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빅데이터
신사역 상권 세대교체?...가로수길 vs 세로수길
골목길 상권보다 대로변 상권이 더 유망하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적어도 가로수길 상권에서는 그렇다. 도산대로와 압구정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가로수길은 한 블록 안쪽에 위치한 골목길, ‘세로수길’ 상권에 신사역 대표 상권의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포털사이트에서 가로수길의 연관 검색어를 찾아보면 ‘공실률', ‘침체'가 발견되는 반면, 세로수길은 ‘핫플’ 키워드가 빠짐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신사역 상권을 데이터로 살펴보려고 한다.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가로수길과 세로수길 상권의 월평균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세로수길의 매출 규모는 최근 5년 동안 줄곧 가로수길을 앞서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도 가로수길 상권의 연 매출 규모는 916억 원으로, 세로수길 상권(1135억 원) 대비 80% 수준에 머물렀다. 두 상권 모두 코로나19 시기(2020~2021년) 크게 매출 타격을 입었지만 가로수길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간신히 회복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세로수길은 코로나19 이전 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신사역 상권 세대교체?...가로수길 vs 세로수길
가로수길 vs 세로수길, 업종별·월별 매출 차이는
지난해 가로수길·세로수길의 전년 대비 업종별 매출 증감 데이터를 살펴보면 두 상권의 차이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가로수길은 매출 비율이 가장 높은 의료 업종이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반면, 외식업과 소매 업종의 매출이 줄었다.

외식업 매출 비율이 높은 세로수길은 외식업 매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소매(-32%)와 교육(-37%) 업종이 크게 감소하며 외식업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두 상권의 업종별·월별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의료 비율이 높은 가로수길 상권은 대학교 종강시기와 10대들의 방학 시즌, 그리고 직장인의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성형외과 수요가 높아지는 한여름과 한겨울에 매출이 높은 편이다. 이와 달리 외식업 매출 비율이 높아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세로수길 상권은 날씨가 따뜻한 봄철 매출 비율이 높은 차이를 보인다.

, 세로수길 상권은 연말에 외식업 매출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의료 매출 비율이 현저히 낮아 전체 매출은 봄과 비교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신사역 인근에 창업할 고려 중인 예비 창업자라면 해당 상권의 의료 업종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을 고려해 의료 업종의 매출 추이도 함께 봐야 한다.
신사역 상권 세대교체?...가로수길 vs 세로수길
상권의 큰손으로 떠오르는 소비자는
가로수길과 세로수길 상권의 큰손은 누구이며, 이들은 어떤 날에 방문을 하는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상권의 핵심 구매층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가로수길의 매출 비율은 50대 여성이 가장 높은 반면, 세로수길은 20대 여성 비율이 제일 높았다. ‘MZ(밀레니얼+Z) 세대’의 주축인 2030세대 비율도 가로수길이 40%에 그쳤지만 세로수길은 63%에 달한다. ‘MZ 핫플’이라는 말이 더 이상 가로수길에 붙지 않고 세로수길에 붙는 수식어가 됐다는 사실이 데이터를 통해서도 드러난 것이다. 성별 매출 비율로 봐도 가로수길(남성 46%·여성 54%)에 비해 세로수길(남성 38%·여성 62%)에서 여성 매출 쏠림이 두드러졌다.

한편, 두 상권 모두 토요일 점심시간 매출이 가장 높았지만 가로수길은 평일과 일요일 간 격차가 큰 반면, 세로수길은 평일과 일요일 매출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 비율이 높은 세로수길의 저녁 시간대 매출이 가로수길에 비해 점심시간 대비 감소 폭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신사역 인근 상권의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매출 히트맵 추이는
오픈업의 고객 탐색 기능을 활용해 신사역 인근 상권의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 매출 히트맵(heat map: 열을 뜻하는 ‘heat’와 지도를 뜻하는 ‘map’을 결합시킨 단어로, 색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일정한 이미지 위에 열분포 형태의 비주얼한 그래픽으로 출력하는 것이 특징)을 비교해봤다. 대체로 가로수길보다 세로수길 상권의 히트맵이 조금 더 진하게 나타났다. 가로수길은 저녁시간에 매출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고, 세로수길 상권은 신사역에 가까운 매장일수록 저녁시간에도 견고한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신사역 상권을 대표하던 가로수길 상권이 지고 세로수길 상권이 확실하게 자리 잡으며 신사역 상권의 판도가 세로수길 쪽으로 상당수 기울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상권 간 특성도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만큼 해당 지역에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창업가라면 희망 업종의 최적 입지가 어느 곳일지 보다 면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오너(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