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는 복잡하고 불투명했던 외환 서비스의 장벽을 어떤 방식으로 허물었을까. 최근 외화통장으로 환전 시장의 새 흐름을 만든 토스뱅크 FX 스쿼드를 만나봤다.

[금융가 혁신팀] 토스뱅크 FX 스쿼드(외환사업부)
(왼쪽부터 시계 방향) 조한기 매니저, 유지민 매니저, 김승환 PO, 김찬연 매니저, 김원재 매니저, 박정훈 매니저, 이신동 매니저, 임유진 매니저, 송아미 매니저, 임상택 매니저. 사진=서범세 기자
(왼쪽부터 시계 방향) 조한기 매니저, 유지민 매니저, 김승환 PO, 김찬연 매니저, 김원재 매니저, 박정훈 매니저, 이신동 매니저, 임유진 매니저, 송아미 매니저, 임상택 매니저. 사진=서범세 기자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환전 경험을 토스뱅크가 책임지겠습니다.”

최근 은행권에 ‘환전’이라는 화두로 뜻밖의 돌풍을 일으킨 팀이 있다. 지난 1월 외화통장을 선보인 토스뱅크 FX 스쿼드(외환사업부)다. 이 팀은 첫 외환 서비스인 외화통장을 선보이며 국내 금융권에서 유례없는 약속을 고객들에게 제시했다. 바로 ‘평생 무료 환전’이다. 달러, 엔, 유로 등 전 세계 통화를 사고팔 때 은행이 받는 환전 수수료를 평생 0원으로 책정해 세상의 모든 돈을 고객 누구나 자유롭게 사고팔도록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의 출발점부터 함께했던 김승환 프로덕트오너(PO)는 “다른 은행들이 돈을 벌고 있는 영역에서 무료를 선언한 만큼 어느 정도 관심을 끌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큰 주목을 받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환전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불투명하고 높은 수수료라고 봤다.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솔루션이 평생 무료 환전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의 무료 환전 서비스는 기존 고객이든 처음 가입한 고객이든, 거래 실적에 대한 특별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환전하기 위해 ‘수수료 우대 혜택’을 찾아다녀야 했던 과거와 달리, 많은 고객이 수수료 고민 없는 환전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싶다는 취지였다. 무료 수수료 정책은 비단 외화통장 내에서 외화를 사고파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외화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해외 결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 또한 모두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또 토스뱅크 애플리케이션에서 ‘부족한 돈 자동 환전’ 기능을 켜 두면 외화통장의 잔액이 부족해 결제나 출금을 못하는 일도 없다. 원화 통장에서 실시간으로 무료 환전을 해주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의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두고 “지속 가능한 구조인가”, “역마진이 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만큼 은행권의 기존 상식을 뒤엎는 결정이었다는 방증이다. 토스뱅크도 평생 무료라는 약속을 못박을 생각을 처음부터 가졌던 것은 아니다. 프로모션 형태로 3~6개월씩 100% 우대 환율을 제공하되, 계속해서 프로모션을 연장하면 되지 않겠냐는 게 최초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단순 프로모션으로 무료 환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임팩트가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PO는 “누군가 ‘6개월마다 연장할 거라면, 차라리 평생 무료로 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때부터 평생 무료 환전을 꼭 도입해야겠다는 생각 아래 서비스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물론 평생 무료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전제에 대해 팀 내 반대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FX 스쿼드 팀원의 절반 정도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탓에 선뜻 이 방향성에 찬성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쉬운 길이 아닌 도전을 택한 것은 무엇보다도 팀의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과 외환 시장 고객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 때문이다.

김 PO는 “외환 영역은 금융에서도 굉장히 난도가 높은 영역이다.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데, 우리 팀이 외환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면서 “스스로 전문가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의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외환의 복잡한 부분을 고객이 스스로 해결하라고 할 게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말 고객 관점에서 선한 의도로 시작했다. 고객이 매번 금융사 앱에 들어가서 환전 수수료를 비교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공부해야만 하는 환경이 아쉽다고 느꼈다. ‘이건 정말 우리만 할 수 있는 서비스다’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오히려 더 자부심 있게 일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외 은행과 API 연동, 조달 비용 낮춰

그렇다면 무료 환전 구조를 지속할 수 있는 토스뱅크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걸까. 김 PO는 대단한 영업비밀이 있다기보다는, 결국 좋은 조건으로 외화를 조달해 비용을 낮추는 단순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토스뱅크의 경우 글로벌 은행과 제휴를 통해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연동해 둔 상황이라 고객이 환전할 때마다 최소화된 비용으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다. 또 오프라인 영업점 없이 전산망으로 실시간 외화를 관리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도 비용 절감에 큰몫을 차지한다. 기존 시중은행과는 외화 관리의 비용 구조가 어느 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김승환 PO. 사진= 서범세 기자
김승환 PO. 사진= 서범세 기자
고객 반응에 보람…시중은행도 유사 서비스

서비스 출시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토스뱅크의 무료 환전 선언은 시장에 의미 있는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일단 국내 주요 은행의 행보에서 변화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여러 시중은행이 토스뱅크의 외환 서비스와 비슷한 형태의 환전 서비스를 연달아 내놨다. 그야말로 환전 시장의 혁신이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토스뱅크를 향한 금융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은 출시 105일 만에 계좌 수 100만 좌를 기록했으며, 누적 환전 거래량 5조8000억 원을 돌파했다.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팀원들을 놀라게 한 것은 고객의 직접적인 반응이다. 김 PO는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를 설명하는 유튜브 콘텐츠 댓글창에 ‘역시 토스니까 고객 중심적으로 서비스를 만드네’, ‘토스가 은행을 혁신하려고 하는구나’라는 반응들이 달렸다”며 “이 서비스를 출시한 것은 단기간에 큰 수수료를 벌려는 목적이었다기보다,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주고 싶다는 의도가 컸다. 우리의 의도를 알아주는 댓글을 보고 동료들과 함께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해외여행을 앞둔 환전족들뿐만 아니라 환테크 등 투자 차원에서 외화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점도 유의미한 변화다. 외환통장 준비 과정에서 FX 스쿼드가 가장 고민했던 지점도 외화 자산에 접근하는 고객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사용성이다. 김 PO는 “환전도 결국은 애셋을 사는 ‘투자’다. 국내 고객들이 가장 노출이 많이 돼 있는 투자 방식인 주식 거래 형태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상장 주식 리스트를 보여주듯 앱 내에 세계 각국 통화를 나열하고, 매수 혹은 매도를 눌러 손쉽게 환전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그는 “거기서부터 모든 환테크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말로 하기는 쉽지만,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디자인 안과 개발 스펙이 나왔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FX 스쿼드가 외화통장 서비스를 준비하고 출시 완료하기까지 본격적으로 몰입한 시간은 4개월여에 불과하다. 물론 크고 작은 사전준비 작업이 있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데 소요된 절대적인 기간이 길었다고 할 순 없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완전한 몰입을 통해 폭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토스뱅크 특유의 스타일이다. 단기간에 시장을 리드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 PO는 무엇보다도 팀원들의 탁월한 협업 능력과 몰입력을 꼽는다. 그는 “팀 동료들 모두 ‘이걸 해내면 시장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면 짜릿함을 느끼는 성향”이라며 “지난해 9월까지는 PO의 역할이 많았지만,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팀 동료들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양한 직무의 구성원이 한 스쿼드에 모인 애자일 구조도 빠른 실행력의 배경이 돼줬다.

투자·결제까지 가능한 슈퍼 서비스 꿈

토스뱅크 FX 스쿼드가 꿈꾸는 넥스트 스텝은 무엇일까. 해외송금 등 토스뱅크 외환 서비스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업계에서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다만 FX 스쿼드의 구체적인 다음 플랜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 PO는 “모든 외환 서비스의 시작은 환전이다. 결국 환전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외환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선보이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외화통장에 집중했던 것”이라며 “외화통장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는 좀 더 다양한 역할을 은행 내에서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다양한 추가 서비스를 개발하며 수익성도 모색할 계획이다. 환전은 무료지만 다른 서비스는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김 PO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김 PO는 외환 시장의 ‘슈퍼 서비스’를 꿈꾼다. 그는 “외환 서비스를 이렇게 쉽게 풀어내고, 동시에 하나의 서비스(외화통장)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었던 것 같다”며 “외화통장 하나만 가입하면 무료 환전, 국내 송금, 해외 송금, 주식 투자, 환테크, 해외 결제, 그리고 제가 아직 모르는 영역의 외화 서비스까지 모두 할 수 있는 슈퍼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게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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