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 2위다.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병한 암은 갑상선암(3만5305명)이었고, 이어서 대장암(3만2751명)이 차지했다. 4위인 위암(2만 9461명)도 제쳤다.
대장암 발병은 노년층에 국한된 병이라 생각하겠지만 최근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대장암이 심상치 않다. 2022년 국제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된 미국 콜로라도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4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20~40대 젊은 대장암 발병률 1위 국가다. 젊은 대장암이 늘고 있는 이유와 함께, 치료법·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위암 제친 대장암, 젊은 층도 위협
젊은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
젊은 대장암 환자가 늘어난 유력한 이유는 ‘높아진 진단율’ 때문이다. 보통 대장내시경은 40대부터 많이 하는데, 40대부터 발병률이 높아진다. 환경 요인은 거의 식생활 문제다. 육류 등 동물성 지방을 과다 섭취하거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의 잦은 섭취가 대장암에 영향을 미친다. 식이섬유를 적게 먹고, 고열량 식단을 즐기거나 음주, 흡연, 비만도 좋지 않다. 환경 요인의 변화가 젊은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장암은 암이 생긴 부위에 따라 증상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오른쪽 대장에 암이 생기면 별 증상이 없다. 암이 커지면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흑색변으로 나타난다. 암이 더 진행되면 통증, 소화불량으로 이어진다.
왼쪽 대장은 직경이 좁아서 암이 생기면 변이 가늘어지거나, 변비나 잔변감이 생기고,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직장(대장의 끝부분)에 암이 생기면 항문 가까이 있어서 혈변이 쉽게 나타난다.

대장암 전 단계 대장용종
대장암은 다행히 대장용종이라는 전 단계 병변이 있다. 대장용종이 수년간 자라서 암이 되는 것인데, 용종은 내시경상에서 쉽게 발견이 돼 바로 제거할 수 있다.
제주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 목적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은 만 20세 이상 성인을 조사한 결과 43.1%에서 용종이 발견됐다. 남자는 50.9%, 여자는 29.9%로 남자에서 높았으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비만, 흡연자에서도 대장용종 유병률이 높았다. 용종을 뗐는데, 암이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1.5% 정도다. 대장 용종을 뗀 100명 중 1~2명 꼴로 암이 발견되는 셈이며 많게는 12%까지 보고되고 있다. 확률이 적지 않으므로 대장용종을 뗄 때는 용종 속에 암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용종은 크기가 클수록 암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평균적으로 5mm 이하면 암이 있을 확률이 0.1%에 불과하지만, 1cm가 되면 1% 정도는 암이다.
2cm를 넘어가면 위험은 더 커지며, 모양이 삐죽삐죽하고 거칠게 보인다면 암이 있을 확률이 높다. 대장용종은 보통 내시경을 하는 중에 용종의 목에 올가미를 걸어 제거한다.

대장내시경,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50세부터 5년마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사람들은 50세부터 5년 주기로 대장내시경을 받는 게 적당하다. 이것이 국가암검진 가이드라인이다. 다만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받는 것이 좋다.
갑자기 없던 변비가 생기거나 설사를 하는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나타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대장내시경을 한번쯤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성 용종증'이 있다면 사춘기 때부터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장암 수술 후에는 1년 후에 다시 검사를 해봐야 한다. 대장내시경은 가장 정확한 진단법이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도 있지만, 대장내시경 중 발견된 용종을 미리 제거하기 위함도 있다.
과거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위해서 4리터 분량의 물약을 먹어야만 했다. 최근엔 양도 2리터 정도로 훨씬 줄어들고, 알약으로 편하게 장 처치를 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너무 겁먹지 말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한편, 분변잠혈검사나 이중조영검사로도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 채취만으로 가능해 검사가 쉽고 용이하며,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기에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변에서 혈액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대장암이 아니라고 단정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대장내시경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분변잠혈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50세 이상이라면 반드시 대장내시경을 해봐야 한다.

대장암 병기는 어떻게 구분되나
대장암의 병기는 침범 두께에 따라, 림프절 전이 여부에 따라,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에 따라 여러 개로 구분된다. 여러 진단 기준이 있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TNM' 기준을 따르는 추세다. T는 침범 두께로, T1은 점막 하층까지 전이된 암, T2는 근육층까지 전이된 암, T3은 장막층까지 전부 전이된 암을 말한다.
N은 임파선 전이 여부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나뉜다. M은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 여부를 뜻한다. 이 기준에 따라 1기는 임파선 전이 없이 침범 두께가 T1~T2인 경우를 말한다. 2기는 임파설 전이 없이 침범 두께가 전 층을 통과한 상태(T3)다.
3기는 암의 침범 두께와 관계없이 임파절이 전이된 상태이며, 4기는 다른 기관에 암이 전이된 상태다. 1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21%, 2기는 34%, 3기는 35%, 4기는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암 치료…초기암은 내시경적 절제 가능
대장암이 근육층까지만 침범하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초기암은 내시경적 절제도 가능하다. 진행암의 경우 내시경으로 절제가 안 되며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90% 이상이 복강경으로 진행된다. 그 외에 보조적 치료로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과거엔 광범위하게 암을 절제했었지만, 최근엔 복강경, 로봇 등 최소침습수술을 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최소침습수술을 하면 환자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수술이 어렵다면 항암약물과 방사선 치료로 수술이 가능하도록 암을 줄이는 치료를 한다. 전이된 암의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하면 완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대장암은 수술 후 20~25%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수술 후 정기적으로 검사를 통해 감시하며 원격 전이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재발한 암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재발하더라도 초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 대장암은 수술과 항암 치료를 적극적으로 했을 경우 5년 생존율이 1기 95%, 2기 88%, 3기 74%, 4기 31%다. 4기 생존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5년 생존율도 74.3%로 높은 편이다.

예방의 핵심은 정기검진
대장암은 대장용종이라는 전 단계 병변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검진이다.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미리 제거하는 게 가장 좋은 대장암 예방법이다. 대장암 예방 10대 권고는 다음과 같다. △총 칼로리 섭취량 중 지방 비율을 30% 이하로 줄이고 △식이섬유를 하루 20~30g 이상 섭취하며 △붉은색 육류와 가공육은 피하고 △발효된 유제품을 충분히 마시며 △하루 1.5리터 이상의 충분한 물을 마시고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조미료, 훈제식품은 피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고 △음주, 흡연을 피하고 △50세 이후 5년마다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다.

글 이금숙 조선헬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