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에 국내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과거 선례를 보면 투자는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그 시대의 흐름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지금 필요한 나침반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마켓리더의 시각]
지난 2020년 1월 NA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북미무역협정 USMCA 서명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가 당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1월 NA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북미무역협정 USMCA 서명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가 당시 미국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 사진=연합뉴스
경제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의견을 일치시키는 분야 중 하나가 국제 무역이다. 경제학자들은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와 그의 이론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데이비드 리카도 시절부터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전후 시대 동안 그들이 지니고 있었던 원칙은 무역에서 얻는 이익이 비용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이 무역 시스템을 자유화하고 글로벌 경제에 통합되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고려하며 이 전제를 재고하고 있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 된 중국

통상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1985년에서 1995년 사이에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무역 장벽의 감소를 경험했다. 이 기간 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개도국들은 수입 제한을 대폭 줄였고, 공산주의 붕괴는 동유럽 국가들이 서유럽과 통합되는 계기가 됐으며, 중국과 베트남은 세계에 경제를 개방했다. 그 후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미국의 적극적 지원 아래 이뤄졌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이 WTO에 가입해 시장경제에 편입되면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유리하다고 의회와 서방국가들을 설득했다. 그들의 속마음은 중국을 자유무역의 무대로 끌어들여 자본의 힘이 체제를 압도하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미국은 기록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겪었다.

반면, 중국은 체제 변화를 용납하지 않고 국가주도형 경제 발전 모델을 완성하면서 세계 무역 흐름을 완전히 바꾸며 미국조차 힘에 버거운 라이벌로 거듭났다. 공산당의 권위는 더 강해지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통제와 폐쇄, 그러면서도 거대 시장을 활용한 해외 자본 흡입으로 미국조차 견제하기 어려운 공룡이 된 것이다.

상당수의 저명한 학계 인사들은 지속적으로 큰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중국을 비판해 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라는 지위를 이용해 선진국향의 막대한 상품 수출로 세계에서 가장 큰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다. 비판의 이유는 중국이 높은 관세와 낮은 환율을 유지함으로써 포식적인 무역 및 통화 정책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흑자를 질서 있게 줄이는 방안일 것이다. 중국의 통화 가치를 높이고 수입 관세를 낮추며 미국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자원을 조달하도록 요구하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거론될 수 있다. 만약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흑자가 감소할 때까지 이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2018년과 2019년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중국이 미국에서의 수입을 2000억 달러 증가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강력한 조치로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60%까지 인상하고, 멕시코를 통해 수출되는 중국 제품에 대한 세금도 늘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패닉?…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관세가 미국 경제를 구원할까

이러한 산업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가 2018년과 2019년에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를 유지하고, 중국산 전기차 및 리튬 배터리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기초가 됐다. 이를 주도한 이는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다. 그는 저서 <자유무역은 없다>에서 무역장벽을 축소하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부유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가 만약 상무부 장관으로 임명되거나 무역 차르(Trade Czar)와 같은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된다면 무역 적자를 중요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낮은 저축률과 높은 소비 때문에 무역 적자는 필연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학 논리지만,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부가 중국 등 다른 국가로 이전됐다고 생각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도 대표적인 무역 적자 대상국이다. 2023년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적자는 약 510억 달러로 미국의 무역적자국 순위 8위에 올랐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중국을 넘어선 19%를 상회하며 이제는 미국이 최대 수출국이 됐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다양한 상황에 맞는 대응 방안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트럼프는 선거 캠페인 중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 부과와 중국 수입품에 60~100%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관세 부과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국제비상경제권한법’ 등 특정 법률을 근거로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할 수 있어 관세 정책은 빠른 속도로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문제점이 있다. 바로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관세로 인해 비싸진 수입 원재료와 중간재 등의 비용을 반영해 미국 기업들의 최종재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트럼프 발목 잡는다
중국 동부 장쑤성 롄윈강 항구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이 정박하고 있다. 사진=연합AFP
중국 동부 장쑤성 롄윈강 항구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이 정박하고 있다. 사진=연합AFP
강한 수요에 의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이 아닌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은 미국 소비자들의 실질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다. 이는 곧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수요 위축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금리 정책은 수요 위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보다 낮게 만들어 통화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면 관세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위축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환경은 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와 낮은 기준금리 정책 조합은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것이다. 관세는 수요와 무관한 가격 인상을 야기하지만 통화 완화는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통화 완화로 인해 미국 단기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도 장기 금리의 상승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달러 가치 상승이라는 트럼프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따라서 일부 국가와는 실제 관세를 적용시키는 대신 협상 과정에서 관세 카드가 활용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증가된 관세가 목표를 달성할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0%의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더러운 비밀’을 주장하기도 했다. 관세 부과는 강달러로 이어지고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트려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부과를 밀어붙일지 아니면 관세로 인한 보복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무역수지 불균형을 줄이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할지는 향후 주식 시장 방향성과 스타일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정책과 공약보다 시대의 흐름을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섹터는 클린에너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순이었고 가장 부진했던 섹터는 에너지와 은행이었다. 트럼프는 테크보다는 전통 에너지와 금융 규제 완화를 강조했지만 주가는 정반대였던 것이다.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그 시대의 흐름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클린에너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붐을 탔고 은행은 금리 하락, 에너지는 유가 하락 흐름에서 약세가 불가피했다.

반면 바이든 집권기에는 에너지가 상승했고, 클린에너지가 가장 크게 하락했다. 친환경을 강조했지만 유가 상승이 주식 시장에는 더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은행은 4개월 정도 강세를 보인 뒤 하락했다. 바이든 당선 이후 클린에너지는 3개월 강세 후 약세를 보였다.

정책 테마주는 단기 상승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증시가 여러 가지 우려로 하락하고 있지만 시대 흐름에 맞으면서 펀더멘털이 받쳐주는 주식은 적극적으로 매수할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고정된 사고 방식이나 관점을 벗어나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거나 해결해 남들과 다른 포지셔닝을 할 수 있어야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건민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