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포트폴리오에는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전 분기 이어 P&G·코스트코·월마트 등은 축소 추세다. 반면 원전기업 컨스텔레이션, 반도체장비 램리서치 비중은 늘렸다.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2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브리지워터는 전 분기에 이어 소비재주를 매도하는 추세다. 2020년부터 보유하던 P&G은 199만 주를 매도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3.1%에서 1.57%로 축소했다. 분기 말 주가 기준 2억7735만 달러(약 4000억 원) 어치를 매도한 것이다. P&G는 2022년 3분기 브리지워터가 661만 주를 보유한 최대 단일 종목이었다.

P&G와 마찬가지로 브리지워터가 2020년부터 매입한 코스트코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전 분기 1.71%에서 0.91%로 반으로 줄였다. 코스트코 주식 수는 2022년 1분기 118만 주까지 늘었으나 이 분기 16만8891주로 쪼그라들었다.
헬스케어 회사인 존슨앤존슨 비중은 2.45%에서 1.35%로, 맥도날드는 1.43%에서 0.41%로 줄였다. 월마트 비중은 2.3%에서 1.3%, 코카콜라는 1.71%에서 0.91%로 축소했다.
기술주이지만 소비 시장과 연관성이 큰 아마존을 매도한 것도 눈에 띈다. 브리지워터는 지난해 1분기 아마존을 104만 주 매입하며 아마존은 처음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다음 분기에는 이를 264만 주까지 늘렸으나 3분기 다시 123만 주를 매도했다. 포트폴리오 비중은 2.67%에서 1.49%로 줄었다.
브리지워터는 소비재 비중을 줄이는 대신 반도체·에너지 등 AI 수혜주 비중을 대폭 늘렸다. 브리지워터의 지난해 3분기 최다 매수 단일 종목은 유틸리티 업체인 컨스틸레이션에너지다. 총 57만3523주로 1억4912만 달러(약 2085억 원) 규모다.
컨스틸레이션에너지는 원자력발전으로 자사 전력의 67%를 생산하는 미국 최대 원자력발전사다. 지난해 9월에는 2019년 가동을 중단한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원전을 재가동하는 계약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체결했다. 원전 활성화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컨스틸레이션에너지 주가는 대선 이후 3개월 만에 32.68% 상승했다.
최다 매수는 美 1위 원전 기업
컨스틸레이션에너지는 AI 기술 발달의 최대 수혜를 입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기준 월가 애널리스트 17명 중 10명이 컨스틸레이션에너지 매수를, 3명이 비중 확대를 추천했고 4명은 유지를 권했다.
미 에너지 기업인 비스트라에너지의 비중도 0.21%에서 0.75%로 확대했다. 비스트라에너지는 원자력, 천연가스, 석탄, 태양광 및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설(ESS) 등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약 37기가와트(GW)의 발전량을 확보한 텍사스주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컨스틸레이션에너지를 제외한 최다 단일 매수 종목은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인 램리서치다. 209만5370주 추가 매입해 비중을 0.37%에서 1.28%로 늘렸다. 램리서치는 웨이퍼에서 회로를 새긴 뒤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웨이퍼 표면에 특정 물질의 막을 입히는 '증착' 과정을 담당하는 제조장비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과 선두를 다툰다.
브리지워터는 애플도 56만2532주 추가 매입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0.52%에서 1.36%로 확대했다. 유무선 통신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브로드컴도 0.21%에서 0.93%로 늘렸다. 무선통신 반도체 기업인 퀄컴(0.04%→0.77%), 반도체장비 제조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0.14%→0.66%) 등도 상위 10개 매수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또 브리지워터는 미국 메모리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마이크론을 98만3685주(약 1억201만 달러) 신규 매입했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0.58%다. 전력 반도체로 유명한 종합 반도체 기업 온세미컨덕터도 신규 매입해 0.46%를 차지했다. 전 분기 포트폴리오에서도 최대 비중을 차지한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는 6%에서 7.26%로 늘렸다.
주식 투자 규모는 축소
부문별로는 금융 관련 주식이 27.7%로 브리지워터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 중 대부분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 아이셰어즈 코어 MSCI 이머징마켓 ETF(5.78%), SPDR S&P500 ETF 등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다. 정보기술(IT) 비중이 19.8%, 비필수소비재(11.5%), 통신(9.7%), 필수소비재(9.3%), 헬스케어(9.3%) 등이 뒤를 이었다. 2023년 1분기 4.31%였던 IT 종목 비중은 약 5배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필수소비재 비중은 27.29%에서 3분의1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주식 투자 규모는 2분기 연속 축소했다. 브리지워터는 올해 1~3분기 모두 수익을 거뒀지만 전체 포트폴리오는 197억7543만 달러(약 27조6740억 원)에서 176억5879만 달러(약 24조6870억 원)로 줄였다.
카렌 카니올탬버 브리지워터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11월 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시장이 더 상승할 여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뜨겁게 달아오른 뉴욕 증시에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카니올탬버 CIO는 "1999년에 터진 (IT) 거품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포트폴리오에 매우 안 좋았다"며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있더라도 투자 다각화가 부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1975년 창립한 브리지워터는 금리, 환율 등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따른 경제 사이클에 맞춰 투자하는 헤지펀드다. 경제 성장과 둔화, 물가 상승과 하락에 관계없이 전천후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추구한다. 주식뿐만 아니라 장단기 채권과 금, 원자재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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