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머니가 총주주수익률(TSR)을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CEO들의 성과를 분석했다. TSR은 주가 상승과 배당을 모두 반영해 투자자가 실제로 거둔 수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 결과를 업종별로 구분해 공개한다.

[커버스토리] 업종별 1위
TSR로 본 CEO 성적표… 업종별 리더는 누구
최근 상법 개정으로 ‘기업 밸류업’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커지고 있다. 한경머니는 밸류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투자자에게 유용한 판단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국내 상장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성과를 총주주수익률(TSR)로 평가했다. CEO가 달라져야 밸류업도 가능한다는 판단에서다.

TSR은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을 합산한 지표로, 특정 기업에 투자했을 때 주주들이 거둘 수있는 총 수익을 나타낸다. 이는 단기적인 실적 개선보다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CEO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지표다. 이를 위해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연결매출액 기준 300대 기업 중 현 대표이사 재임기간이 1년 이상인 260개 기업을 대상으로 TRS 평가를 실시했다. CEO의 취임일부터 2025년 6월 20일까지의 주가수익률과 배당수익률을 계산해 합산했다. 재임기간 중 상장한 기업의 경우 상장 이후 주주수익률을 반영했으며, 대표이사 재임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최근 5년만 포함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지주, 지주회사, 보험, 운송장비·부품, 증권, 전기·전자, 식음료, 제약, 운송·창고 등 9개 주요 업종으로 나눠 TSR이 우수한 CEO들의 순위를 들여다봤다. 각 업종별로 CEO의 리더십이 실제 주가와 배당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살펴봤다.

4대 금융그룹 회장 부진…보험은 코리안리 원종규 '선두'

먼저 금융지주 업종은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1036.0%의 TSR을 기록하며 다른 CEO들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단순한 주가 상승뿐 아니라 안정적인 배당 정책이 결합되며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위는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으로, 425.7%의 TSR을 기록했다. JB금융은 지방금융지주사 중에서도 견고한 실적과 배당 확대 기조로 주목받아 왔다. 이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205.8%),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115.7%),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109.1%)이 뒤를 이었다.

반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107.2%),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84.9%),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79.4%) 등 4대 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낮은 TSR을 기록했다. 이들 대형 금융지주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높은 자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뚜렷한 주가 상승 모멘텀 부재 및 보수적인 배당 정책 등이 TSR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 지주회사는 TSR 조사 결과, 두산의 박정원 회장과 김민철 대표가 나란히 1418.5%로 공동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다. 이는 두 CEO의 공동 리더십 아래 두산의 구조조정, 신사업 진출, 재무 안정성 제고 등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수석부회장은 319.2%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주회사는 투자 기업 구조 및 포트폴리오 조정이 중요한 만큼, CEO의 중장기적 안목과 실행력이 TSR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종에서는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160.9%의 TRS로 1위를 차지했다. 원 사장은 장기 재임 동안 내실경영과 해외 시장 확대, 수익 구조 다변화 등을 통해 꾸준한 성장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2위를 차지한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102.6%)는 리스크 기반 경영과 안정적인 손해율 관리, 배당 정책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꾸준히 확보해 왔다. 또한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회장(49.2%),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41.8%),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35.2%) 등 전통 생명·손해보험사 수장들도 중위권에 포진했다.

전기·전자, 대형사 제치고 일진전기 황수 1위 ‘이변’

운송장비·부품 업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연 돋보인다. 손재일 대표는 1591.3%의 TSR로 업계 전체 1위를 기록했고, 김동관 부회장도 1101.7%의 높은 수익률로 3위에 올랐다. 방산·항공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망 확장, 수출 확대,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 등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자회사 통합과 해외 수주 확대를 통해 기업 가치를 대폭 끌어올리며, ‘K-방산’을 대표하는 성장주로 자리매김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는 1349.1%의 TSR로 2위에 올랐다.

증권업은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가 217.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중소형사로 분류되지만, 보수적 운용 전략과 안정적인 배당 정책이 TSR 상승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2위와 3위는 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209.0%), 허선호(179.9%) 부회장이 차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 배분과 장기 투자 철학, 리테일과 IB의 균형 전략 등을 통해 업계 상위권 수익률을 견인했다. 4위를 차지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152.7%)는 전통적으로 고배당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은 황수 일진전기 대표(1249.3%)가 대형사를 뒤로하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소재, 송배전 장비 수요 급증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2위는 구자균 LS 일렉트릭(ELECTRIC) 회장(556.8%)이다. 스마트 전력 인프라와 전력 자동화 솔루션에 강점을 가진 LS ELECTRIC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 흐름과 맞물려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실적 또한 꾸준히 개선되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3위와 7위에 각각 이름을 올린 김상헌(357.9%) DN오토모티브 회장과 김인환(54.6%) 대표는 자동차 부품 수출 확대와 함께 전동화 부품 시장 진출 성과에 힘입어 TRS을 끌어올렸다. 6위는 메모리 반도체 대표 기업 SK하이닉스의 곽노정 대표(116.5%)가 차지했다.

삼양식품 김정수·유한양행 조욱제, 식품·제약 ‘톱’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김동찬 삼양식품 대표가 각각 878.1%, 863.6%를 기록하며 식음료 업종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K-푸드 열풍과 수출 확대, 그리고 수익성 개선이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된다. 3위는 김상훈 사조대림 대표(201%)로, 참치·햄류 등 가공식품 브랜드 재정비 및 유통 채널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인 점이 TSR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통 강자로 분류되는 식품기업들의 TSR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제약 업종에서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95.8%)가 1위를 차지했다.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 모멘텀, 지속적인 기술 수출, 안정적인 재무 구조 등에서 강점을 보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2위는 임존종보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27.4%)다. 그 외 3위부터 8위까지의 6개 기업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업계 전반의 투자자 신뢰 회복이 필요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운송·창고 업종에서는 대한항공과 현대글로비스가 선두권을 형성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주수익률을 기록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57.8%의 TSR을 기록하며, 업종 내 1위를 차지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도 57.1%로 3위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여객 수요 회복과 물류 사업 호조, 글로벌 운임 상승세 반영 등에 힘입어 양호한 성과를 보였으며, 안정적 수익 창출과 재무 구조 개선이 TSR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진(14.1%)과 CJ대한통운(-21.6%)은 주가 하락과 낮은 배당수익률이 맞물리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TSR로 본 CEO 성적표… 업종별 리더는 누구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