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라고 하면 몇 년 전만 해도 탑골공원, 귀금속 등 중장년층 이상을 연상하게 만드는 키워드가 주로 떠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레트로 열풍이 지속되면서 익선동과 서순라길이 ‘MZ 핫플’로 자리매김했다.
[상권 분석] 종로3가는 젊음과 활기를 되찾은 상권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게다가 포장마차 거리와 먹거리 골목을 찾는 중장년층이 다시 늘어나면서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밤거리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하고 있다.왕년의 명성을 빠르게 되찾으며 강북 인기 상권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종로3가 상권의 특성을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분석했다. 특히 이번에 분석한 종로3가 상권은 익선동 일대와 낙원동 포장마차 거리, 귀금속 거리, 서순라길, 종로3가역 15번 출구와 청계천 사이의 먹거리 골목까지 아울렀다. 또 특정 세부 상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지역의 데이터도 일부 포함했다. 4년 연속 매출 증가…코로나19 이전 대비 28%↑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지난 6년간(2019~2024년) 종로3가 상권의 1~7월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종로3가 상권의 매출 규모는 올해 27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제일 극심했던 2021년(1604억 원)보다 71% 증가한 규모로,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팬데믹 이전 시기인 2019년(2138억 원)에 비해 28% 늘어난 수준까지 이르렀다.
종로3가 일대에는 다양한 성격의 상권이 모여 있는 만큼 세부 상권별로 매출 추이를 쪼개서 살펴봤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전통 상권인 먹거리 골목 상권이 가장 크게 형성돼 있지만, 익선동 상권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입소문과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방문으로 MZ(밀레니얼+Z) 세대 핫플로 떠오른 서순라길의 성장세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서순라길 상권의 매출 규모는 82억 원으로 종로3가 전체 상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54.7% 급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순라길과 바로 맞닿아 있는 귀금속 거리는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혼인 건수로 인해 소비층이 줄면서 예물, 주얼리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12년 만에 소폭 증가한 19만4000건으로 3년 연속 20만 건을 밑돌았다. 각 세부 상권의 연령별 결제 분포를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익선동과 서순라길 일대에서는 20대 매출이 강세를 나타내는 반면, 먹거리 골목과 귀금속 거리에서는 50대 매출이 두드러진다. 특히 서순라길의 경우, 50대는 거의 방문하지 않는 반면 20대의 방문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 지도에서 확인되며, 50대는 골목길 노포 매장과 대로변 방문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로3가 상권에서 공실률이 높은 것으로 지적받는 상가가 대로변에 몰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매장이 들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별 편차 낮아…2030 여성 비중 증가세 연령대별 편차 낮아…2030 여성 비중 증가세
올해 1~7월 종로3가 상권의 성별·연령대별 결제 비중을 살펴보면 30대 비중(26.1%)이 가장 컸지만, 20대(19.9%), 60대 이상(18.6%), 50대(18.3%), 40대(17.1%) 등으로 특정 연령대에 치우치지 않고 전 연령대에 걸쳐 소비층이 고르게 분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30대 남성(16.2%)이 1위를 기록한 가운데 60대 이상 남성(13.1%)과 20대 여성(11.9%), 50대 남성(11.1%), 40대 남성(10.3%)이 뒤를 이었다. 남성(58.4%)이 여성(41.6%)보다 16.8%포인트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종로 상권의 무게중심은 점차 2030 여성으로 옮겨 가고 있다. 20대 여성은 지난해에 비해 0.3%포인트, 30대 여성은 0.6%포인트씩 비중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비중이 가장 높은 30대의 경우 남녀 모두 비중이 증가한 반면, 40대는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또 주목할 점은 60대 이상 소비층의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로3가 일대에 30대(익선동·서순라길)와 60대(먹거리 골목·포장마차 거리)를 모두 사로잡을 수 있는 상권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진정한 ‘레트로 핫플’로 거듭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비스업 매출 1년 새 15.5% 증가 종로3가 상권의 최근 1년간(2023년 7월~2024년 6월) 업종별 월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외식업 비중이 60.5%로 압도적으로 높고, 이어 소매(22.2%), 의료(7.2%), 교육(5.2%), 서비스(1.9%), 숙박(1.5%), 오락(1.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포장마차 거리와 먹거리 골목의 특성상 봄철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종로3가 상권의 업종별 매출 증감 데이터를 보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서비스(15.5%) 업종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외식업(9.6%)과 소매(6.9%), 의료(5.8%) 업종에서 증가세가 나타났다. 반면 숙박(-28.3%) 업종과 교육(-14.3%) 업종이 크게 부진했고, 오락(-4.5%) 업종도 감소세를 나타내며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종로3가 상권의 주 방문 시간대를 분석해보자. 풍부한 유동인구를 반영하듯 점심 시간대 매출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특이한 점은 저녁 시간대 못지 않게 밤 시간대 매출도 높다는 점인데, 심야 시간(오후 10시~새벽 1시)에도 포장마차 거리와 익선동을 중심으로 야장이 활성화돼 있어 밤에도 활발한 상권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평일과 주말(공휴일) 간 매출 편차가 거의 없는 편이다 보니 예비 창업자라면 영업일과 휴무일 간 균형을 신경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종로3가는 ‘공실률이 가장 높은 상권’이라는 과거 오명에서 벗어나 당당히 강북 대표 인기 상권으로 부활한 분명히 매력적인 지역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로변 상가 공실률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급성장 중인 서순라길 상권을 제외하면 폭발적인 상승세는 과거보다는 둔화된 것도 사실이다. 세부 상권을 정확히 타깃팅해, 경쟁은 최소화하고 시너지는 극대화할 수 있는 입지 선정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오너(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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