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김준우 쟁글 대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뜨겁게 달궈진 가운데 인공지능(AI)을 이을 미래 먹거리로 블록체인 등 웹3.0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각종 규제 등의 문제들과 맞물려 대중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작금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big story]한국 가상자산 비즈니스, 골든타임 놓칠까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침’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관련 업계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회계처리 지침은 가상자산 백서 주요 내용 주석 공시, 가상자산 수익 처리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발행 규모 및 유보 물량 등의 백서 내용을 주석에 담는 것은 물론, 백서 내 수행 의무를 이행해야 가상자산을 회계상 수익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업계에서 주목한 부분 중 하나는 가상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법인의 경우 산출 기준에 따라 자산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플랫폼 운영사들의 정확한 공시·회계처리를 위한 온체인 데이터 활용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이 수년째 관련 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쟁글은 웹3.0 산업 보고서와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 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시, 평가, 유통량 모니터링 등의 서비스에 이어 쟁글 ERP를 준비하고 있다. 쟁글 ERP는 가상자산 회계처리, 토큰 엔지니어링, 블록체인 프로젝트 성과 분석 등이 가능한 웹3.0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이다. △가상자산의 회계처리를 돕는 웹3.0 파이낸스 △가상자산 생태계를 관리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토크노믹스 △성과를 추적하고 타 프로젝트와 비교할 수 있는 퍼포먼스 애널리틱스 등이 대표적 기능이다.

김준우 쟁글 공동대표는 “이번 지침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 복잡한 가상자산 회계처리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다”면서 “쟁글 ERP를 사용하면 온체인 데이터를 끌어와 수십 개의 가상자산 지갑이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회계처리 과정에서 반복 업무와 휴먼 에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블록체인 등 웹3.0 산업을 AI를 잇는 미래 먹거리로 지목, 향후 현명한 가상자산 투자 방향타와 현재까지 이렇다 할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제도적 한계점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비트코인을 앞세워 가상자산 시장이 불장입니다. 과거 광풍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2017년 1차 비트코인 광풍과 2020년 2차, 그리고 지금의 황금기를 비교하면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거대한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 기술이 그저 기술에 머물지 않고, 기반 기술이 되기까지 고도화 작업이 필요했어요. 인터넷, 모바일이 그랬죠.
두 번째로는 그 기술에 대한 해석과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하고요. 이후에는 이 기술이 실제로 활용될 때 이것을 사용할 줄 아는 대중적인 학습이 뒤따라야 해요.

이 과정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죠. 블록체인 기술도 그런 시간들이 필요했던 거 같아요. 이제는 그 테스트 단계를 넘어서 안정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서비스를 증명해내야 하는 시기죠. 과거에는 그저 블록체인을 이야기하면 그저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질문들만 나왔다면,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대체불가토큰(NFT)을 발급하기도 하고,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들을 적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가 2022년부터 어돕션(Adoption)이란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현재 산업 전반에 웹3.0 도입과 결과 창출을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비즈니스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겠다 싶어서입니다.”

‘다가올 미래 vs 투기’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재 시장을 어떻게 보시나요.
“가상자산 시장도 모든 투자 시장이 그렇듯이 기대감이 반영되죠. 비트코인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광풍이 불었던 2017년도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가격의 변동성도 컸죠. 단,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시간 내내 대중의 관심은 가변적이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꾸준히 발전했다는 것이죠.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전되지도 않았고, 서비스가 갑자기 고도화된 것도 아니에요. 물론, AI나 다른 기술들과는 달리 이 블록체인의 경우 핵심 기술 중에 하나가 자산 발행 기술이라고 표현하는 토크니제이션(tokenization)이 가능했던 탓에 기술이 무르익기도 전에 유독 투자나 투기 관점에서 이 기술을 과도하게 보는 상황이 생긴 점도 사실입니다. 대신 토크니제이션 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내용이라든가 분산 네트워크 발전성, 보안성에 대한 것들은 그만큼 빨리 가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죠.”
[big story]한국 가상자산 비즈니스, 골든타임 놓칠까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법)이 오는 7월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웹3.0 업계의 규제 환경이 명확해지면서 다양한 변화들이 예상되는데요.
“우선 이번 7월 19일에 시행되는 가상자산법 같은 경우는 애초 취지대로 이 시장에서 투기나 사기 등 잘못되고 있는 행위들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잖아요. 관련해서 선의의 노력들이 발현될 수 있고 이 시장에 오도되지 않기 위한 차원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죠. 어떤 사업이 실질적인 산업 변화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 그저 ‘투자자’, ‘이용자’를 보호하는 측면만 강조되면 그 산업 자체가 발전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기술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이뤄져야 하고,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해요. 지금 정부에서 하고 있는 가상자산법은 기본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생겨서 나타난 부정적인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달리 말하면 마이너스가 생긴 부분들을 0으로 되돌려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규제 방향이죠. 문제는 이 산업의 플레이어들은 기존의 마이너스를 0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했다기보다 이 기술을 활용해서 기존에 없었던 플러스를 만들어내려고 존재하거든요. 새로운 기술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내고 이를 우리 삶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자 하는 게 바람일 겁니다. 아쉽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노력들을 하는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일본을 보더라도 전 정부 차원에서 웹3.0을 AI만큼이나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어요. 그에 따라 기업들도 ‘어디까지 무엇을 할 수 있구나’라는 이야기들이 이뤄지고 다양한 시도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또한 일본에서는 벤처캐피털 같은 곳들이 토큰에 직접투자를 하거나 보유하는 게 허용이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의 법인 보유가 전혀 안 돼 불가하게 돼 있고 사실 거래소나 일부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빼고는 사업 영역도 아직 정확하게 허용 여부에 대한 정의가 안 돼 있는 상황이다 보니 기업들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근간이 그냥 없는 상황이죠. 가령, 블록체인 게임 같은 경우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만들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플레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지금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걸 제외하고는 ‘우리가 어디까지 시도해도 되는 건지’, ‘뭘 하면 문제가 없는 건지’에 대한 가이드가 안 돼 있다 보니까 행여나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온전히 리스크를 책임져야 하는 형태가 아쉽습니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글로벌 선두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뒤처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노력이 없다면 수년 후에 한국은 웹3.0에 대한 주도권을 잃게 될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향후 어떤 웹3.0 기술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과거 모바일도 그랬고 현재 AI 역시 초기 기술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가면 결국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투자 테마로서 가치가 있잖아요.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예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그간 보여준 것들도 많지만 두 기술의 빈 구석도 있거든요. 그 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주자를 탐색하는 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고 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쓰였을 때 그 기술을 활용해서 또 한 번 발전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이 어느 영역인지 고민해야겠죠.

저는 몇 년 전부터 그 분야 관련 게임 산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 있는 대표적인 게임사들도 거의 대부분이 다양한 웹3.0 방식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죠. 또한 어떤 커뮤니티와 고객 로열티 관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고유의 커뮤니티를 갖고 싶다’고 얘기는 하지만 그 커뮤니티의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등을 통해, 혹은 NFT 기술, 그리고 토크니제이션 기술을 통해서 그 커뮤니티라는 것들을 더 명확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만큼 관련 산업이 주목됩니다.”

-쟁글 ERP는 어떤 서비스이고, 향후 계획이 있다면요.
“저희는 그간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등 웹3.0 산업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무슨 서비스가 필요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왔었습니다. 만약 저희가 이 상품을 2~3년 전에 냈다면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NFT나 웹3.0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기업들 자체가 별로 없었거든요. 정보를 얻을 곳 자체도 없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처음엔 공시·평가 서비스 쟁글을 출시하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메인 서비스로 운영해 왔습니다. 투자 유치, 경영진 변동 등 토큰 발행사의 주요 사업 내용과 토큰 유통 계획 등을 투자자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죠.

그러다 이제 그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제도권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잖아요. 기업들이 토큰을 다루거나 보유를 하거나 했었을 때 신고하거나 제도권 내에서 해야 되는 의무 사항들을 지키기 위해서 수행해야 하는 툴이나 서비스가 준비되지 않은 거예요. 기업들이 주변의 어떤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업 내부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하면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영역을 정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저희가 찾고 그것을 소프트웨어 형태의 프로덕트로 만들어낸 게 쟁글 ERP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서 가장 선두적으로 삶의 향상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상품을 출시한 만큼 이 서비스를 쓰는 기업들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