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의 본질은 투자 전문 그룹이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펼칠 때도 그 본연의 가치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게 김화중 미래에셋증권 PWM 부문 대표의 소신이다.

[WM 리더] 김화중 미래에셋증권 PWM 부문 대표
“부가 서비스 아닌 자산관리의 본질로 승부합니다”
“우리가 고객들에게 가장 드러내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도 자산관리의 본질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부문을 새롭게 만들었다.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관리(WM) 비즈니스를 고도화하고, 회사의 WM 전략과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신설 조직의 수장은 김화중 부문 대표(상무)다.

김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자산관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고객의 원금을 지키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위험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구간에서만큼은 우리 고객이 그 기회를 잘 잡아 자산이 퀀텀점프 하는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연금 사업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있는데, 자산관리의 핵심 경쟁력이 바로 연금이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이 연금에 몰입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우리의 비전은 ‘글로벌 투자 전문 그룹으로서 고객의 성공적 자산 운용과 평안한 노후를 위해 기여한다’는 것”이라며 “고객의 평안한 노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연금이다. 금융사의 사명감은 이런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6일 김 대표를 만나 미래에셋증권 PWM 부문이 그리는 청사진에 대해 물었다.

지난해 11월 PWM 부문 대표를 맡은 이후 벌써 반년이 됐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자산관리업은 저희 미래에셋증권의 핵심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자산가를 대상으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PWM은 전략적으로 잘 키워 가야 하는 영역이죠. 그런 측면에서 회사 내부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준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창 물이 들어오는 영역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이 시장에서 우리가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가 과제라고 느낍니다.”

PWM 사업을 WM 부문과 분리해 별도 부문으로 신설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선언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신설한 조직을 통해 앞으로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PWM)’를 좀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죠. 특히 거액자산가를 위한 전략 기능을 PWM 부문이 맡게 됩니다. PWM 부문에는 자산가 고객들에게 심도 깊은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부동산 전문가 등 컨설팅팀이 있는데요. 고객들에게 전략적으로 어드바이스 할 어젠다를 이 컨설팅팀이 설정하게 됩니다. 현재 일선에서 일하는 PB 중에도 세무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있지만, 이 전문성은 PB가 고객과 상담하고 영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적 강점’에 가까워요. 물론 성공적인 PB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훌륭한 강점이죠. 그런데 컨설팅팀은 그보다 더 넓은 차원에서 고객의 고민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좀 더 정제된 아이디어를 메시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PWM 부문 출범 이후 고객 서비스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기존에는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세이지클럽 멤버십 등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세이지클럽은 엄밀히 말해서는 미래에셋증권만의 서비스는 아닙니다. 증권, 생명을 포함해 미래에셋그룹이 관리하는 멤버십인데, 고객이 일정 기준을 달성하면 감사의 의미로 포인트를 부여하죠. 호텔, 골프장 등 미래에셋과 연계된 각종 인프라를 이용할 때 이 포인트를 쓸 수 있어요. 다만 이런 서비스가 PWM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객들에게 가장 드러내고 싶은 영역은 무엇보다도 자산관리의 본질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가 원하는 자산관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히 고객의 원금을 지키는 방향이 아니에요. 금리나 수익률 0.5%, 1%에 투자 결정을 좌우하기보다는 그 너머에 존재하는 투자의 본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더 큰 차원의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미국의 엄청난 부호가 철도 산업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고 해봅시다.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철도가 더 이상 유일무이한 이동 수단이 아닌 게 된다면 현재 기준으로 1조 원의 자산이 1000억 원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현재 시대 정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고객에게 전달하고, 더 이상 길게 머무르거나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자산에서는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는 거죠. 위험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구간에서만큼은 고객이 기회를 잘 잡아 자산이 퀀텀점프 하는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WM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각종 문화 혜택, 프라이빗 공간 등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럭셔리한 공간을 제공하거나 프라이빗한 세미나를 기획하는 것도 고객 입장에서 좋을 수 있겠죠. 저희도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고객들이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서비스는 이미 많은 금융사가 유사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만큼 크게 자랑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부가적인 영역인 거죠. 마케팅 차원에서도 투자 전문 그룹이라는 미래에셋증권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의 자산관리 시야를 넓히고 투자 인사이트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 합니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해서 우리의 본업을 배제한 채로 VIP 마케팅을 해봤자 결국 고객들에게도 남는 것이 없다고 보거든요.”
“부가 서비스 아닌 자산관리의 본질로 승부합니다”
WM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의 경쟁력은 어떻게 보나요.
“저는 자산관리의 기본이 ‘연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산관리업에서의 1등 회사는 여러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연금 시장에서의 마켓셰어만으로도 국내 WM 시장에서 증권사 1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미래에셋증권이 연금에 몰입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우리의 비전은 ‘글로벌 투자 전문 그룹으로서 고객의 성공적 자산 운용과 평안한 노후를 위해 기여한다’는 것인데요. 고객의 평안한 노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연금입니다. 금융 회사의 사명감은 이런 데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타 금융사가 초고액자산가를 더 많이 보유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산관리 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의 위치를 묻는다면, 우리는 연금에 목숨을 건 1등 사업자이고 결국 자산관리의 핵심은 연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연금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연금 계좌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에 따라 노후 생활의 질은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달라집니다. 65세 정도에 연금 어카운트 잔액이 3억 원인 분과 10억 원인 분은 남은 생이 25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차이가 엄청나죠. 1억~2억 원의 여윳돈으로 당장 투자수익을 낸다면 쉽게 소비해 버릴 수 있겠지만, 연금 계좌는 절대로 쉽게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자산이에요. 특히 연금 포트폴리오에는 항상 주식이 존재해야 합니다. 주식이 너무 올라 그 비중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지면 조금 덜어내고, 떨어지면 더 맞춰 넣는 식으로 조정한다면 30년 뒤 연환산 수익률이 7%도 가능합니다. 당장의 파고 때문에 근시안적으로 돈을 빼거나 확정금리형으로 연금을 넣은 분들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겠죠.”

PB들의 역량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외부 교육기관과 협업해 자산관리·재무 과정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타사의 교육 방식도 벤치마킹해봤는데요. 결론적으로는 시장과 고객의 변화를 현장에서 느끼면서 사내 교육 프레임을 가져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오히려 고객이 더 좋은 선생님입니다. PB는 고객을 스승 삼아 그들의 니즈를 가장 먼저 흡수하죠. 지금은 리서치센터, WM혁신본부 등을 통해 마켓의 최신 이슈를 반영한 사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 중 하나는 다수의 PB를 중국으로 연수 보냈던 것인데요. 고객의 자산관리를 도와야 하는 PB들조차 아직 중국 시장에 편견을 가진 측면이 있었어요.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과거의 부정적인 면에만 몰입하면 그들의 변화를 볼 수 없잖아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오라는 취지였죠. 자산관리자로서 이렇게 시장을 몸소 체험하고 나면, 해당 자산을 고객의 포트폴리오에 담아도 될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런 게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전략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고액자산가는 비대면을 선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투 트랙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센터에 내점하는 고객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고, 요즘은 20~30대뿐만 아니라 40~50대 고객 중에도 테크에 밝은 분들이 많거든요. 물론 다양한 앵글의 컨설팅이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적인 상담을 통해 심도 깊은 솔루션을 제공해야겠죠. 고객이 비대면 전략을 더 선호한다기보다는, 디지털 전략 또한 PWM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중요한 축이라는 뜻이에요. 과거에는 ‘실물로 종이를 뽑아서 지점에서 도장을 찍어달라’고 하는 고객들도 존재했잖아요. 하지만 시대의 흐름상 연령대가 높은 고객이든 초고액자산가든 디지털과의 연결을 거부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고객이 활용할 수 있는 접점을 다양하게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앞으로는 ‘역량 있는 PB’와 ‘디지털’은 한몸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 자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투자 조언을 건네준다면.
“시장에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시점에서는 채권 시장이 기회를 주려는 것 같네요. 미국 채권 금리가 다시 올라가고 있으니까요. 사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들어낸 파열음의 영향이 컸죠. 다만 이 모든 상황이 트럼프로 인해 만들어졌다기보다, 그동안 곪았던 글로벌 무역의 불균형,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저가 판매 등이 트럼프를 계기로 터져 나왔다고 봅니다. 세계 각국의 예상 범위를 넘어선 관세 인상이 발표됐다가 다시 낮아지긴 했지만, 낮춘 관세 수준도 사실은 굉장히 높은 수치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세계 경제가 무조건 둔화하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해요. 단기적으로는 유럽과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PWM 부문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PWM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생각입니다. 일단 올해는 고객들이 PWM 부문 출범 이후의 차이점을 실감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단순히 점포가 좀 바뀌었다는 차원을 넘어, PWM이 생긴 뒤로 미래에셋증권에서의 PB 경험이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PWM이 좋은 방향으로 회사에 잘 정착해서 미래에셋증권 전체 WM의 수준이 높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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