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속 시대’가 본격 도래하며 상속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유언, 유류분, 생전 증여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히며 분쟁이 복잡해지고 있다. 예방을 위해선 사전 설계와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커버스토리]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청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청사. 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대상속시대’가 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약 810만 명을 단카이 세대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75세 이상 초고령층에 진입하면서 ‘대상속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출생한 베이비부머들이 초고령층에 진입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대한민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을 함께 경험한 세대로서, 모든 세대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에 ‘거대한 부의 이전(The Great Wealth Transfer)’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을 원인으로 한 자산 이전은 다양한 법률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관련 분쟁 또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은 2012년 590건에서 2022년 1872건으로, 상속재산분할 사건은 2014년 771건에서 2022년 2276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최근 급증하고 있는 상속 관련 주요 분쟁 유형과 그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입증 가능한 모든 생전증여 계산

첫째, 구체적 상속분에 대한 분쟁이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속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줄 것인지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거나, 유언 등의 방식으로 미리 정했지만 그것이 무효로 판단된 경우, 상속재산을 나누기 위한 분할 절차가 필요하다. 공동 상속인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분할이 이루어진다.

법원에 의한 상속재산분할에서는 상속재산이 기여분을 인정받은 부분을 제외하고, 생전증여 등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분할된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의 자녀 A와 B 중 자녀 A가 생전에 20억 원을 증여받고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80억 원의 상속재산을 남긴 경우, 100억 원을 기준으로 상속재산이 분할된다. 따라서 법정상속분(50억 원)을 기준으로 자녀 A는 기존에 증여받은 20억 원을 고려해 상속재산 중 30억 원을, 자녀 B는 50억 원을 각 상속받게 된다.

상속세 신고 시에는 상속 개시 전 10년간의 증여만 반영되지만,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는 입증 가능한 모든 생전증여가 특별수익으로 포함된다. 이때 증여의 실질이 쟁점이 되는데, 명목상 ‘매매’ 형식을 띠더라도 실제로는 ‘증여’였던 사례가 많다. 실무에서는 자산 이전 당시 상속인이 경제적 능력이 없었던 정황을 입증해 증여로 판단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부동산 취득 당시 미성년이거나 학업 중인 경우, 군복무 중인 경우 등 부동산 매수대금을 부담할 만한 경제력이 없고 부동산의 취득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음이 비교적 명백한 시기에 부동산에 관해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 이전 등기가 마쳐진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부동산을 상속인 명의로 매수해 증여한 것이라 보아 부동산 자체를 특별수익으로 인정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2017년 4월 5일 판결 등). 이처럼 거래 형식과 달리 실질이 ‘증여’라는 점을 밝혀내는 것은 상속재산분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소송대리인의 경험과 역량이 중요한 부분이다.

상속재산 은닉·동산 누락 등 분쟁으로

둘째, 상속재산 은닉을 둘러싼 분쟁이다. 상속재산분할은 결국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인 만큼, 상속재산의 범위와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피상속인의 사망 직전, 또는 그 전후로 특정 상속인이나 제3자에 의해 재산이 은닉되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상속인 A는 중증 치매를 앓던 피상속인을 돌보다가 사정상 해외로 체류지를 옮기게 됐고, 그 이후 상속인 B가 피상속인을 모시게 됐다. 피상속인 사망 후 A가 확인한 상속재산에 불과 얼마 전까지 피상속인이 보유하고 있던 골드바, 고가 와인, 미술품 등 수십억 원대의 동산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 이는 상속재산 은닉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은닉재산은 등기·등록되지 않은 동산일 경우 그 존재 자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상속세 신고 및 조사 과정에서 국세청 등 과세당국의 조사를 통해 누락된 자산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심되는 경우 상속인은 세무조사에 적극 참여해 자료를 제출하고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단독 귀속보다 상속지분율대로 분할

셋째, 상속재산분할 방법에 관한 분쟁이다. 각 상속인들의 구체적 상속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더라도, 개별 상속재산을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를 둘러싸고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혼합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상가와 예금 자산을 남긴 경우, 상속인 B가 자금 사정상 현금 확보가 시급해 상가보다는 금융자산을 상속받기 원하는 상황에서 상속인 A가 이에 반대한다면 재산 분할 방식에 대한 분쟁으로 이어진다.

법원은 이런 경우, 특정 재산을 일방에게 단독 귀속시키기보다 상속지분 비율에 따라 공유 관계로 분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속재산이 공유 형태로 남게 되면 관리와 처분에 많은 제약이 따르므로, 다시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이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무적으로는 해당 재산을 현물로 분할하거나, 특정 상속인에게 전부 귀속시키고 나머지 상속인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방식, 또는 경매를 통해 환가해 지분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특정인 상속권 박탈 유언은 무효

또한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도 자주 등장하는 난제다. 피상속인은 유언을 통해 상속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상속재산분할 절차 없이 재산이 이전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법률에서 정해진 대상에 한해 민법이 정한 형식을 따라야만 효력이 인정되므로,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언은 무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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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자필증서유언의 경우 작성일을 연·월까지만 기재하거나, 날인을 누락한 경우, 비밀증서유언에서 확정일자가 법정기한보다 늦어진 경우 모두 무효로 처리된다. 유언장 기재 내용이 피상속인의 진의에 부합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또한 유언의 내용이 법률상 인정된 유언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진의가 명확하고 방식을 준수했더라도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특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하거나 유체·유골의 처분 방법 또는 매장 장소 지정과 관련된 유언은 유언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

한편, 유언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되더라도, 그 내용이 사망을 조건으로 한 증여의 합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사인증여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유언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하더라도 망인과 소외 4, 소외 5, 소외 6과 사이에는 망인의 사망으로 인해 위 소외 4 등에게 위 유언 내용에 해당하는 금원을 증여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중략) 각 증여 부분은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갖는다(대법원 2005년 11월 25일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무효 유언이라도 사인증여 여부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언도 안심 못해…유류분을 둘러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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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유언 집행을 둘러싼 분쟁이다. 유언이 적법하게 작성됐더라도 실제로 그 유언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피상속인이 유언집행자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 공동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되는데, 이때 집행에 필요한 의사결정은 과반수 찬성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유언의 수증자가 다른 상속인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유언의 이행이 지체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

결국 수증자가 유언의 집행을 강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언장 작성 시 유언집행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필요 시 유언에 부담을 설정해 유언이 온전히 집행될 수 있도록 대비하거나, 유언 대신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수탁자가 직접 집행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식이 실무적으로 권장된다.

아울러 유류분 규모를 둘러싼 분쟁도 빼놓을 수 없다. 민법은 피상속인이 생전증여나 유증을 했더라도 직계비속, 배우자 등 일정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인 유류분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특정 상속인 또는 제3자에게 전 재산을 넘기는 내용으로 상속을 준비했더라도, 유류분을 침해당한 나머지 상속인은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유류분반환청구에서도 상속인에 대한 생전증여는 시기 제한 없이 전부 고려되는데, 생전증여의 가액을 증여 당시가 아닌 상속 개시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A가 20년 전 2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받았는데 현재 그 가치가 200억 원으로 상승했다면, 유류분 계산에서 A의 생전증여가액은 200억 원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A는 증여받은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인 50억 원을 B에게 유류분으로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A가 이 회사 주식을 증여받은 이후에 주도적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주식 가치 상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 증명될 경우 상속 개시 당시가 아닌 증여 당시 주식의 가치를 기준으로 유류분이 정해질 수도 있으므로, 증여 이후의 기여 입증도 핵심 쟁점이 된다.

유류분 반환은 원물 반환이 원칙

한편, 현행 민법은 유류분 반환의 원칙을 원물 반환으로 정하고 있으며, 가액배상은 쌍방의 동의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예를 들어 유류분 반환 대상인 재산이 비상장주식의 형태일 경우, 수증자와 유류분 권리자의 상황에 따라 이를 현금으로 반환받기를 거부할 수도 있다. 특히 수증자가 경영권 분쟁 중인 경우 주식 지분율의 변동은 치명적이기에 더욱 첨예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실무에서는 신탁을 통해 주식의 의결권은 후계자에게, 배당수익권은 타 상속인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유류분 침해 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기도 한다. 아울러 일본, 독일과 같이 유류분을 가액으로 반환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한 사례를 참고해,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도 가액 배상 중심으로 법제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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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상속포기와 유류분 권리 행사 간 경계에 대한 분쟁이다.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되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전 1년간 이루어진 증여에 한정되고, 상속인에 대한 증여만 이와 같은 기간 제한 없이 모든 증여가 포함된다. 그런데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게 되므로, 상속인이 아닌 제3자와 마찬가지로 상속 개시 전 1년간 이루어진 증여만 유류분 반환 대상에 포함된다.

앞서 사례에서 상속인 A가 상속 개시 전 20년 전에 증여받은 주식은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증여 당시 피상속인과 상속인 A가 유류분을 침해할 것을 알고 증여한 것이 아니라면 유류분 반환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20년 전 A에게 증여할 당시에 이 주식가액보다 더 많은 재산이 있었다면 유류분을 침해할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유류분 반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유류분 분쟁을 대비해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가 왕왕 발생하는데, 이 경우 상속인 수가 변경돼 유류분 금액이 달라질 수 있고, 유류분 침해의 고의가 인정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상속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기를 권유한다.

상속 준거법을 외국법으로 정하는 경우

이러한 복잡한 분쟁 구조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속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유류분 제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종래 유언대용신탁이나 생명보험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상속재산이나 생전증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피상속인이 보험료를 납입한 생명보험금을 실질적으로 증여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고, 유언대용신탁에 관한 하급심 판결도 유사한 입장을 따르고 있어 마찬가지로 유류분 반환의 대상으로 판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피상속인이 외국 시민권을 취득하거나 유언을 통해 적법하게 상속에 적용될 준거법을 유류분 제도가 없는 외국법으로 정한 경우, 우리나라의 유류분 제도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사례에서 피상속인이 사망 직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을 간 다음, 유언으로 상속에 관한 준거법을 캘리포니아주법으로 정했다면 우리나라의 유류분 제도가 적용되지 않게 되므로 상속인 B는 유류분 반환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상속 분쟁이 다각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대법원 판례와 입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법리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법리를 숙지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대상속 시대’를 맞이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본인의 상속 의사가 분쟁 없이 실현되도록 하고자 한다면, 상속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사전 설계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