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와 서초구의 경계이자 신분당선을 따라 쭉 뻗어있는 강남대로. 그중에서도 강남역에서부터 신논현역을 거쳐 논현역까지 이어지는 강남대로변 상권은 대한민국 최고 상권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런 강남대로변 상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상권 분석] 강남대로변 상권의 강세를 이끌었던 20대 매출이 최근 들어 급감하고 밤 매출이 감소하는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남대로변 상권은 과연 견고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핀테크 기업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알아보자.총 매출 증가…의료 업종 독주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강남대로변 상권의 1~10월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 규모는 올해 2조20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22% 증가했다. 강남대로변 상권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시기에도 큰 위기 없이 승승장구하며 매년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매출이 감소하며 한풀 기세가 꺾이는 듯했으나 올해 다시 반등을 이뤄내며 국내 최고 상권의 명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오픈업 데이터를 통해 지난 6년간 강남대로변 상권의 업종별 매출액를 살펴보면, 평균 60%를 상회하며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 업종이 강남대로변 전체 매출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면 의료 업종을 제외한 비의료 업종의 올해 매출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3.52% 감소했고, 매출 수준도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5516억 원)의 88% 수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감률을 보면 소매(2.93%), 오락(18.06%) 업종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외식업(-1.92%), 교육(-19.35%), 서비스(-15.10%), 숙박(-16.67%) 업종에서는 큰 폭의 감소세가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여심 강한 강남대로변 상권
강남대로변 상권은 의료·소매 업종의 비중이 높아 해당 업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여성 매출 비중이 6대4(60.7%대39.3%·2024년 기준) 정도로 나타난다. 남성 중 가장 매출 비중이 높은 30대 남성(11.4%)이 20대 여성(16.5%)과 30대 여성(16%), 50대 여성(11.5%)에도 못 미칠 정도로 여성 매출 비중이 탄탄하다. 유일하게 남성이 매출이 높은 연령대는 60대 이상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2030세대 매출 비중이 51.9%로 절반을 상회했지만 올해 들어 49.5%로 감소하며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이는 20대의 매출 감소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20대 여성은 매출이 1년 사이 6.29% 감소했다. 20대 남성의 매출 감소 폭은 20대 여성의 2.39배에 달하는 -15.01%의 감소세를 보였다. 남녀를 통틀어 20대 매출은 8.65% 감소하면서 강남 상권의 활기를 불어넣는 젊은 층의 발걸음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급감한 20대와 달리 모든 연령대에선 매출 증가세가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매출 증가세가 21.23%에 달했는데 60대 남성이 26.94%, 60대 여성이 15.55%로 20대의 빈자리를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던 강남 상권에도 고령화가 찾아오고 있는 것일까. ‘강남의 아침’이 뜬다
강남대로변 상권의 고령화는 시간대별 매출 양상에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오후 3시 이후부터 새벽 1시까지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모두 감소했다. 특히 오후(15~18시) 시간대와 심야(22~1시) 시간대는 각각 -6.40%, -5.24%의 감소율을 보이며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심야 시간의 매출을 견인하는 20대들의 발걸음이 크게 줄어든 것이 주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2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침·점심 시간 활동 비중이 높은 직장인과 고령층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새벽(1~5시), 아침(5~11시), 점심(11~15시) 시간대 매출은 증가세를 보였다. ‘강남의 밤’이 점차 사라지고 ‘강남의 아침’이 새롭게 뜨고 있는 것이다.
5명 중 1명이 강남4구 거주자
마지막으로 강남대로변 상권을 찾는 소비자들의 거주 지역을 살펴보자. 강남대로변 상권에서 결제한 소비자 중 서울(48.2%)과 경기(31.4%), 인천(4.5%)을 합한 수도권 비중은 84.1%였다. 서울시만 살펴보면 강남구(7.8%)가 가장 높았고, 서초구(7%)와 송파구(3.5%), 관악구(2.8%), 광진구(1.8%), 영등포구(1.7%), 강동구(1.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비중은 19.9%로 전체 소비자 5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강남대로변 상권을 상세히 분석했다. 겉으로 보기엔 국내 최고 상권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의료 업종을 제외한 업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20대의 매출 급감과 60대의 매출 급증 추이가 겹치며 강남 상권의 고령화가 진행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로 인해 강남의 밤이 사라지고 강남의 아침이 뜨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이 가능했다.
물론 강남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걸음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강남 상권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남대로변 상권에서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라면 업종별, 연령대별, 시간대별 매출 특성을 알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프로덕트오너(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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