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결핵 있는 사람 있어요?” 결핵은 과거에 사라진 질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표적인 결핵 후진국으로 꼽힌다. 결핵이 의심된다면 빠르게 진단 받아 꾸준히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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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2주 이상 지속되면 결핵 의심을
결핵은 ‘옛날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결핵 환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신규 결핵 환자는 1만6264명으로 전년 1만8335명 대비 11.3% 감소했다. 국내 결핵 신규 환자 수는 2011년 3만955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연평균 7.8%씩 감소하며 지난 11년간 58.9% 줄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표적인 결핵 후진국으로 꼽힌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은 1위, 사망률은 3위를 차지한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한다. 결핵균은 전염성 있는 결핵 환자가 기침했을 때 비말(침방울)을 통해 공기 중에 나오게 되는데, 이때 떠도는 결핵균을 다른 사람이 코, 입 같은 호흡기로 들이마셔 폐까지 도달해 발생한다. 다행인 것은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결핵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체내에 잠복해 있으면서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 약 90%는 평생 발병하지 않는다. 나머지 약 10% 중 절반 정도는 1~2년 내 증상이 나타나고, 나머지 절반은 10년 이상 지난 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노인 결핵 환자 증가세
결핵균이 활성화해 결핵이 되면 우리 몸의 영양분이 소모되고 조직과 장기가 파괴된다. 따라서 결핵을 앓고 있는 환자의 상당수는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어지며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무력감이나 쉽게 피로를 느끼고 기운이 없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것도 일반적인 증상이다. 체중이 감소하고 미열이 있거나 잠잘 때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다만 결핵 초기에는 기침 외에 위와 같은 증상들이 없다. 따라서 대부분 감기약을 복용하거나 방치한다. 그러나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단순 감기가 아니라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

결핵균이 침범한 장기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폐결핵의 경우 70~80%의 환자에서 기침과 객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신장 결핵이면 혈뇨(hematuria)와 배뇨 곤란, 빈뇨 등 방광염의 증상이 나타나고, 척추 결핵이면 허리에 통증을 느끼고, 결핵성 뇌막염이면 두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결핵 발생의 특징은 노인 결핵 환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22년 65세 이상 노인 결핵 신환자율 10만 명당 100.6명은 65세 미만 신환자율 10만 명당 17명 대비 5.9배 높은 수준이다.

1950~1960년대 영양 결핍과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서 많은 국민이 결핵균에 노출된 것이 현재 노인 결핵 환자 증가의 원인이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이 잠복결핵 감염 상태이고,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 도래로 발병 고위험군이 증가하고 있다.

빠른 진단과 치료 중요

결핵이 의심돼 병원을 찾게 되면 우선 결핵 환자와의 접촉 유무를 확인하고 흉부 엑스선(X-ray) 검사를 진행한다. 결핵이 의심되는 소견이 보이면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인지 확인하기 위해 결핵균 가래 검사를 진행한다.

결핵균 가래 검사는 현미경으로 보는 도말검사법, 균을 키워 확인하는 배양검사법, 결핵균 유전자를 확인하는 결핵균 PCR 검사법 세 가지가 모두 진행된다. 결핵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6개월에서 12개월가량이 소요된다. 다제내성결핵은 치료 기간만 2년 가까이 소요되기도 한다.

결핵의 약물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제를 규칙적으로, 정해진 기간에 복용하는 것이다. 결핵 치료제를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결핵균이 약에 반응하지 않는 다제내성결핵으로 악화돼 치료 성공률이 50~60%로 떨어지고 사망 위험 역시 높아진다. 결핵은 어떤 경우에도 빠른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핵균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 결핵예방백신(BCG)을 접종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후 1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BCG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BCG를 접종받으면 결핵 발병률이 약 5분의 1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핵은 공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질환이다.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진단 전까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 결핵균이 공기 중에 퍼져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스크는 KF80 이상의 고성능 마스크가 아닌 일반 보건용 마스크 정도로도 공기 중 감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결핵은 감염병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환자와 접촉한 가족이나 주변인은 결핵균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 전염력이 있는 결핵 환자와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던 ‘밀접 접촉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보건소 등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한 명의 결핵 환자가 10명을 접촉하면 3명 정도가 잠복결핵 상태가 된다. 잠복결핵 감염자의 10%는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한다. 나이가 많거나 특정 질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성 결핵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 잠복결핵 감염은 결핵균에 감염돼 체내에 소수의 살아 있는 결핵균이 존재하지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으며, 증상이 없고, 항산균 검사와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를 말한다.

잠복결핵 치료하면 최대 90% 예방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잠복결핵 감염자 중 치료를 하지 않은 사람은 약 12.4배 결핵이 더 발생하고, 치료할 경우 최대 90%까지 결핵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당장 결핵균이 활성화돼 전파를 하는 것도 아닌데, 잠복결핵 치료가 꼭 필요한 걸까.

전염성 결핵 환자와 접촉했거나 집단시설(의료기관·산후조리원·학교·유치원·어린이집·아동복지시설 등)에 근무 중인데 잠복결핵 상태라면 선제적으로 치료를 한다. 잠복결핵 감염 치료비는 산정특례(건강보험 재정)로 적용해 본인부담금을 모두 지원한다.

다만 만성질환이 있거나 65세 이상에서 잠복결핵 감염 치료를 할 때는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권고하고 있다. 결핵 치료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잠복결핵보다 더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결핵 치료를 하지 않고 추적 관찰을 한다.

치료는 리팜핀제제 4개월 요법 혹은 이소니아지드·리팜핀제제 3개월 요법을 권고하고, 이소니아지드제제 9개월 요법도 선택적으로 고려한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