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이 상승하면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대세 상승’을 확신하기는 힘든 분위기 속에서, 하반기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이슈]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매물 정보가 게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소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매물 정보가 게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 침체가 사회 전체의 경기 침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그만큼 주택 시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래서 지난 2년간 정부는 건설부동산 업계의 위기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금융권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총력을 다했다.

그렇다면 2024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퍼진 ‘4월 위기설’은 현실화하지 않았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금융 지원과 부동산 규제 완화로 반등할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상승하며 강세론자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금융과 ‘서울 불패론’ 등의 영향으로 실거주 수요가 탄탄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매수세가 늘었지만 ‘대세 상승’을 확신할 만한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년간 신규 공급이 부족했던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 상승이 나타날 뿐이었다. 특히 분양 업계에선 지방 미분양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시장은 하반기 예고된 ‘미국 중앙은행 발(發) 금리 인하’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공급자도, 수요자도 더 숨통이 트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분양을 기다리는 강남 유망주 단지들이 아직은 미지근하던 불씨를 지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그동안 너무 올라 버린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는 전처럼 가파른 상승세로 가는 길에 장벽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14~2015년 상승기 초입을 다진 갭투자는 그간 벌어진 매매가와 전세가 사이 갭을 메우기에 아직 역부족이다.

정부 역시 최근 집값 상승 조짐에 대해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일 뿐 추세적 상승은 아니다”라며 시장을 진정시켰다. 그간 정부는 부동산 PF 위기를 진화하는 한편, 실수요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부분적인 규제 완화를 이어 갔다. 그럼에도 하반기 금리 인하가 아직 상승의 불씨가 남은 국내 부동산 시장을 끌어올리려는 기미가 보이면 이를 적극 차단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마용성 집값 꿈틀…하반기 ‘금리 인하· 규제 카드’ 촉각
서울 중심에 몰린 수요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은 4월부터 상승 전환했으나 경기도는 하락을 이어 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난 2년간 하락세를 거치며 부동산 시장이 철저히 실수요 위주로 변화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도 강남, 서초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중심지 위주로 올랐다.

이에 따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도 높아졌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등록된 올해 1~5월 사이 서울 아파트 매매 1만8830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19.9%인 3744건이 15억 원 이상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부가 아파트 거래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래 1~5월 기준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 중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거래가 10채 중 6채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 핵심 지역에 살고자 하는 젊은 대기수요가 많아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소수의 지방 자산가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서울 핵심지를 매수하고 있다. 고점 대비 하락한 가격에 급매물 등이 나오면서 실수요가 매수에 접근이 가능해진 영향도 있다. 거래량도 꾸준히 증가했다. 강남과 마·용·성 소재 아파트 단지 인근 부동산에선 “매수인 대부분이 실수요자이며 타 지역에서 집을 매도하고 갈아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 공사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 공사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남·마용성 집값 꿈틀…하반기 ‘금리 인하· 규제 카드’ 촉각
지방은 계속 집값이 떨어졌다. 각 지역 중심인 5대 광역시에서도 매달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0.56% 떨어질 동안 지방 광역시는 그 2배인 1.13% 하락했다.

비슷한 추세는 분양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국토부가 발표한 ‘2024년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말부터 5월까지 미분양 가구수가 늘었다는 말이다. 지난해 말 6만 호를 넘겼던 미분양은 4월부터 7만 호를 돌파했다. 미분양 가구수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꾸준히 늘었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5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1만3230가구로 전월 대비 2% 늘었다. 이 중 수도권은 2424가구로 전월보다 1.9%, 지방도 1만806가구로 2% 증가했다.

건설사 분양팀 관계자는 “서울 집값은 오르고 있다고 하지만 분양 시장에서는 회복 기미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특히 지방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 가격 상승, 확산될지 관심

다만 상승 지역은 상승 폭이 커지고, 하락 지역은 하락 폭이 완만해지며 전반적으로 회복하는 추세다. ‘바닥론’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에선 집값이 상승하는 지역이 점차 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말미인 5~6월 들어 아파트 매매 가격이 상승 전환한 곳은 강남 송파구, 동작구, 영등포구, 강동구와 강북 서대문구, 중랑구, 중구, 종로구, 은평구, 광진구 등이다.

경기와 일부 지방 시도 역시 국지적인 상승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 대비 저렴한 집값에 교통 호재가 맞물려 실수요층의 매수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에선 화성, 김포 등 일자리가 풍부하거나 집값이 저렴해 젊은 실수요층이 두터운 곳 위주로 몇 달째 오름세를 보였다. 6월 들어서는 성남과 수원, 안양 등이 상승 전환했다. 인천은 중구, 남동구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이 견인하며 이달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원도는 전반적으로 여전히 하락세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연장, 지역 의대 정원 증가 등 호재가 집중된 춘천에선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이처럼 강원도 역시 실수요가 집중되면서 매매 가격뿐 아니라 전세 가격도 오르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에 나타난 강원도 전세 가격 증감률은 지난해 9월부터 6월까지 10개월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추세다. 연립주택 전세 가격이 ‘전세사기’ 여파로 주춤한 가운데 수요가 쏠린 아파트는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1~5월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수도권 누계 전세 가격 변동률은 아파트가 1.51%, 연립이 –0.19%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사건이 빈발했던 인천에선 아파트 전세 가격이 2.44% 올라 서울(1.58%)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세 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국토연구원은 4월 발표한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 공급 전략’ 보고서를 통해 향후 2~3년간 주택 공급 부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착공 실적이 2005~2022년 연평균 대비 절반가량인 47.3%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전세 등 임대차 시장은 매매에 비해 주택 수급 영향이 더욱 빠르게 나타난다. 통상 공동주택 완공이 착공 시점부터 2~3년가량 걸린다고 봤을 때 빠르면 2025년부터 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소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갭투자, 아직은 어려워

그러나 당장은 아파트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대거 전환되거나 이전처럼 갭투자가 성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상승기에 매매 가격이 급등해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워낙 낮아졌기 때문이다. 매년 떨어지던 전세가율은 올해 다소 반등했지만, 아직 집값 상승이 본격화하던 2015~2016년 수준을 한참 밑돌고 있다.
강남·마용성 집값 꿈틀…하반기 ‘금리 인하· 규제 카드’ 촉각
이 같은 현상은 사용 가치보다 자산 가치가 큰 서울 등 수도권에서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올해 5월 서울 전세가율은 54.6%로 전국 시도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 52.8%에 비해 상승했지만 2016년 5월 71.7%에 비하면 20%포인트가량 낮다. 수도권 역시 전세가율 61.8%로 8년 전인 2016년 5월 73.8%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0억5698만 원이었다. 여기에 같은 기간 전세가율을 적용하면, 전세(약 5억7711만 원)를 끼고 아파트 갭투자를 할 때 취득세나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 각종 거래비용을 제외해도 집값으로만 약 4억8000만 원가량 현금을 투입해야 한다.

5월 지방 전세가율은 72.6%이며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 또한 2억5623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방 아파트는 투자를 위해 접근한다면 투입 자금 측면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훨씬 매력적이다. 문제는 신규 아파트조차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어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방 광역시조차 단지마다 매물이 쌓이고 정체된 가운데 그나마 실수요가 탄탄한 수도권 지역으로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이제 서울에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격차가 4억~5억 원 수준이라 갭투자가 들어오기 어렵다”며 “지금은 철저한 실수요 시장이며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 실거주 편의나 장기 투자 관점에서 아파트를 꼼꼼히 골라 매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금리 인하, ‘규제 카드’ 빼 들까

올 하반기 이 같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두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다.

최근 미국 물가가 진정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첫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1% 하락하며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7월 9~10일 사이 의회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인 2%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금리 인하는 곧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 공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년은 시중금리가 국내 부동산에 얼마나 큰 변수가 될 수 있는지를 시장에 확인시킨 시기였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202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였기 때문이다. 다시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2년간 정부는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작된 부동산 시장 불황이 경기 전반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택 가격 상승기에 도입된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현재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상태다. 2022년 말부터 15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역시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15억 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역시 최근 서울 중심 지역의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은 꿈틀대는 집값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하면 지난 규제 완화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7월 들어 71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규모도 부담이다. 일각에선 최근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더해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이 9월로 미뤄지면서 주택담보대출 ‘막차’를 타려는 주택을 매수하려는 실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11일 출입기자단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7월 11일 출입기자단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추세적으로 상승 전환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면서 “우리나라 경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인구·가구 문제가 (집값을) 몇 십 퍼센트씩 상승시킬 만한 힘이 없는 상황”이라고 발언했다. 강남권과 마·용·성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박 장관은 “(집값 상승은) 수급의 문제라기보다 금융장세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전 정부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금융장세적인 성격의 장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열린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으로 인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미국보다 한 발 늦은 10월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 정부는 부동산과 연관된 건설사와 금융기관이 도산하지 않는 선에서, 전 정부 때처럼 집값이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상반기부터 상승 조짐을 보인 집값이 하반기에 크게 오르기 시작할 경우 다시 대출을 막는 방식으로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보름 한경비즈니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