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편집자 주
최근 화제가 된 기업인의 뉴스 데이터를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분석한 뒤, 해당 기업가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짚어본다.
[CEO & BIGDATA]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격화…선 넘는 가족 갈등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일가 내 갈등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키로 하면서 시작됐다. 한미약품그룹(이하 한미그룹)은 지난 1월 OCI그룹과의 통합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소재·에너지 전문 기업인 OCI와 손을 잡고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였다. 통합의 주도권은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쥐었다.
문제는 통합 추친 과정에서 배제된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의 반발이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어머니인 송 회장이 추진한 통합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통합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경영권을 두고 표 대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모녀(송영숙·임주현)와 형제(임종윤·임종훈 사장) 간 대립 구도로 장외 여론전까지 잇따르고 있다.

최근 3개월간 한미그룹 관련 뉴스 데이터 500건에서 추출한 주요 키워드를 짚어본다.

#한미사이언스 #OCI그룹 #통합 절차 #송영숙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한미그룹은 지난 1월 12일 주식 시장 공시를 통해 OCI그룹 측과 ‘그룹 간 통합’ 계획을 밝혔다.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을 합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OCI홀딩스는 오는 6월 30일까지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갖게 된다. 또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 개인 1대 주주가 된다. 이후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통합 지주의 각자 대표로 공동 경영하겠다는 구상이다.
태양광 업체로 알려진 OCI는 지난 2018년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2022년 부광약품의 1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석유·화학 전문 기업에서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난 ‘바이엘’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게 한미그룹이 제시하는 통합 청사진이다.
업계에서는 삼남매 중 임주현 사장이 한미그룹 경영권을 이어받는 쪽으로 승계 구도가 정리될 것이라는 평도 나왔다. 고 임성기 창업주가 경영권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2020년 별세한 탓에, 그간 한미그룹 경영권의 향배는 회사의 주요 리스크로 거론돼 왔다.

#임종윤 #임종훈 #가처분 신청
두 그룹의 통합 발표 이튿날인 1월 13일 한미그룹 일가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은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녀(송영숙·임주현)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뤄진 통합 결정이라는 게 임종윤 사장 측의 입장이다.
그는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후 1월 17일 두 형제(임종윤·임종훈)는 수원지방법원에 통합과 관련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공동 제출했다.
[CEO & BIGDATA]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격화…선 넘는 가족 갈등

#경영권 분쟁 #주주제안 #지주사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지난 2월 8일 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진입을 위한 주주제안권도 행사했다. 3월 말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권규찬 Dx&Vx 대표,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 4명을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 및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려는 취지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 교체 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임종훈 사장, 자회사 한미약품 대표이사로 임종윤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려고 한다”고 했다. 결국 3월 주총에서의 표 대결이 그룹 경영권 분쟁의 결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각각 11.66%, 10.20%,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각각 9.91%, 10.56%다.

#임성기 회장 #동반자 #경영권 프리미엄
경영권을 둘러싼 한미그룹 일가의 장외 여론전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두 형제의 통합 추진 반발과 관련해 한미그룹은 2월 13일 “사익을 위해 한미를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십수 년간 한미그룹에 거의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사업에만 몰두하다가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두 형제도 주총을 앞두고 통합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두 그룹의 통합 과정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챙기지 못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는 주장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2월 19일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통합 과정에선 한미사이언스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4만여 주주의 권익이 무시된 사례”라고 비판했다.
두 형제의 주장에 대해 한미그룹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일방적으로 인수·합병(M&A)한 사례는 이번 통합 작업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 그룹의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며 양측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한미그룹은 “대주주 2명이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한 채 구주를 매각한 행위가 왜 소액주주의 손실로 귀결된다는 것인가. 논리적인 모순에 빠져 있다”며 “오히려 딜 전후 주가는 변동이 없거나 크게 올랐고, 통합 이후 양사 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은 두 그룹의 미래 가치를 더욱 키우고 소액주주들의 주주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임종윤·임종훈 사장의 주장은) 통합 취지를 왜곡한 악의적 내용으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꼼수 #시민단체 #상속세
일부 시민단체는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통합 발표 이후 ‘상속세 절감을 위한 꼼수’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두 회사가 최대주주 할증 적용을 피해 상속세를 절감하려는 목적으로 통합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할증이 적용돼 세율이 60%까지 상승한다. 하지만 통합 이후 양사가 서로의 최대주주가 되면 다음 세대에 할증 없이 상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그룹은 “사실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난 잘못된 해석”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음 세대 상속은 현 경영진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수십 년 뒤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를 고려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