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상속을 둘러싼 절세 이슈는 난해하고, 다양하다. 이런 탓에 최근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법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왜일까.

[상속 이슈]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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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율은 같다. 둘 다 10~50%의 누진세율로 과세를 한다. 단, 과세 방식은 다르다. 상속세는 사망 당시 고인의 재산을 모두 합산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와 달리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사람별로 건건이 세금을 계산한다.

부자들 대부분의 고민은 절세다. 특히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가 큰 부담이다. 상속세를 절세하는 방법은 가능한 빨리, 미래에 재산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을 자녀들에게 분산해 증여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절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개인, 또 하나는 법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증여세, 10년 단위로 세금 계산
상속 절세 핫 트렌드 ‘투자법인’ 활용법
우선 개인 플랜의 기본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최근 인기 있는 절세 트렌드인 법인을 활용한 절세 비법을 알아보자. 증여세는 10년 단위로, 수증자별로 건마다 세금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부친이 단독주택과 아파트, 예금, 상가 등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보자. 주택이 모두 조정대상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소재하고 있다면 증여받는 자녀에게 취득세가 중과된다.

또한 자녀가 주택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증여를 통해 추가되는 주택에 보유세 등의 부담도 발생할 수있다. 만약 상가가 임대수익이 좋고, 좋은 위치에 소재해 미래 가치도 높다면 상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자녀 1명에게 증여하는 것보다 자녀들에게 공동으로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상속세 절세 방법은 자녀들에게 빨리 증여하면 되는데,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마음이 있다. 본인은 평생을 열심히 노력해서 일군 재산인데, 자녀에게 빨리 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인의 재산을 계속 늘리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그리고 미래에 상속세와 증여세까지 포함해 거의 70% 이상의 세금이 발생한다. 내 명의로 투자하자니 70% 이상이 세금이고 그렇다고 자녀에게 빨리 증여하자니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투자법인을 탄생시켰다.

최근 투자법인을 설립해 절세하는 방법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 자문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자본금을 정하고 주주 구성을 해 주식을 발행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특정 업종을 제외하고는 자본금에 대한 제한은 없다. 자본금은 통상 1000만~1억 원 정도다. 자녀를 대주주로 하고 법인을 설립한다. 법인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수 있다. 소유는 자녀들이 하고 경영은 부모가 하면 된다.

혜택 많은 투자법인 설립

다음으로 법인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자본금을 1억 원으로 했다면 투자금이 부족하다. 법인이 차입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부친이 자녀들이 대주주인 법인에 대여해주는 것이다. 개인(부친)이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에 대여하면 기준이 되는 이자율은 4.6%다. 만약 4.6%보다 이자를 적게 받으면 법인이 혜택을 받는다. 법인이 혜택을 받으면 궁극적으로 법인의 주인인 주주가 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혜택이 발생하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다만, 주주에게 무조건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별로 각각 연간 1억 원 이상의 혜택을 받았을 때만 증여세를 부과하다.

장남과 차남을 각각 50%씩 주주로 하고 아버지가 법인에 30억 원 정도 무이자로 대여하더라도 주주가 얻는 이익이 연간 1억 원이 안 되기 때문에 증여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본금 1억 원과 차입금 30억 원으로 법인이 투자를 한다. 기타 금융업을 법인의 업종에 추가해 예금, 펀드, 주식 등 금융 자산을 투자할 수 있고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법인을 운영할 수도 있다.
상속 절세 핫 트렌드 ‘투자법인’ 활용법

상속 절세 핫 트렌드 ‘투자법인’ 활용법
투자법인의 대표이사는 부친이나 모친이 하기 때문에 법인의 자금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자녀 개인에게 직접 증여를 하면 재산의 소유권이 자녀에게 넘어간다. 공식적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러나 법인을 설립해 투자를 통해 법인의 자산 가치를 증가시키면서 경영은 부친이나 모친이 맡을 수 있다.

만약 부친과 자녀들이 개인 공동사업자로 부동산을 구입해 임대업을 하는 경우 매년 이익금을 자녀 명의 계좌로 분배해야 한다. 자녀 명의의 계좌이기 때문에 자녀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 관리 측면에서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니라 법인 명의로 구입을 하면 이익금이 법인 통장에 남게 된다. 부친이 법인의 통장을 관리하고 자녀가 성장해 건전한 가치관이 확립됐을 때 배당으로 통해 자녀들에게 수익을 분배하면 된다.

배당 통해 소득 시기 조절도 가능

법인으로 하는 경우 개인의 소득 시기도 조절할 수 있다. 개인 공동사업자 명의로 하는 경우 매년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이 발생한다. 법인의 경우에 배당 등은 주주들이 원하는 시기에 하면 된다. 혹시 자녀들이 현재 현업에서 소득이 많은 경우 배당 등을 은퇴 이후로 하면 된다. 은퇴 후에는 개인의 소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때 배당을 하면 종합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법인을 활용하는 경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법인의 자금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 급여나 배당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만 법인에서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

또한 서울의 경우 취득세에 중과세율(9.4%·개인으로 하는 경우 4.6%)이 적용된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법인의 본점을 설립하고 설립한 지 5년 이내에 과밀억제권역 안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이처럼 법인을 통한 투자는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다. 법인을 통한 투자가 가족의 철학과 부합한다면 투자법인 설립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박정국 하나은행 WM본부 상속증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