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라는 정체성을 강점으로 살려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퇴직연금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커버스토리] 퇴직연금 강자들-IBK기업은행
(왼쪽부터) IBK기업은행 연금사업부 김은지 대리, 김수지 대리, 윤가희 과장, 박우진 과장, 김명규 팀장, 최주영 대리, 이정훈 부장, 윤성호 팀장, 김학진 과장, 정해창 과장, 황수원 팀장, 윤소희 과장
(왼쪽부터) IBK기업은행 연금사업부 김은지 대리, 김수지 대리, 윤가희 과장, 박우진 과장, 김명규 팀장, 최주영 대리, 이정훈 부장, 윤성호 팀장, 김학진 과장, 정해창 과장, 황수원 팀장, 윤소희 과장
‘수익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맞추고, 퇴직연금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IBK기업은행이 지향하는 퇴직연금의 정석이다. 퇴직연금을 판단할 때 수익률은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노후의 삶을 보장해줘야 하는 연금 상품의 특성상 ‘안정성’을 무게감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게 IBK기업은행 연금사업부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국책은행이라는 아이덴티티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하나의 강점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이정훈 IBK기업은행 연금사업부장은 “IBK기업은행은 대한민국 정부가 보장하는 안정성을 갖고 있으며, 신용등급 또한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 최소 1~2등급이 높은 AA- 수준”이라며 “혹시라도 금융 변동성이 심화된다고 해도 고객이 맡긴 퇴직 운용 자산을 끝까지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는 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연금 상품을 도입할 때도 수익률은 추구하지만 안정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선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IBK기업은행 측은 강조한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IBK기업은행의 원리금 보장형 개인형퇴직연금(IRP) 운용수익률은 3.49%로 6대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이 부장은 “안정성을 지향하는 만큼 수익률도 낮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정 부분은 오해”라며 “특히 수수료가 반영된 실질수익률을 생각하면 은행권 내 최상위 수준”이라고 했다.

퇴직연금의 수익성을 평가할 때 수익률뿐만 아니라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고객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혜택을 감안한 퇴직연금 실질수익률(실효수익률)은 업권 내에서도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기업형 퇴직연금 제도의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고객이 개인형 IRP에 비대면으로 가입할 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또 올해 4월부터는 수수료 부과 기준을 개편해 창업 기업, 소상공인의 수수료 감면 혜택을 확대했다.

더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도 준비 중이다. 올 연말까지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루 갖춘 상품을 선별해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판매를 크게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고객의 수요가 높은 기술주, 바이오 등 유망 섹터의 상품을 추가해 펀드 300여 종, ETF 150종을 선보이고,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배당형 상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안정적인 퇴직연금 운용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은행, 보험, 증권 등 59개 기관의 원리금 보장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고금리 원리금 보장 ELB, 고객 문턱 낮춰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고금리 원리금 보장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가입액을 1만 원으로 낮춰, 개인 고객의 가입 문턱을 낮춘 것도 눈에 띈다. 김명규 IBK기업은행 연금사업부 자산관리팀장은 “ELB는 보통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거액으로만 제공되던 상품”이라며 “개인형 IRP나 확정기여(DC)형 가입자들도 최소 1만 원부터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로 거래되는 게 통상적이었던 ELB의 접근성을 높여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최소 단위로도 가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여기에는 일종의 공익적인 성격이 배어 있다. 사실 ELB는 공급 물량이 한정된 만큼 적립금이 많은 고액 고객에게 제공하는 쪽이 마케팅적으로는 유리하다. 하지만 국책은행이자 중소기업과의 거래가 많은 IBK기업은행의 정체성을 고려해 ‘좋은 상품을 우리 고객에게 나눠주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 부장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많을 수가 없다. 따라서 개인 근로자들이 1만 원이라는 최소 단위로도 가입할 수 있도록 ELB의 제한을 풀게 된 것”이라며 “사실 1만 원, 10만 원 규모의 ELB가 많아질수록 행정적으로는 은행에 부담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결정을 내린 측면이 있다”고 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고객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 IBK기업은행은 퇴직연금 자산을 손쉽게 관리하는 플랫폼 ‘IBK 연금Easy’를 선보였다. 아이원(i-ONE)뱅크에서 터치 한 번으로 고객의 연금 자산 현황을 진단하고 인공지능(AI) 포트폴리오 추천과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는 퇴직연금 관리 서비스다. 연금 자산의 수익률, 입출금 현황, 보유 상품 조회 및 변경 기능을 제공해주고, 연금 자산 진단과 AI를 통한 자산 배분 설계까지 해준다.

연금관리 플랫폼 ‘IBK 연금Easy’ 론칭

이 부장은 “IB기업은행의 DC·IRP 퇴직연금 고객만 70만 명인데, 이들 중 대면으로 상담받기 어려운 고객들도 연금Easy 플랫폼을 통해 자산 진단, 컨설팅, 포트폴리오 설계, 사후관리까지 진행해주는 절차를 담았다”며 “적립금이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도 이런 퇴직연금 컨설팅 서비스를 손쉽게 보도록 해, 대면 관리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다이렉트 업무 지원’ 서비스를 활용하면 고객이 영업점을 거치지 않고도 비대면 채널을 통해 퇴직금 지급, 과세이연 등록, 가입자 등록 등의 진행 상황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실시간 안내받는 것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전담 직원의 상담도 가능하다.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과 세미나도 수시로 제공한다. 컨설턴트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 현황과 운용 방법을 제시받고, 정기적인 리밸런싱까지 진행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 퇴직연금 문턱 낮추고 혜택 강화…안정성·수익성 잡는다
[미니 인터뷰]
이정훈 IBK기업은행 연금사업부장

“퇴직연금, 목적과 성향에 맞게 선택하는 게 중요”
IBK기업은행, 퇴직연금 문턱 낮추고 혜택 강화…안정성·수익성 잡는다
현시점 퇴직연금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만으로 노후 대비가 불충분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퍼져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은퇴 후의 삶도 매우 중요해진 시점이다. 연금 제도의 허리를 담당하는 퇴직연금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퇴직연금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불필요하게 유행을 좇아 단순히 수익률만 높은 상품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게 은행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퇴직연금은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목적과 성향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최근 IBK기업은행이 연금Easy 플랫폼을 오픈해 맞춤형 퇴직연금 관리를 하게 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개인별 투자 성향과 패턴을 바탕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안내하고,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퇴직연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세대별로 퇴직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다를 것 같다. 세대별 전략은.
“퇴직연금의 세대별 접근은 퇴직연금 운용의 핵심이다. 아직 은퇴까지 많은 기간이 남은 청년층은 시장의 변동성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위험 감내도가 높다. 따라서 원리금 보장형만 고집하기보다 공격적인 성장형 자산 비중을 높여 균형 있게 투자해야 한다. 퇴직이 얼마 안 남은 중장년층은 시장의 변동성을 견딜 여지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해야 한다. 원리금 보장형을 권한다. 원리금 보장형도 특정 은행의 정기예금만으로 구성하기보다 예금자 보호 한도 내에서 저축은행까지도 고려해볼 수 있다. ELB와 같이 원리금이 보장되는 고수익 상품에 투자한다면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다.”

퇴직연금과 관련해 내년 금융 시장을 전망한다면.
“미국의 금리 피벗과 대통령 선거 이후 정책 변화 등 대외 정책 이슈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테마형 자산보다는 인덱스 쪽이나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기술주에 주목하고 있다. AI, 에너지, 생필품 등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은 여전히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라면 시장이 조정을 많이 받았을 때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는 전략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향후 퇴직연금 시장을 전망한다면.
“퇴직연금 적립금이 매년 10%가 넘는 성장을 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 확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가입자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운용 자산의 수익률도 점점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퇴직연금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선택이 노후 생활의 질을 결정지을 수 있는 환경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퇴직연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기준을 널리 알리고,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인 고객들이 퇴직연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금융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점차 확대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리도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