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금융사별 조직 개편> 올해도 자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금융권의 자산관리본부는 점차 핵심적인 본부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초부유층과 영앤리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초고액자산가(HNW)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PB센터들이 초고액자산가를 포함한 고객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수익에 기여하고 있어서다.
금융권 내에서도 PB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자산관리본부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금융권에서도 이를 감안해 조직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전반적인 PB센터를 주도하고 있는 자산관리본부의 변화도 주목된다.
올해 은행권의 WM 조직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신한은행은 WM 부문을 채널 부문으로 편제시키며 영업 추진 4(WM)그룹을 새로 신설했다. 이 WM그룹을 통해 PWM 채널(PIB·패밀리오피스·PWM)을 거래하는 초고액자산가 고객에 맞춘 솔루션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신한은행 WM그룹 측은 “채널 간 유기적 협업 관계를 토대로 ‘연결과 확장’ 관점의 고객 니즈를 연결해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PWM 채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 패밀리오피스 강남센터를 PIB 강남센터로 명칭을 변경한 후 지난 1월 2일 정식 출범했다. 뉴리치와 기업가 고객의 복합적인 금융 니즈를 충족시키고, 차별화된 토털 솔루션 제공을 위해서다. 기존 패밀리오피스 강남센터에 소속돼 IB 솔루션을 제공하던 미들 중심의 솔루션 체계에서 정식 센터로서 향후에 PIB 비즈니스 확대를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을 통해 자산관리그룹과 투자상품전략본부를 통합시켰다. 은행 전체의 자산관리를 소관하는 그룹의 일원화를 통해 포트폴리오 영업의 범주가 확대됨으로써 초고액자산가와 모든 고객을 아우르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다.
우리은행 WM 측은 “자산관리 영업과 투자 상품 전략의 통일성 확보로 조직 운영 효율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직원 연수와 상품 판매의 우수 사례 전파 등 통일된 그룹의 메시지 전달이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NH농협은행 WM 조직의 가장 큰 변화는 전국적인 WM 고객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49개의 WM 고객 특화점포 서비스를 확대하고, 전국적으로 VIP라운지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영업점의 WM 고객 지원을 강화해 대중적 자산관리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WM인력관리 제도를 신설해 이력, 경력, 교육, 자격과 관련된 전문 인력 관리 제도를 체계화할 방침이다. 특히 영업점 WM 전문 인력 체계를 개편해 직무 위상을 제고하고 업무 전문성 강화와 우수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정착을 통한 WM 직무 분야를 강화하며, WM 고객 서비스의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지원 WM센터’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센터는 지역 내 영업점에서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핵심 법인 최고경영자(CEO) 등의 자산관리를 목적으로 지원 WM센터의 전문 PB팀장이 영업점을 방문해 고객을 직접 상담하는 자산관리 지원 특화센터다. 예컨대 가산 지역의 남부지원 WM센터와 화성 지역의 경기남부지원 WM센터 등 총 2곳이 특화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IBK기업은행 WM본부 측은 핵심 고객인 중소기업이 많은 디지털단지, 공단에 배치해 고객은 방문하기 편리한 지점에서 수준 높은 자산관리 상담이 가능하고, 은행은 객장을 생략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신설한 재산신탁팀은 기존 금전(金錢) 위주의 신탁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부동산 등 금전 외 재산을 포함한 종합 재산신탁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1월 전담조직(신탁부 재산신탁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안정적인 자산 승계를 위한 ‘IBK 안심(安心) 유언대용신탁(가칭)’을 출시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기존 그룹-총괄-본부-부서 등 4단계로 운영해 온 지휘체계를 그룹-본부-부서 등 3단계로 간소화했다. WM 사업은 WM고객그룹이 관련 사업을 전개하고, 별도 본부 체제로 운영돼 왔던 금융투자상품본부는 이번에 WM고객그룹 산하로 편제됐다. 금융투자상품본부는 WM투자상품부와 신탁부, 수탁사업부 등 3개 부서로 구성돼 있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그룹 내에 연금사업본부가 연금사업단으로 승격돼 조직에서 분리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 패밀리오피스 고객을 위한 특화 공간인 ‘패밀리오피스 전용 센터’를 오픈했다. ‘패밀리오피스 전용 센터’는 가족이 모여서 교류하고 2세 금융 교육, 가문 맞춤형 세미나, 가문 네트워크 커뮤니티 등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WM 사업 강화를 위해 자산관리 어드바이저리 서비스 확대,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본격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았고, WM본부 내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서를 신설했다. 삼성증권은 패밀리오피스 전담 ‘SNI(Success & Investment) 패밀리오피스 센터’ 내 2개 지점을 정식 오픈했다. 고객에게 기관투자가와 공동 투자할 수 있는 전용 상품들을 독점 공급하는 ‘투자형 멀티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이 센터에는 슈퍼리치 자산관리 경력 13.7년의 베테랑 프라이빗뱅커(PB)들이 포진돼 있다.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는 2020년 론칭 이후 80개 가문과 예탁 자산 20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자산관리 명가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2010년에 업계 최초로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인 ‘SNI’를 도입하면서 초부유층 시장을 주도해 왔다.
지난 2022년 뉴리치 전담 센터인 ‘더 SNI 센터(The SNI Center)’를 오픈했고, 10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패밀리오피스를 제공하는 등 전통 부유층과 신흥 부유층, 패밀리오피스 고객까지 아우르는 슈퍼리치 자산관리 조직을 갖추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고액자산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별도로 분리돼 있던 프리미어 블루(Premier Blue) 본부와 WM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해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사업부를 신설했다. PWM사업부는 기존 PB본부와 WM사업부를 통합했고 고액자산가 대상의 PB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다.
PWM사업부 총괄은 프리미어 블루 본부 대표인 이재경 전무가 맡아 PB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조직하고, 인적 PB 서비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PWM사업부의 운영 체계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시작했다. PWM사업부의 운영 체계 확립을 위해 인적 서비스 채널은 대형·금융센터와 지역거점센터로 이원화해, 고객의 자산 규모 및 투자 스타일에 따라 각기 다른 고객의 니즈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대형·금융센터는 고액자산가를 위해 ‘NH 프리미어 블루 패밀리오피스 서비스(가업승계·M&A·재단 설립 컨설팅 등 가문 관리 종합 솔루션)’와 같은 전문적이고 특화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거점센터는 아직 투자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도 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NH의 생애자산관리 교육 프로그램인 ‘100세시대 아카데미’ 등 정기 세미나 및 포럼, 문화행사를 통한 지역사회 환원 활동도 추진할 예정이다.
KB증권은 초고액자산가 고객에 초점을 맞춘 ‘KB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사내 위원회(committee) 구성 및 외부 전문가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자문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특화 상품 제공 등을 통한 고객 개인 및 가문 전반에 걸친 자산의 ‘증식-보전-승계’를 아우르는 완성형 자산관리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올 4월에는 서울 반포 원베일리에 초고액자산가 고객 특화 영업점을 추가해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향후에도 주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화 채널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KB증권은 WM 비즈 전략을 공고히 하기 위해 올해 WM 조직을 리테일사업총괄본부(대면채널), 고객솔루션총괄본부(금융 상품·솔루션), 디지털사업총괄본부(비대면 채널) 등 3개의 총괄본부로 전문화해 채널별 사업 추진 기능을 강화했다.
미래에셋증권은 WM본부에서 연금 분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WM 대면 채널의 경우, 조직운영 효율성 제고 및 시너지·생산성 증대를 위해 지난 4분기에 2개로 나뉘어 있던 영업 부문을 하나로 통합하고, 9개 WM의 대형화를 진행했다.
WM 대형화에 따른 다양한 인력 구성 효과로 한층 퀄리티가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VIP 종합자산관리 및 연금 영업 확장에도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연금 고객의 수익률 향상을 위해 고객자산배분본부 산하에 퇴직연금 로보운용팀을 신설하고, 자산배분 모델 개발 및 알고리즘 설계 전문 직원을 배치해 연금 자산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자산 배분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지난 2022년 9월 출시 이후 빠른 성장세를 거쳐, 올해 1월 가입 계좌 1만6000개, 평가 금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자산관리 부문의 조직 또한 ‘고객 중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단행됐다. 자산관리 부문은 영업그룹과 사업그룹으로 나눠 개편을 진행했다.
특히 자산관리영업그룹은 고자산 고객 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췄고, 자산관리사업그룹은 자기주도 성향 고객에 대한 관리를 중점적으로 했다. 자산관리그룹은 기존의 디지털과 상품 및 서비스 관련 조직을 통합해 부문대표가 겸임하는 형태로 개편했다. 자산관리그룹은 자기주도 성향 고객에 대한 중점 관리와 함께 고객 자산의 안정적 운용에 방점을 두고 부문대표가 집중 관리하고자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개인고객그룹을 5개 지역본부, 금융센터본부, PB전략본부, 투자상품본부, 퇴직연금본부, eBiz본부, 해외MT개발담당으로 구성된다. 법인 자산 증대를 위해 금융센터본부 산하 법인영업 담당을 편제했다. 또 비대면 사업 강화를 위해 eBiz본부에 e고객 담당을 신설하는 한편, 점포 대형화에 따른 효율적 관리를 위해 5개 PB본부 체제로 재편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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