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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환전 서비스의 판이 커지고 있다.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행객은 물론이고, 해외 쇼핑몰을 이용하는 직구족, 환차익을 노리는 환테크족이 귀를 기울일 만한 소식이다.
금융권 ‘환전 전쟁’에 직구족·여행객 웃는다
“앞으로 외화를 살 때도, 팔 때도 평생 무료 환전해드립니다.”

토스뱅크가 지난 1월 ‘외화통장’을 출시하며 내놓은 파격 선언이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환전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 상품이 심심찮게 출시돼 왔지만, 원화를 외화로 바꿀 때뿐만 아니라 되팔 때도 조건 없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사례는 국내 은행권에서 토스뱅크 상품이 유일하다.

물론 실시간으로 가격이 달라지는 환율의 특성상, 사고팔 때의 가격은 필연적으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대신 금융사가 매기는 수수료는 일체 없도록 설계해, 금융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동일한 환율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외환 서비스에 드라이브를 걸자, 시중은행도 기존에 제공하던 환전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여행 특화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는 모습이다.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환전 서비스는 혜택을 늘릴수록 은행 비이자이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격전이 거센 이유는 한 번 서비스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고객 선점의 주도권까지 연쇄적으로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 탓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 경쟁력 확보 차원”이라면서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으로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금융사로서는 장기적으로 외화 예수금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새 환전 서비스와 해외 결제 혜택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크게 높아진 분위기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해외 카드결제 이용량이 증가한 데다, 해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직구족도 늘어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16조85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급증했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결제액은 6조7567억 원으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연초부터 불붙은 외환 서비스 경쟁
연초 토스뱅크가 자극한 환전 전쟁에 카드사와 시중은행도 잇따라 참전하고 있다. 우선 하나은행은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3월부터 전 영업점에서 발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권의 환전 서비스 분야 대표 격으로 꼽혔던 트래블로그는 그간 하나머니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을 통해서만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발급 경로를 다변화해 고객 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쓸 때 환전 금액이 부족할 경우 미리 연동한 하나은행 계좌에서 모자란 금액만큼 자동 충전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이 도입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원화를 외화로 환전할 때는 수수료가 무료지만, 외화로 바꾼 돈을 다시 원화로 재환전할 때 1%가량의 수수료가 붙는다.

최근 신한은행도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를 내놨다. 환전 서비스를 강화한 상품으로, 원화를 외화로 바꿀 때는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반면 외화를 원화로 바꿀 때는 50%의 환율 우대가 적용돼, 외화를 사고파는 일이 잦은 환테크족보다는 해외여행객에게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을 위한 특화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한다. 전 세계 1200여 개 공항라운지 무료 이용(상·하반기 각 1회), 마스터카드 트래블 리워드 서비스(25개국 400여 개 가맹점 캐시백 최대 10%) 혜택 등 여행 특화 서비스가 주어진다.

해외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해외 카드결제 시 무료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3사 모두 같다. 아울러 현재 격전에 뛰어든 금융사 외에도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이 환전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연내 출시한다는 목표로 준비 중이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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