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서울 집값이 회복 흐름을 탄 가운데 가격 상승 폭이 높은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강북 한강 변에 위치한 마포구와 성동구다.

[부동산 이슈]
공덕오거리 일대. 사진=서범세 기자
공덕오거리 일대. 사진=서범세 기자
서울 마포구와 성동구 중 어느 곳이 가장 많이 오르는 지역인지는 집계 기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5월 KB부동산 월간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비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마포구였다. 마포구는 지난해 12월보다 올해 5월 아파트 가격이 0.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가 0.24%로 그 뒤를 따랐다. 5월 한 달로만 봐도 마포구와 성동구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각각 0.31%, 0.2% 오르며 서울 시세 상승을 이끌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선 성동구 집값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성동구는 5월부터 6월 둘째 주까지 주간 아파트 매매 변동률이 가장 높은 자치구였다. 이 기간 동안 5월 둘째 주를 제외하면 0.1%를 밑돈 적이 없었다. 마포구 역시 서울 평균을 계속 웃돌며 전체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마포와 성동은 부동산 시장에서 용산과 함께 일명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 일컬어진다. 강남 한강변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있다면 강북에는 마·용·성이 있는 셈이다.

마포와 성동은 다른 핵심 지역과 달리 최근 규제 완화 정책의 수혜지로 꼽힌다. 강남3구와 용산은 여전히 투기과열지구로 남아 있어 주택담보대출 시 엄격한 규제(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완화 정책만으로는 현재 마포와 성동의 인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계속 미뤄지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단지 규제가 풀렸다고 선뜻 가격이 비싼 서울 중심지 아파트 거래가 늘어나긴 어렵다.
‘누가 더 오르나’ 상승률 1위 경쟁하는 마포·성동
현재 마포와 성동 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는 이들은 실거주 주택을 찾는 기존 대기 수요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2015년 사이 본격화한 지난 부동산 상승기부터 마포와 성동 지역은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 선호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금리가 급등한 2022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일부 조정된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세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이들 대기수요 일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어느 지역이 많이 올랐는지는 통계 발표 기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서울이 핵심지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전세와 매매 가격 간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가 매수에 나선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대 재개발로 ‘천지개벽’

고성장 시대 서울로 물밀듯 몰려온 인구는 구도심의 난개발을 부추겼고, 마포와 성동구 금호동·왕십리 지역은 판자촌이 생기며 서울에서 낙후한 주거지로 손꼽혔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정부의 도시개발계획에 의해 이들 지역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와 서울시는 노후 주거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심화하던 강남권과 비(非)강남권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방편으로 시내 곳곳에 뉴타운을 지정했다.

2002년 기존 재개발·재건축과는 다른 정비 방식인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계획이 처음 발표됐다. 당시 상왕십리와 하왕십리 일대에 위치한 왕십리뉴타운은 은평·길음뉴타운과 함께 시범지구로 지정됐다. 이듬해에는 마포 핵심 입지인 공덕과 아현, 염리동 일대가 아현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이후 신규 브랜드 아파트 타운으로 거듭난 마포 아현뉴타운과 성동 왕십리뉴타운은 용산구 한남뉴타운,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과 함께 서울 강북을 대표하는 뉴타운으로 자리 잡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재개발·재건축 특성상 이들 뉴타운 사업은 진행이 더뎠다. 그러다 10년이 훌쩍 지난 2014년부터 대단지 입주가 본격화하며 주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때마침 서울 부동산이 상승기에 접어든 데다 그동안 공급이 부족했던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경. 사진=민보름기자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경. 사진=민보름기자
특히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흔히 ‘마래푸’라 불리는 3885세대 규모의 아파트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마래푸는 마포 부동산 시세를 이끌며 지역 가치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해당 단지를 탄생시킨 아현뉴타운에선 그 전에도 브랜드 아파트인 공덕삼성래미안이 1~5차까지 입주하며 인기를 모았다. 그중 공덕삼성래미안 5차는 2003년 뉴타운 지정, 2004년 기본계획 승인 이후인 2006년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실질적인 ‘아현뉴타운 1호 단지’로 2009년 164대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 흥행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3세대 아파트’로서 특화 조경과 주민공동시설(커뮤니티)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데 있다. 단지 면적의 41.5%에 조성된 특화 조경 또한 평이 좋았다. 지금의 명성이 생기기까지 서울 부동산 상승기 초입에 마포에서 가장 신축인 대단지 아파트였던 점도 작용했다. 상승기에는 매물이 많이 나오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손바뀜이 빨리 일어나면서 가격 역시 빠르게 오른다.

왕십리뉴타운에선 왕십리 2구역 재개발사업을 통해 지어진 ‘텐즈힐 2단지’가 2014년 6월 먼저 입주를 시작했다. 약 1년 후에 입주한 ‘텐즈힐 1단지’까지 텐즈힐 아파트의 규모는 총 2850가구에 달한다. 텐즈힐은 단지 내에 숭신초등학교가 있는 일명 ‘초품아’ 단지이며 같은 시기에 입주한 마래푸와 마찬가지로 주민공동시설과 조경으로 주목받았다. 2016년 11월에는 2529가구 주상복합단지 ‘센트라스’가 입주했다.

마래푸와 텐즈힐은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던 2011년 분양해 오랫동안 일부 타입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아파트가 다 지어지고 입주한 지난 상승기에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면서 분양 가격의 3배 수준인 3.3㎡당 5000만 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 옥수동, 금호동, 행당동에서도 각각 ‘래미안 옥수 리버젠’(옥수12구역),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금호15구역), ‘서울숲 리버뷰자이’(행당6구역) 등 재개발 단지들이 각 지역 시세를 이끌었다.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 전경. 사진=민보름 기자
‘고소득 맞벌이’ 상징된 마포

마포와 성동의 신축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린 새로운 상승기의 주거 트렌드는 신축 대단지, 한강변, 역세권, 직주근접이었다. 강북(CBD), 여의도(YBD), 강남(GBD)이 서울 3대 업무지구로 자리 잡으면서 고소득 직장인들이 이들 업무지구 접근성이 높은 곳을 선호하게 됐다. 서초구 반포동 새 아파트 시세를 3.3㎡당 1억 원으로 끌어올린 이 흐름으로 인해 강북 한강변인 마·용·성과 동작구 흑석동의 위상도 높아졌다.

특히 마포와 성동의 입지는 각각 여의도와 강북 도심, 강남에 인접한 직주근접으로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한강변에 위치해 강변북로, 한강 다리를 통해 서울 곳곳으로 이동하기가 편리하고 새 철도 노선 또한 늘면서 서북권, 강북권 대중교통의 허브 역할을 한 것이다. 이들 지역에는 그동안 도심에 부족하던 녹지가 공급되며 생활환경 또한 쾌적해지고 있다. 여의도와 강북 사이를 잇는 통로이자 부도심인 공덕역 인근은 이미 1993년부터 효성과 동서식품 본사 사옥 등이 입주했으며 서울서부지방법원, 서부검찰청, 마포경찰서 등 관공서도 밀집한 곳이었다. 공덕동, 마포동, 아현동, 용강동, 도화동 등 마포대로와 공덕오거리 일대는 일명 ‘동마포’라 불리며 마포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지하철 환승 노선도 점차 늘었다. 1996년에는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왕십리역 구간이 개통되며 여의도부터 마포, 광화문을 잇게 됐다. 2000년에는 6호선, 2011년 인천국제공항철도, 2012년 공덕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 구간이 개통되며 공덕역 인근은 쿼드러플 역세권이자 서북부 교통 허브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2008년부터 지하화 작업에 들어간 경의선 용산선 지상 철로는 ‘경의선 숲길’로 재탄생했다. 2010년 서울시는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용산구 효창동에서 마포구 연남동까지 이어지는 6.3㎞ 철로 부지를 50년간 무상 임대해 선형공원인 경의선 숲길을 조성했다. 경의선 숲길은 지상철로 갈라졌던 지역 간 단절을 해소하고 마포구에 부족한 녹지와 공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슬럼가였던 철길 근처 건축물 또한 신축, 리모델링 등을 통해 특색 있는 가게로 거듭났다.

이 같은 호재를 품은 아현뉴타운은 신규 주택·아파트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며 주택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 수요층은 소득과 대출한도가 높은 여의도, 강북 등지의 젊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이었다.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해 빠르게 직장으로 출퇴근할 수 있어야 아이를 돌보기 편하기 때문이다. ‘재개발’과 ‘신축’으로 뜬 마포 주택 시장 특성상 대장주 아파트의 라이벌은 빠르게 나타났다. 마래푸도 어느덧 입주한 지 10년이 돼 가기 때문이다. 마래푸를 추월한 아파트는 모두 더 새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현뉴타운 자체가 전체 76만여 ㎡ 규모로 워낙 크고 많은 구역이 위치한 데다 인근에서도 재건축·재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더 오르나’ 상승률 1위 경쟁하는 마포·성동
6월 16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마포구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시세가 높은 아파트는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로 나타났다. 3.3㎡(평)당 시세는 5748만 원이다. 일명 ‘마프자’로 불리며 새 대장주 취급을 받는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는 아현뉴타운 내 염리 3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다. 마래푸에 이어 1694가구 규모를 자랑하며 2021년 12월에 입주했으며 요즘 고급 아파트의 특징인 실내수영장이 커뮤니티센터에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아현뉴타운 아파트 중 2호선(이대역)이 가장 가까우며 대흥동 학원가도 도보로 이용하기 편리하다.

마프자는 입주도 하기 전인 2020년 12월 전용면적 84㎡ 타입이 20억 원에 거래됐다. 다른 서울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2022년 하반기에 가격이 하락했다가 최근 반등을 거듭하며 전고가에 근접하는 모습이다. 올해 5월 전용면적 84㎡ 타입은 19억5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동마포 남쪽 용강동에선 한강 조망과 염리초등학교 학군, 마포에서 귀한 평지 지형을 두루 갖춘 아파트가 아현동 대장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래미안 마포 리버웰’과 ‘e편한세상 마포 리버파크’ 2곳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부동산테크 기준 각각 3.3㎡당 5528만 원, 5475만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마포 아파트 시세가 높아지다 보니 길 건너 단지인 ‘신촌 그랑자이’는 단지 이름을 ‘마포 그랑자이’로 바꾸기도 했다.

도화동에 거주하는 한 직장인은 “동네에 여의도, 강북, 상암 등으로 출퇴근 하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배우자와 맞벌이를 해서 서울에 거주해야 하는 삼성전자 직원들도 인근에 출퇴근 셔틀버스가 정차해 동마포 인근에 많이 거주한다”고 말했다.

‘강남 키즈’ 이미지로 뜬 성동

성동의 ‘셀링 포인트’는 서울숲과 한강 조망, 강남이다. 서울숲을 중심으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속속 입주하고 있는 성수동 일대는 한강 조망과 ‘숲세권’을 두루 갖춘 신흥 부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북권 철도 허브, 왕십리역 인근에 위치한 행당동과 왕십리, 3호선이 정차하는 강남 맞은편 옥수과 금호동 등이 강남과 강북 도심 접근성을 무기로 젊은 수요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누가 더 오르나’ 상승률 1위 경쟁하는 마포·성동
6월 16일 기준 부동산테크에서 집계한 성동구 소재 3.3㎡당 시세 10위권 아파트는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성수동에 위치했다. 1위는 3.3㎡당 1억730만 원을 기록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였다. 성동구가 마포와 다른 점은 이처럼 초고층의 ‘하이엔드(high-end)’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공장지대로 알려졌던 성수동은 옛 뚝섬 경마장 부지에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 서울숲이 조성되면서 급격히 발전했다. 서울시는 공원을 조성하면서 일부 부지를 ‘뚝섬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분양했는데, 그중 특별계획구역Ⅰ이 고급 주상복합 ‘갤러리아포레’로 가장 먼저 지어졌다. 갤러리아포레는 2008년 분양 당시 3.3㎡당 4325만 원으로 역대 최고 공급 가격을 기록했으며 특정 기준 이상의 자산가들에게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해 화제를 모았다. 바로 옆 특별계획구역Ⅱ가 지금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이며 이들 단지가 한강변에 위치한 ‘트리마제’와 함께 고급 주거지를 이루고 있다.

3.3㎡당 시세에서 그 뒤를 잇는 강변동양, 한신한강, 청구강변 등은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속해 있다. 옛 성수공단의 배후 주거지였던 성수전략정비구역은 2009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뒤 초고층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성수동 인근에 위치한 장미아파트는 최고 5층 높이의 저층 재건축 단지로 이주까지 마친 상태다. 규모가 기존 173가구로 작은 편이지만, 인근 시세 상승에 발맞춰 올해 2월 전용면적 68㎡가 19억9000만 원에 실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수요자들은 이보다 시세가 저렴한 옥수동, 금호동, 왕십리, 행당동 등에 주목하는 추세다. 왕십리역 역세권 단지들은 기존 경의중앙선, 2호선, 5호선, 수인분당선이 지나던 왕십리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동북선 정차가 예정되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옥수동과 금호동 일대는 전부터 한강 너머 압구정 건너편이라는 의미로 ‘뒷구정’이라 불릴 만큼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일명 ‘강남 키즈’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알려질 정도로 젊은 실수요층이 많은 곳이다. 실거주 수요가 많은 만큼 이들 지역 역시 마포처럼 새 아파트의 인기가 높다.

민보름 한경비즈니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