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변화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고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회장은 “고객들은 항상 지금보다 좋은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에 꾸준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며 “고객, 더 나아가 인류와 함께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주요 그룹사 주가도 역대 최고가에 근접한 상황이다. 지난해 전 세계 판매 순위는 2010년 포드를 제치고 5위를 차지한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빅3’에 진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정 회장이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새 미래를 열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2020년 정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주 시가총액(상장사 12개·2024년 9월 2일 기준)은 약 45% 증가했다. 말 그대도 ‘정의선 효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구상을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으로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2019년 타운홀 미팅을 통해 현대차의 미래 사업 비중이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UAM)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란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글로벌 모빌리티 퍼스트무버의 위상을 확보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규모 국내 채용 및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8만 명을 채용하고, 68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궁극적인 비전과 연결돼 있다.
정 회장은 글로벌 ‘톱3’를 넘어 세계 1위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9월 12일 정 회장은 미국 1위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메리 바라 회장을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서명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공동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배터리 소재와 철강 등 원자재도 함께 구매한다. 두 회사가 향후 전기차나 수소차 등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기 위해 ‘미래차 동맹’을 맺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GM에 이어 일본 도요타그룹과도 사업 동맹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전 세계 3대 자동차 시장 규모를 유지하는 인도는 정 회장이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말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를 방문해 현지의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 직원과의 소통에 나섰다. 지난해 8월에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인도를 방문한 것은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국가 비전 ‘Viksit Bharat(발전된 인도)@2047’을 추진하고 있다. 모빌리티 주요 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0만 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견고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중 승용차 시장은 410만 대 규모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2026년 인도 진출 30주년을 맞는 현대차는 ‘모빌리티 혁신 기업, 그리고 그 너머(Innovator in Mobility and Beyond)’를 목표로 2030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단기간에 인도 주요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한 기아도 ‘기아 2.0’ 전략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50만 대 생산 체제 구축, 전기차 라인업 확대 및 전동화 생태계 조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리더십 강화, 인도 문화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