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세원 투명성이 높아져 과거 소득세 누락에 때한 보완세라는 의미도 퇴색된 지 오래다. 오히려 높은 상속세가 가업 승계를 가로막고 기업 밸류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스페셜]도마 오른 상속세·종부세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한국경제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모두 기존 상속세와 종부세 체계를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국회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직후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고 중산층의 세금 부담 완화 차원에서 상속세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먼저 개편 논의에 불을 붙였다. 대통령실도 최근 종부세 폐지나 전면 개편, 상속세율 30% 수준 인하 등 큰 틀의 개편 방향을 내놓았다.

아직 여야의 입장 차가 큰 상황이지만 7월 말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우선 상속세 등 밸류업 세제 지원과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체크 포인트를 살펴본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최고 55%) 다음으로 높다. 상속세율이 마지막으로 개정된 2000년 이후 24년 동안 자산 가격은 급격히 상승했지만, 상속세율과 상속공제액은 요지부동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세원 투명성이 매우 높아져서 과거 소득세 누락에 대한 보완세라는 상속세의 의미는 이미 퇴색된 지 오래다.

이런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다. 상속세율의 인하(소득세율보다 낮은 30% 정도), 유산취득세 방식의 도입, 소득세와 상속세의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상속세 계산 시 이미 납부한 소득세의 공제, 배우자공제 등 공제액의 인상,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이 경우 실질적인 상속세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Check ① 최고 상속세율 30% 내외로 인하
24년만에 전면 개편 신호탄…상속세 어떻게 바뀔까
상속세는 그동안 자산 가격의 상승과 과세표준의 시가반영률이 높아짐에 따라 그 부담이 크게 늘어났으며, 생전에 소득세를 부담한 후에 남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돼 이중과세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소득세율보다 낮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높은 상속세 부담에 상속인들은 “국가가 최대 상속인이 된 것 같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상속세제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높은 상속세율이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상속세수가 1조 원 늘어날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0.63%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상속세율은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 시장 저평가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주가가 상승하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 기업을 키워 주가를 높이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 중 하나로 상속세제 개편을 들고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현 정부는 OECD 평균 상속세율인 26%에 비해 매우 높은 상속세율을, 소득세율 등을 감안해 30% 내외로 인하하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6월 한 방송에 출연해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그다음으로 유산취득세, 자본이득세 형태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로 외국에 비해 매우 높다”며 “OECD 평균이 26% 내외로 추산되기 때문에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 상속세 체계는 높은 세율로 가업승계에 상당한 문제를 주는데 여러 국가가 기업 상속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차후 기업을 더 안 하고 팔아서 현금화하는 시점에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전반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이번 세법개정안 내용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만일 세율 적용의 대상이 되는 과세표준 구간의 금액 증액도 함께 추진한다면 상속세 완화의 효과가 더 커지게 된다.

Check ② ‘유산취득세 방식’의 도입

상속세율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며, 상속세 합리화를 위해 언급되는 방안 중 대표적인 것이 현행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모든 상속재산에 대해 초과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이는 상속인 간 상속재산의 많고 적음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하게 한계세율을 적용해 상속세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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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 각자가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을 산출하게 되므로, 상속인이 다수일수록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 점은 현행 증여세 과세 방식과 동일하므로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 방식이 일치하게 된다.

간단히 상속재산이 60억 원일 경우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는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은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상속인일 경우 3명의 상속인이 20억씩 상속재산을 취득하게 되므로 상속세율은 40%가 적용돼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의 도입은 정부에서도 2022년10월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결성했으며, 최근 정부와 여당은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야당과 협상을 통해 세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빠르면 올해 세제개편안에 반영될 수도 있다.

Check ③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주식 평가 시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율(20%)이 적용돼 최고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기업의 최대주주에 대해 과도한 상속세를 부담하게 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는 영국, 독일, 일본 등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에서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특성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할증 또는 할인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할증율을 20%로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현행 최대주주 할증과세 제도는 그 실증적 근거가 미흡하므로 폐지하자는 의견에 대해 정부도 적극 검토 중인 상황이다.

Check ④ 밸류업 세제 지원과 가업상속공제 확대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본 모델을 참고해 도입한 정책이다. 핵심 내용은 상장사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 공시하고 기업 가치 개선 계획 등을 공표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목표는 기업이 배당의 확대 및 자사주 소각 같은 조치를 통해 저평가된 주식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24년만에 전면 개편 신호탄…상속세 어떻게 바뀔까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이익에 대한 주주 환원을 확대할 경우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세제 지원은 7월 세법개정안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사람이 사망하면서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줄 경우, 상속재산 중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현재 가업상속공제 대상은 평균 매출액이 5000억 원 미만인 중소·중견기업이며, 이 제도는 도입 이후 꾸준히 확대돼 왔고, 올해 세제개편안에서도 확대를 검토 중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로 인한 과도한 상속세 납부를 위해 회사 지분을 팔면서 경영권이 위협받으며 기업가들의 경영 의욕을 저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개편안과 관련해서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의 확대와 공제한도 확대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일반적인 기업에 대한 일괄적인 확대 방안 외에 밸류업 기업에 한해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투세 관련 시장전문가 간담회 후 백브리핑을 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한국경제
금투세 관련 시장전문가 간담회 후 백브리핑을 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한국경제
Check 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집합투자기구), 파생결합증권(DLS) 등의 소득 금액에서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양도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제도다. 소득 금액에서 국내 상장 주식, 주식형 펀드는 5000만 원을 공제하고, 그 외의 금융투자소득은 250만 원을 공제해주며, 금투세의 세율은 3억 원 이하 20%, 3억 원 초과는 25%를 적용하도록 했다.

금투세는 기존의 처분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매도 거래 시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대신에 소득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금투세는 당초 2023년 1월 1일 시행하기로 했으나, 여야 합의로 2년 동안 유예돼 2025년 시행하기로 했다.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는 세법 개정 전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매도할 수 있고, 국내 증시 투자에 대한 세후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게 돼 해외 증시로의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비과세이던 주식 매매차익이 과세로 전환됨에 따라 금융투자소득이 1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연말정산 시 인적공제인 부양가족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금융투자소득이 건강보험료 산정에도 영향을 미쳐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 등으로 인해 금투세 폐지에 대한 여론이 커지고 있어, 이번 세제개편안에 금투세 폐지가 포함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배남수 세무법인이담 대표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