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유망섹터 1. AI

지난해 국내 주식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2차전지였다면 올해는 인공지능(AI)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AI는 과연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에게 올해 주식 시장과 AI 섹터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big story]"대세는 AI...슈퍼사이클 올 것"
올해 주식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지난해도 좋았지만 올해도 우상향하는 방향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유는요.
“일단 가장 큰 변화는 금리 정책이 어쨌든 바뀐다는 거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확실하게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준 만큼 주식 시장이 좀 나아지겠죠. 반도체 시장도 좋아지고 있고요. 특히,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반도체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간 우리가 보지 못했던 AI라는 수요가 새롭게 등장했죠. 새로운 사이클이 생긴 거에요. 가령, 과거에 모바일, 클라우드, 서버 등에 슈퍼사이클이 왔다면 이제는 AI가 그것을 이을 것으로 보여요. 실제로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우리 생활 속에 AI가 스며들었잖아요. 챗GPT(ChatGPT)만 봐도 그렇고요.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 겁니다. 그 기반에는 반도체가 없으면 안 되고요. 요즘에 SK하이닉스가 좋은 이유도 AI 서버의 막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에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AI가 올해 주목받는 섹터가 되지 않나 싶어요.”

얼마 전 삼성전자를 필두로 ‘온디바이스 AI폰’이 등장했습니다. 게임체인저가 될까요.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죠.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됐다고 사람들이 곧바로 스마트폰을 바꿀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게 팔리든 안 팔리든 스마트폰마다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된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죠. 이를 테면,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에는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다 들어가잖아요. 스마트폰 유저가 카메라를 쓰던 안 쓰던 말이죠. 요즘은 카메라 성능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지만, 사실 이것 자체가 스마트폰 수요와는 크게 상관이 없어요. 또한 스마트폰에서 앞으로 나올 혁신이란 것도 한정적이고요. 결국, 이제 남은 건 AI죠.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생긴 거예요. 다만,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실제로 사람들이 이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된 스마트폰에 정말 열광해야 하거든요. 아마 그건 시간이 좀 걸리겠죠. 그래서 지금 당장 게임체인저란 표현은 좀 이르다고 봐요.”

지난해 주도주였던 ‘2차전지’와 비교하자면요.
“전기차 관련해서는 지난 3~4년간 사이클이 나왔죠. 관련 주식들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요. AI도 그러한 사이클은 충분히 나올 수 있어요. 다만, AI랑 2차전지의 결이 조금 다른 건 뭐냐면 전기차는 주로 정부 정책이 주도하는 테마였어요. 그런데 AI는 아니에요. 정부보다는 기업이 주도하는 섹터죠. 저는 이 사이클이 훨씬 더 크게 갈 거라고 봐요. 가령,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거랑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다만 그 안에서 전기차처럼 계속 검증은 해야 됩니다. 어떤 기업은 실적 안 나올 거고 중간중간 AI 관련 성장이 둔화하는 사이클도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 2차전지에 비해서는 AI는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AI 관련주 투자 조언을 하시자면요.
“모든 섹터가 그렇지만 성장 초입에 있는 경우는 사실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대부분 적자가 많이 나거든요. 오히려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판단하기 쉬워요. 이미 관련 회사들 상당수가 어느 정도 다 검증이 돼 있고, 회사 이익 등 재무제표를 통해 투자 지표를 얻을 수 있거든요. 다만, AI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많고, 아직까진 돈을 버는 기업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AI 관련 중소형주들을 투자하실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숫자로 검증이 안 됐는데 기대감으로 지금 오르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또한 저는 결국 이 시장도 대기업들이 선택할 거라고 봐요. 기업들도 앞으로 관련 서비스들을 많이 쓸 테니까요. 그런 부분들을 잘 체크해보세요. 혹은 중소형 기업에 대해 잘 모르겠다 싶으시면 네이버, 삼성SDS, 롯데정보통신 등 대기업에 투자하시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겠죠.”

그 외 주목할 만한 섹터를 꼽으신다면요.
“AI 외에 저는 우주항공 쪽을 좋게 봐요. 사실 그간 우주 항공 하면 그저 꿈만 있었잖아요.
뭔가를 하려다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5월 우리나라에 우주항공청이 출범되잖아요. 새로운 정부 정책인 만큼 힘이 실리겠죠.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는 만큼 한국의 우주항공 산업이 국가 주도로 커질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사실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우주항공청 설립 관련 내용들을 조사해보니, 국가가 주도하되 민간 기업과 무조건 협력하는 구조더라고요. 민간 기업들이 많이 투입되면 관련 기업들도 발주를 받고 이 사이클이 2030년 달탐사까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여기에 또 방산 목적도 있어요. 지금 되게 시국이 굉장히 어수선하잖아요. 방산 관련 우주 항공이 정말 중요해요.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공위성이 큰 역할을 했죠. 그래서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이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할 것 같아요.”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