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이 바짝 마를 정도로 강력한 타닌을 품은 와인.

[주류 트렌드]
DRY UP
(왼쪽부터) 1 크로마스 그란 레세르바 까르미네르 | 까르미네르 품종은 재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찍 수확하면 풀을 씹는 것처럼 풋내가 나고, 푹 익히면 과일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익은 까르미네르는 검은 후추 풍미에 모카 커피 느낌까지 품게 된다. ‘크로마스 그란 레세르바 까르미네르’는 오직 까르미네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스파이시한 향신료와 강렬한 검은 과일류, 오크 숙성에서 비롯한 초콜릿 향까지 어디 하나 과한 구석이 없다. 특히 후추 같은 칼칼함이 있다 보니 한국 음식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2 돈 멜초 2021 | ‘돈 멜초’는 변방의 와인 생산국이던 칠레에서 생산한 최초의 울트라 프리미엄 레드 와인이다. 미국 와인 전문 매체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와인’에 아홉 번이나 이름을 올릴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그중 2021년 빈티지는 ‘세기의 빈티지’라 불릴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를 대면 붉은 베리류와 제비꽃 향기, 민트와 삼나무 향까지 가득하다. 풍만하고 견고한 구조감으로 시작해 섬세한 타닌이 느껴지는 맛도 특별하기는 마찬가지. 마무리까지 파워풀하게 이어지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오랜 여운이 그대로 담겼다. 참고로, 세계적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에게 99점을 받았다.

3 지아코모 보르고뇨 노 네임 네비올로 랑게 DOC |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방은 고가 와인이 나오기로 유명하다. 대표 와인은 ‘바롤로’. 바롤로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서는 최소 36개월간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르고뇨 와이너리는 지난 2008년, 3년간 숙성한 와인을 바롤로로 출시하기 위해 협회에 시음 와인 몇 병을 보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중 한 병이 ‘바롤로 와인이 아니다’라는 판정을 받았다. 보르고뇨에서는 이탈리아 농업계의 관료주의에 대한 항의 표시로 ‘노 네임’이라는 이름을 단 와인을 출시했다. 다소 독특한 이름이 붙은 이유. 강력한 타닌을 자랑하는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들어 파워풀한 맛이 나는데, 와인을 마신 뒤에도 오래도록 잔향이 남는다.

4 제나토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리제르바 | 이탈리아 발폴리첼라 지방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와인을 생산해온 유서 깊은 와인 산지다. 특히 3~4개월간 포도 수분을 절반 정도 건조해 당도를 높이는 ‘아파시멘토(자연 건조법)’ 방식과 긴 숙성 기간으로 유명하다. ‘제나토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리제르바’는 이 지역 와인의 특징을 오롯이 담고 있다. 자연 건조법을 따르고 이후 슬로베니안 오크통에서 4년, 병입 이후에도 1년간 숙성해 완성한다. 입에 넣으면 타닌이 뚜렷하게 느껴지면서도 질감이 단단해 힘이 느껴지는데 그 뒤로 비집고 나오는 라즈베리와 대추야자, 버섯나무 향 등 다양한 풍미가 인상 깊다.

5 이즈웨이 브루스 | 타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품종이 바로 쉬라즈다. ‘이즈웨이 브루스’는 호주 쉬라즈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무겁고, 강건하고, 묵직하고, 진한 쉬라즈 품종의 매력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특히 프리미엄 빈야드에서 제배한 포도로 만들어 완벽한 구조감과 뛰어난 밸런스를 자랑하는데, 코에서는 잘 익은 자두와 블루베리, 블랙체리 등 검은 과일 아로마가, 입에서는 파워풀한 타닌과 균형 잡힌 산미가 춤추듯 피어오른다. 프렌치 오크통에서 22개월 장기 숙성한 덕에 긴 여운과 깊은 맛까지 더해졌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박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