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업계 최초로 엔터테인먼트사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사례가 생겼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하이브(HYBE)다. 현재 하이브는 전무후무한 내홍을 겪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CEO 빅데이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재벌 총수 된 방시혁 의장, 위기 속 리더십 ‘시험대’
하이브의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이 최근 대기업 총수로 이름을 올렸다. 하이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방 의장도 ‘재벌 총수’(동일인)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 K-팝 산업을 포함해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첫 사례다.

특히 하이브 지분 31.57%를 보유한 방 의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보다 보유 주식 재산이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브의 코스피 상장 3년 반 만에 재계 서열 10위권의 재벌 총수로 오르게 되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을 받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위명에 걸맞지 않게 그룹 내 전무후무한 내홍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최근 3개월간 방 의장 관련 뉴스데이터에서 추출한 주요 키워드를 짚어본다.


#대기업집단 #HYBE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업 주력 집단 중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하이브의 전신은 방 의장이 2005년 2월 설립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BTS의 전 세계적인 성공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2020년 10월 코스피에 상장한 뒤 2021년 3월 사명을 하이브로 바꿨다. 현재는 빅히트뮤직, 어도어 등을 포함한 하이브 계열사 15곳으로 구성돼 있다.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5조3000억 원으로, 대기업집단 기준인 5조 원을 넘겼다.


#재벌 총수 #평가액 #주식 재산 #개인주주

하이브 지분 31.57%(1315만1394주)를 가진 방 의장의 주식 재산 규모는 전체 재벌 총수 중 6위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방 의장의 주식 재산은 2조5447억 원으로 평가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에 이어 보유 주식 재산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문화·콘텐츠 업계의 개인주주 중에서는 가장 많은 주식 재산을 보유한 것이기도 하다.


#멀티 레이블 체제 #산하 레이블 #내홍 #민희진 대표 #경영권 분쟁 #뉴진스

업계에서는 하이브가 이처럼 빠른 시일 내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정도로 규모를 키운 배경으로 타 엔터테인먼트사와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꼽는다. 하이브는 2019년 쏘스뮤직, 2020년 플레디스·KOZ엔터테인먼트, 2021년 미국 이타카 홀딩스, 2023년 미국 힙합 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 라틴 레이블 엑자일 뮤직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현재는 하이브 산하에 다양한 레이블을 둔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민희진 대표를 주축으로 꾸려진 어도어는 멀티 레이블 체제 안에서 처음으로 인수·합병 없이 자체적으로 탄생된 레이블이다.

이 같은 멀티 레이블 전략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에서 하이브의 막강한 존재감과 사업 확장성을 돋보이게 해준 시스템이긴 하지만, 최근 이 시스템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는 아이돌그룹 뉴진스를 제작한 민희진 대표의 내부고발이다. 민 대표는 같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하이브 내에서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사 시스템에서는 여러 아티스트를 배출하더라도 내부 출혈 경쟁이 일지 않도록 전략적 판단을 한다. 반면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서는 일종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효과)이 일어나기 쉽다는 지적이다. 레이블 간 갈등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인 하이브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이브를 둘러싼 여러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로 지정된 방 의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동일인이 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익 편취 규제를 받게 된다. 하이브 내 주요 경영 사항과 그룹 지배구조도 본격적인 감시의 대상이 된다.

그간 하이브는 민 대표와 ‘경영권 찬탈 의혹’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 왔다. 최근에는 민 대표의 해임을 추친하려 했지만, 법원이 민 대표의 손을 들어주며 급제동이 걸렸다. 민 대표가 ‘하이브의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냈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 사유나 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와) 타협점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 누굴 위한 분쟁인지, 무엇을 얻기 위함인지 잘 모르겠다. 대의적으로 어떤 게 실익인지를 생각해서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선택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하이브를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건네기도 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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