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급변하는 인도의 최대 경쟁력 중 하나는 단연 ‘디지털 전환’이다.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폭증함에 따라 디지털금융이 가능해지면서 ‘신용(credit)’시장이 꽃을 피우게 된 것. 인도의 디지털 인프라는 얼마나 더 큰 황금알을 낳게 될까

[스페셜] 뭉칫돈 몰리는 인도 펀드

② 김민수 CMK투자자문 대표
“스마트폰 인구 6억 명…‘디지털 경제’로 광속 탈바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디지털 경제로 탈바꿈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인도다. 인도는 2015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시작한 이후, 인도 국민 대다수가 간편결제부터 은행 업무, 배달, 쇼핑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모디 총리가 발표한 ‘디지털 인디아’ 정책은 인도 전역을 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함으로써 금융소외층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소외층이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지원을 디지털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게 골자다.

디지털이 바꾼 10억 금융 시장

주요 정책으로는 전 국민 디지털 ID카드 발급 완료(아다하르·Aadhar), 정부 주도하의 모바일 결제 표준 방식(Unified Payments Interface·UPI) 보급 확대, 민간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주도로 전 국민의 인터넷 데이터 접근성 확보가 있다. 특히 UPI 보급 확대와 인터넷 데이터 접근성 확보가 인도 소비재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UPI는 인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통합 결제 인터페이스다. 2023년 3월 기준 399개 은행과 연결돼 있으며, 은행계좌만 있으면 손쉽게 가입이 가능하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스마트폰 OTP만 인증하면 휴대전화번호로 등록돼 있는 은행계좌가 자동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상대방의 휴대전화번호나, QR코드만 있으면 손쉽게 송금이 가능하다.

김민수 CMK투자자문 대표는 “인도에는 10억 명에 달하는 금융소외층이 존재한다. 이들 대다수가 신용등급이 없었다. 2018년 말 기준 인구 2억6000만 명 정도만 신용등급을 보유했을 정도”라면서 “모디 총리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바탕으로 성장한 인도의 핀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은행과 거래조차 하지 못하던 10억 명의 금융 소외 계층을 소비자로 끌어들였다. 매해 1억 명 이상이 새롭게 신용등급을 취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실제로 이미 인도에서는 채소를 파는 노점상 할머니들도 신용카드가 아닌 QR코드로 결제를 할 정도”라며 “그만큼 인도는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뛰어넘어 현금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 사용자의 급속한 증가, 스마트폰 보유율 증가도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7년 10%대였던 인도 인터넷 보급률은 2021년 말 60%를 넘는 수준으로 늘었고,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같은 기간 1억 중반에서 5억4000만 명으로 증가했다. 2024년 현재는 약 6억 명으로,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매해 우리나라 인구수 이상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인도 내 스마트폰 보급과 인터넷의 대중화로 소셜미디어 이용자 수가 급증하면서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 인디아가 발표한 2020년 상위 TV 스트리밍 리스트에 한국 드라마들이 포함돼 있으며,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이 전년 대비 370% 증가했다.

김 대표는 “인도 내 인터넷 보급이 폭증함에 따라 K-팝과 드라마 등을 접하면서 한국 문화나 제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이커머스를 통한 한국 화장품 수요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유럽 최대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도 뷰티·퍼스널 케어 시장은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큰 세계 4위 규모의 시장으로, 2021년 시장 규모인 221억 달러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5.77% 성장해 2025년 29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대 중국과 빼닮은 인도 경제

김 대표는 또 “무엇보다 현재 인도의 전기전자(스마트폰 등), 백색가전,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시장이 중국의 2000년대와 유사하다. 중국의 경우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이러한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연간 두 자릿수씩 성장했는데 현재 인도 시장이 그렇다”며 “아직 내구소비재 보급률이 100%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소비·소득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따라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도 인도의 디지털 사회 전환이 내구소비재, 그리고 인프라 투자 성장으로 이어질 걸로 전망한다”며 “아다니 그룹 같은 인프라 투자,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디지털 통신과 이커머스, 내구소비재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중국과 차이점을 꼽자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라며 “해외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많이 걱정하는 게 지식재산권인데, 인도는 제조업 부흥을 위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서도 지식재산권 보호를 정확하게 명시했다. 이 점도 인도가 중국 못지않은 경제 대국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