간일 테고, 그 시점이 오히려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매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가장 큰 투자 리스크는.
“경기 침체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시기의 공통된 리스크는 시스템 리스크였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마진콜(증거금 부족 현상)이다. 이 경우 안전자산으로 대표되는 금조차 안전자산이라고 볼 수가 없다. 모든 자산이 다 무너진다. 그런데 우리가 위기마다 경험했던 교훈이 하나 있다.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어떤 자산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고 빨리 회복했는가. 경기를 선행하는 주식이 아니라 경기를 다소 후행하는 원자재 중 안전자산인 금이었다.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면 금조차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겠지만, 다른 자산들보다는 금이 위기에서 먼저 빠져나갔다는 점을 유의미하게 봐야 한다.”


귀금속 외에 주목하는 유망 대체투자처는.
“내년 상반기까지 커피가 매력적이다. 엘니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원당 가격과 코코아 가격이 인상돼 왔고,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로브스타 원두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그럼에도 커피는 본격적으로 가격 상승이 되진 않았다. 아라비카 원두의 주요 산지인 브라질은 아직 공급 차질이 안 빚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서남부·동남부 지역은 지금부터 가뭄이 시작된다. 10월부터 시작된 파종 시즌에 가뭄에 노출되는 셈이다. 따라서 아라비카 원두의 수확 시즌인 내년 5월 작황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접근은 엘니뇨가 존재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효하다. 내년 4분기에는 곡물, 즉 소맥, 옥수수, 대두 같은 것들이 헤지에 유리하다고 본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