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의 ‘고객 중심’ 가치는 모든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그룹의 주축인 신한은행을 비롯해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들은 신한 문화를 깊이 뿌리내리며 ‘일류 신한’으로서의 도약을 지속하고 있다.

[스페셜] 대한민국 금융그룹 대해부-신한금융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 사진=연합뉴스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의 ‘맏형’으로서 ‘고객 중심 일류 신한’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한 차원 높은 경영 문화 구현을 통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금융권을 선도하는 일류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30년간 신한은행에서 일한 ‘신한맨’으로 다양한 현장 경험과 비즈니스 통찰력을 인정받아, 2023년 2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정 행장의 지휘 아래 올 상반기 신한은행은 당기순이익 2조535억 원을 기록하며,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조 클럽’에 입성했다.

미래형 은행으로 도약하는 신한은행

정 행장은 취임 2년 차를 맞아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신한금융지주 5000주를 사들이며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입을 독려했다. 그를 필두로 카드, 보험 등 그룹사 주요 경영진들은 신한금융지주 주식 4만여 주를 매입하며, 주주 가치 제고 의지를 재차 다졌다.

정 행장의 주문 아래 신한은행은 고객 경험을 혁신하기 위해 끊임없는 디지털 전환(DT) 과제를 추진 중이다. 그의 디지털 혁신 전략은 ‘인비저블 뱅크·에브리웨어 뱅크’다. 고객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고객 편의성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미래 은행의 모습은 ‘Banking is Invisible, Banks are Everywhere(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은행)’로, 시간·공간·정보의 제약이 없는 미래형 은행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2022년 10월 기존 쏠(SOL)을 전면 개편한 뉴 쏠(New SOL)을 론칭, 기존 애플리케이션 대비 최대 4배 빠른 속도를 구현했다. 신한은행 ‘머니버스’는 오프라인에서 축적된 고객·자산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마이데이터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다. 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와 상품 추천, 제휴사 상품 가입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신한은행 측은 “실제 가입 고객 중 MZ(밀레니얼+Z) 세대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한’을 위해 신한은행은 2024년 4월 인도 비은행 금융 회사(Non-Banking Financial Company·NBFC) 시장 내 학자금 대출 1위 기업인 크레딜라(Credila)의 지분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는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다. 직접 진출 방식이 아닌 지분 투자와 같이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통해 적은 자본으로 효율적인 신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유망 성장 시장의 전략적 거점을 확대하기 위해 멕시코 몬테레이 지역에 ‘멕시코신한은행 몬테레이지점’을 개점했다.

신한은행은 2023년 4월 더욱 고도화된 ‘ESG 상생 프로젝트’를 기획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1623억 원 규모의 ‘상생금융 종합지원안’을 발표했다.

카드 업계 ‘부동의 1위’ 신한카드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1위 계열사는 신한카드다. 카드 업계 ‘부동의 1위’로서, 그룹 성장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2009년 통합 신한카드 출범 이후 최초의 카드사 내부(LG카드) 출신 CEO로 주목받았다. 금융지주나 은행 출신 CEO가 선임돼 오던 관례를 깨고 내부 출신 사장으로 선임돼 내실 강화, 외형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약진하고 있다. 올해는 업계 최초로 결제 취급액 200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 업계가 최근 고금리 기조로 업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문 사장은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본업을 질적으로 개선하면서 할부, 리스 등 비카드 영업 수익에 주력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한카드는 베트남에서 프루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PVFC)를 인수해 신한 베트남 파이낸셜 컴퍼니(SVFC)를 2019년 출범한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지속적인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문 사장은 SVFC가 보유한 비은행금융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소비재, 자동차 할부 금융 등 리테일 소매금융으로 사업을 지속 확장해 SVFC를 최고의 멀티파이낸스 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새판 짜기’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한 SOL페이’는 2023년 말 누적 회원 수 1687만 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 900만, 일간활성이용자수(DAU) 210만을 돌파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금융 상품 판매에 대한 디지털 커버리지가 68%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문 사장은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 대전환(AI transformation)을 실현하기 위해 ‘AI 2025’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업 전 영역에서 170여 개 AI 모델을 활용, 전방위적 혁신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자사의 핵심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AI 2025’는 AI를 활용해 2025년까지 대고객 상담 커버리지를 50%까지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상담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해 나가는 프로젝트다. 카드 발급, 결제, 금융 서비스뿐만 아니라 마케팅, 리스크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카드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AI를 적용해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생보 ‘빅3’ 바짝 추격…신한라이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의 통합 법인인 신한라이프는 ‘톱2’를 넘어 일류 생명보험사로서의 도약이 목표다. 오랜 기간 견고했던 생명보험 업계 ‘빅3(교보·한화·삼성생명)’를 매섭게 추격하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신한라이프는 4724억 원 순이익을 거두며 생보사 22곳 중 유일하게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도 생보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그룹 내 순익 기여도 역시 확대됐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보장성 보험 비중을 늘린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신한은행에 입사해 미래전략부장과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 신한은행 강서본부장, 오렌지라이프 뉴라이프 추진실장 등을 거쳐 2023년 1월 신한라이프 사장에 취임했다. 신한금융그룹의 대표적 전략 전문가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인수·합병(M&A)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신한라이프 탄생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생보사 ‘톱2’를 목표로 ‘비즈니스 이노베이션(BI)’ 전략을 실행했다. 올해엔 법인보험대리점이노베이션(GI) 전략을 통해 보험 영업 부문의 경쟁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사장은 새롭게 재편된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전속 설계사 조직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흥 IPO 명가’ 입지 다지는 신한투자증권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2022년 3월 취임 이후 기업금융(IB) 분야에서 큰 성장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 지휘 아래 신한투자증권은 기업금융 업무인 주식발생시장(ECM)·채권발행시장(DCM)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ECM 부문에선 기업공개(IPO)주관 시장에서 에이피알·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등 굵직한 딜을 성공시켰다.

김 사장은 IB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후 대우증권 주식인수부장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 IB사업본부장, 유진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 미래에셋증권 IB 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2022년 3월 신한투자증권 글로벌투자금융(GIB) 총괄 각자대표에 오른 뒤 2023년 3월부터 단독 대표이사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연임 시 1년 임기 관례를 깨고 추가 임기 2년을 부여받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는 과제를 맡게 됐다. 김 사장은 외부 인재 영입과 조직 개편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한편,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자산관리(WM) 등 새 먹거리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고액자산가 고객부터 대중 고객까지 채권 상품 공급을 다변화하고, ETF의 경우 프리-패키지 솔루션을 표방했다.

글로벌 부문은 신한금융그룹의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와 함께 ‘원신한’ 협업으로 영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2022년에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미국 법인 소속으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며,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기회를 모색해 나가고 있다.
‘고객 경험 혁신’…신한금융 이끄는 계열사 CEO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