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티브는 미술품 시장의 정보 비대칭과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미술작가·작품 정보 제공 서비스 아트픽하소를 개발했다. 미술 투자에 새롭게 관심을 갖고 진입하는 MZ세대 컬렉터가 주 타깃이다.

[금융가 혁신팀] 신한은행 사내 벤처 출신 ‘아르티브’
(왼쪽부터) 김준기·손우진 아르티브 공동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왼쪽부터) 김준기·손우진 아르티브 공동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요즘 어떤 작가가 인기 있는지, 내 취향에 맞는 작가는 누군지 손쉽게 알 수 있는 미술 정보 플랫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만들기로 했죠.”

신한은행에서 디지털 업무를 하던 두 직원이 미술 투자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신한은행 사내 벤처·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 ‘유니커스’를 통해 탄생한 벤처 팀 ‘아르티브’에 대한 이야기다.

사내 인큐베이팅 거쳐 독립 법인 분사

아르티브의 멤버는 김준기·손우진 아르티브 공동대표다. 미술품 시장의 정보 비대칭,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술 작가·작품 정보 제공 서비스 ‘아트픽하소’가 그들의 메인 비즈니스다. 2022년 유니커스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1년간의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신한은행 사내 벤처 팀 중 독립 분사까지 성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아르티브의 성공적인 사업을 돕기 위해 15% 수준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3년 내 은행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재채용 권한도 받은 상태다.

사실 두 사람의 공모전 도전은 2022년 유니커스가 처음이 아니다. 같은 대학 출신인 김 대표와 손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종종 뭉쳐 대외 공모전에 도전했고, 그 결과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도 갖게 됐다. 지난 2010년에는 신한은행 공채까지 나란히 합격해 직장 동료로 연을 이어왔다. 입사 이후 몇 년간은 은행 내에서 개최한 각종 공모전에도 함께 참여해 수차례 입상했다.

김 대표는 “공모전에 입상하는 것은 물론 좋은 기억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각자 업무가 바쁘다 보니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더라”면서 “하지만 이번에 입상한 유니커스는 실제로 사업화까지 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몇 년 만에 다시 뭉쳐 도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신한은행 블록체인셀에서 블록체인 사업 기획을, 손 대표는 신한은행 인공지능(AI) 유닛에서 AI 사업 기획을 맡았던 ‘미술 비전공자’다. 미술과는 다른 궤도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미술이라는 아이템으로 벤처 팀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신한은행이 서울옥션블루의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SOTWO)’와 제휴 서비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미술품 조각투자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미술 시장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면서 “미술은 마니아들의 시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진 작가나 중견 작가의 작은 그림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수준에서 접근이 가능하더라. 좋은 작품을 보면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관심을 갖다 보니 미술에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손우진·김준기 아르티브 공동대표가 최근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한 디퓨저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왼쪽부터) 손우진·김준기 아르티브 공동대표가 최근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한 디퓨저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SNS 데이터 기반으로 작가·작품 추천

그렇게 시작된 관심은 직접 갤러리를 찾아 미술품을 구입하거나 옥션을 통해 낙찰받는 경험으로도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순수한 재미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존의 미술 시장이 전통적인 VIP를 타깃으로 형성돼 있다 보니 김 대표처럼 새롭게 진입한 컬렉터 입장에서는 정보를 얻기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김 대표는 “어떤 신진 작가가 유망한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작가는 누구인지 궁금증이 생겼을 때 이 부분을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플랫폼이 없었다”며 “시장에 불편한 부분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해결해보자는 생각으로 데이터 기반 미술 플랫폼을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르티브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이름은 ‘아트픽하소’다. 현재 테스트 단계를 마무리하고 7월 정식 출시를 앞뒀다. 쉽게 말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지표를 기반으로 작가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분석·제시해주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거래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서비스 초기에는 SNS 팔로어 등 외부 지표를 주로 활용하지만, 플랫폼 사용자 수가 늘어 자체 데이터가 쌓일수록 보다 디테일한 추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대표는 “대형 갤러리에 소속돼 있지 않은 작가들은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면서 “작가들의 인기도와 작품 스타일을 사용자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해주는 게 중요하다. 수상 경력, 출신 대학 등을 단순히 제공해주는 것을 넘어, 해당 작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실제로 늘어났다는 지표를 플랫폼 내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타깃은 갤러리 중심으로 거래하던 전통적인 컬렉터보다는 이제 막 미술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젊은 컬렉터다. 30~40대 직장인들이 미술 작품을 수집하는 흐름이 코로나19 시기를 기점으로 늘어났고, 지금도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한창 붐이 일어나던 팬데믹 때와 비교하면 관심이 한풀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산 투자의 관점으로 미술 시장에 접근하는 젊은 층 수요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손 대표는 “미술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느낀다”며 “기존 미술품 비즈니스와 조각투자는 이미 많이 성장한 블루칩 작가를 위주로 소싱해 잘 팔리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반면 우리의 목표는 미술 시장에 새롭게 들어와 신진 작가에게 관심을 두는 MZ(M+밀레니얼)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들도 자신의 그림을 사주는 고객이 전통적인 VIP가 아니라 MZ세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값비싼 작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신진 작가의 좋은 작품을 구매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즐기는 게 MZ 컬렉터의 성향”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손우진·김준기 아르티브 공동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왼쪽부터) 손우진·김준기 아르티브 공동대표. 사진=이승재 기자
미술 매개로 수익 구조 확장도 고민

현재 김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손 대표는 작가 컬래버레이션 사업을 주업무로 나눠 맡고 있다. 두 사업 중 당장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아무래도 작가 컬래버레이션 쪽이다. 작가의 작품을 활용해 굿즈를 기획한 뒤 기업 간 거래(B2B) 혹은 일반 소비자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하는 구조다.

기업과 작가를 연결해주는 중개 업무도 가능하다. 기업 마케팅에 미술 지식재산권(IP)이 쓰이는 사례가 많은데, 기업이 작가와 컨택할 수 있는 공식 루트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 작가들과 1대1로 컨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결국은 자신들이 원하던 최적의 작품 IP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한 우리가 기업 니즈에 맞춰 작가를 연결해주거나, 함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기획하는 B2B 비즈니스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미술품 조각투자, 미술품 감정평가를 통한 대출 서비스 등으로 수익 구조를 확장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물론 당장 사업을 추진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김 대표는 “일단 올해는 플랫폼 사용자를 많이 확보하고, 좋은 작가와 작품을 많이 컨택하는 게 1차적인 목표”라며 “작가들의 전통적인 사업인 그림 판매를 함께하며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미술 시장은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다수의 은행이 관심을 두는 비금융 사업이다. 기본적으로 고액자산가의 니즈가 큰 시장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고객의 관심이 높은 사업인 만큼 아르티브도 추후 신한은행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은행 내에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미술 세미나 등의 행사가 워낙 많이 열린다”며 “자산가뿐만 아니라 매스(일반) 고객 대상으로도 미술 정보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존재할 것 같다. 향후 은행과 협업할 만한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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