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미국 차기 대통령이 정해지고 나서 세계의 공기가 달라진 느낌입니다. 극단적인 야망으로 1기 때보다 더 멀리 밀고 나갈 준비를 마친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에 시장은 환호하며 들떠 있고, 각국 정부는 두려워하며 움츠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는 일극 체제 유일 패권국가인 미국의 막강한 파워를 유감없이 휘두를 게 분명합니다.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앞에 보편적 인류애나 관용, 협력은 설 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작용은 반드시 반작용을 부른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고 미래에셋대우 사장과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트럼프 당선에서 미국인들의 불안을 읽어냅니다. 패권 상실로 미국인만 누리던 과잉 소비, 과대 욕망 등 ‘특별 대우’를 더 이상 받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집단 패닉이 트럼프를 다시 불러냈다는 해석입니다. 홍 대표은 반작용에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트럼프의 계획은 생각보다 허술하고 세계 역시 그처럼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그리는 새로운 미국이 지속 가능한지부터 의문입니다. 오만은 제국 말기의 특징입니다. 투자 측면에서도 트럼프의 일방적 주장만 볼 게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쏜살같다는 표현이 실감 나는 시기입니다. 벌써 송년호입니다. 이번 호는 커버스토리로 퇴직연금을 살펴봅니다. 연말에는 회사를 떠나는 퇴직자들이 많습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계좌로 회사 부담금이 들어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올해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으로 관심이 한층 뜨겁습니다. 퇴직연금을 제대로 아는 직장인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퇴직할 때 주는 대로 받는 거라고 여깁니다. 현재 가입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어디인지, 확정기여(DC)형인지, 확정급여(DB)형인지 모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길어진 은퇴 후 삶을 책임질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퇴직 후 일자리 찾기도 녹록지 않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면 문제 해결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퇴직연금 기금화 등 정부 정책도 이런 방향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제라도 퇴직연금에 더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장승규 한경머니 편집장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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