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응답하라 뉴실버 세대
누구나 눈이 부시고 화려한 은퇴를 꿈꾸지만 상당수의 노후는 눈이 시리고 막막할 겁니다. 은퇴 전후의 세대인 이른바 ‘뉴실버’(50대 중후반에서 60대 초중반의 베이비붐 2차 세대)의 상황도 다르진 않겠죠. 하지만 이들이 누굽니까. 한국전쟁 이후 가난을 먹고 자라나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성장을 이루고, IMF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차돌처럼 단단해진 세대가 아니었나요.

이들은 경제성장률 10%대의 고도성장기에 청년시절을 보냈으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경제적 자산을 보유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실제 가난한 나라 한국은 1963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시하며 그해 경제성장률 9%를 찍더니 1960~1970년대에는 10%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일상으로 찍었습니다. 1998년에 외환위기를 겪으며 –5.1%의 경제성장률로 잠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현재 2~3%대 저성장의 시대에서 봤을 때는 상대적으로 무한의 기회와 도전을 맨몸으로 돌파한 세대가 바로 ‘뉴실버’ 세대입니다.

이들은 ‘오팔 세대’로 불리기도 합니다. ‘오팔’이라는 단어는 1958년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빛을 내는 보석에 빗대 일본 경제 전문가 니시무라 아키라가 ‘오팔’(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이라는 별칭을 붙여준 것이죠. 기존 실버 세대와 달리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층’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KB금융 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부는 뉴실버 세대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보고서의 ‘자산원천별 부자의 가구주 연령 및 직업’을 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 중에서 자수성가형의 76.9%(50대 36.7%·60대 40.2%), 금수저형의 60.1%(50대 33.8%·60대 26.3%)가 이들 세대였습니다.

마우로 기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국제경영학 와튼스쿨 교수는 “10년 내에 부와 힘의 중심이 밀레니얼 세대에서 뉴실버 세대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60세 이상의 세대가 전 세계 자산의 50%를 소유하고 있고, 2030년에는 그 수가 35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사회적으로 정점에 서 있는 이들이지만 이제는 내려갈 길만 보이는 ‘가교 세대’라는 것도 현실입니다. 은퇴와 같은 내리막을 마주한 이들이 겪을 부담이나 상실감도 상당할 것입니다. 뉴실버 세대는 자신은 물론 자녀와 부모를 위한 소비도 주도했던 세대입니다. 이들의 은퇴는 경제와 자산관리 시장에 분명 큰 변화를 몰고 올 겁니다.

한경 머니는 2024년 1월 신년호 빅 스토리로 ‘뉴실버의 RESTART’를 다뤘습니다. 자산관리 시장의 큰손이자 경제의 주축인 뉴실버의 은퇴와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관리 가이드를 제시해본 겁니다. 100세 시대에 은퇴는 또 다른 시작과 준비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2024년은 그런 의미에서 ‘인생 2모작’의 원년으로 기록될 겁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