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국면이자 물가 하락의 끝이 가늠되는 국면이며 엔비디아의 이익 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이다. 어떤 형태의 변곡점이 나타날 것인지 몇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마켓리더의 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12일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 AFP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12일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 AFP
“우리의 에피소드가 찬란하게 막을 연다/ (…) 참 예쁜 얘기로 시작/ (…) 우리의 에피소드가 결말에 가까워져 가 곧 새드엔딩이다.” (이무진 ‘에피소드’ 중)

올해 하반기를 앞두고 투자 전략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기가요 한 구절을 흥얼거리고 있다. 물가를 화두로 시작했던 주식 시장의 이번 사이클이 변곡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사이클은 2021년 여름 물가 상승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반영하며 시작됐고,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던 2022년 가을을 저점으로 주식 시장은 반등을 이어 가고 있다.

전반부의 주연이 ‘물가’였다면 후반부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까지 지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의 출현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를 사상 최고로 이끌었다. 엔비디아의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후반부의 주인공은 지금도 열연 중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는 국면, 물가 하락의 끝이 가늠되는 국면, 엔비디아의 이익 모멘텀이 둔화되는 국면이 이번 하반기다. 어떤 형태의 변곡점이 나타날 것인지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지난 1월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지난 1월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물가·경기·금리’ 세 가지 시나리오

첫째 기본 시나리오, 물가는 꾸준히 안정화되면서 경기 둔화 역시 완만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주식 시장은 지금과 같은 박스권을 유지하면서 개별 이슈인 삼성전자의 분발, 밸류업 프로그램 활성화 등에 따라 상하단을 테스트할 수 있다.

기준금리는 인하되겠지만 중립금리에 대한 논쟁을 거치며 예전 저금리 시대로의 회귀가 불가능함이 받아들여지고, 새로운 금리 수준에 걸맞은 자산 가격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는 실적 모멘텀을 기반으로 한 주도주의 순환매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둘째 시나리오는 경기가 급락하면서 물가 하락과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하를 초래하는 것이다. 주식 시장은 박스권 하단을 이탈하는 새드엔딩이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고용 여건 둔화, 소비 위축, 기업 투자 지연이 확산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안도하기 이전 차익실현에 따른 주식 시장 조정이 나타날 것이다.

셋째 시나리오는 물가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커지고 경기 둔화 역시 완만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주식 시장이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는 반가운 시나리오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주거비, 보험료 등은 하락할 것이며, 유가 역시 전년비로 보면 8~10월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난다. 경기가 지탱되면서 물가 정체에 따른 경계감이 해소된다면 지난해 연말과 같은 주식 시장의 강한 상승을 이끌 수 있다. 고금리의 후유증으로 저평가 국면에 있는 가치주들의 재평가(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상승)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변곡점 향하는 증시 사이클…해피엔딩으로 끝날까
경기순환 업종의 주가 특성 주의

주가는 기업 실적과 기본적으로 흐름을 같이 한다. 이익 흐름이 장기간 추세를 보이는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주기적인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와 같은 경기순환 업종 비중이 높은 국내 주식 시장이 그에 해당한다.
기업 실적의 저점 이전에 주식 시장 반등이 시작됐듯이 기업 실적의 고점 이전에 주식 시장의 하락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하반기에는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이닉스의 2024년 영업이익 전망은 3월 15조 원에서 4월 19조 원, 5월 23조 원으로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향 조정이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2025~2026년 전망치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이익의 방향성과 모멘텀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하반기 주식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미국 대선으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식 시장에 부담을 줄 거라는 우려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해 주식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결과의 예측이 어려운 만큼 한 방향으로의 쏠림을 경계하는 선에서 대응하는 것이 좋다.
다른 하나는 국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다. 기본 시나리오는 2025년 시행이므로 연말로 갈수록 국내 주식 시장에는 부담 요인이다. 다만 주식계좌 보유자가 1400만 명이 넘는 시대에 야당 역시 정치적 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고 정치권이 선제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가서야 결론이 날 수 있다.

유상록 아샘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