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세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코스피는 뚜렷한 방향 없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주가는 펀더멘털과 정책의 힘을 따라간다며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 회복이 맞물릴 경우 주가가 연말 3400포인트, 내년 상반기 36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사진 이승재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2025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적 긴장,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정책에 대한 엇갈린 전망, 여기에 미·중 갈등과 중동 정세 등의 지정학적 변수까지 맞물리면서 투자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코스피 지수는 3100~32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숨 고르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증시의 회복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는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과 정책의 힘을 따라간다”고 강조하며, 현재의 조정 국면이 끝나고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 회복이 맞물릴 경우 지수는 다시 상승 흐름을 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본부장은 코스피가 올해 연말까지 3400포인트, 2026년 상반기에는 3600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그 배경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한국 정부의 시장친화적 정책 추진을 꼽았다.

2025년 하반기 한국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하반기 코스피는 대내외 주요 이벤트를 소화한 뒤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연말까지 3400포인트, 2026년 상반기에는 3600포인트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Fed의 금리 인하 시점, 한국 정부의 정책 기조 등 주요 변곡점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구간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초래하는 정책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며, Fed 역시 장기 중립금리 수준(3% 초중반)을 고려할 때 정상화 차원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근 외국인,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수급 흐름은 어떤가요.
“연초 이후 외국인은 순매도 기조를 보이다가 4월 이후 순매수로 전환했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은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들이 국회를 통과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들이 하반기에 논의될 예정입니다. 이들 정책이 합리적으로 통과된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MSCI EM(신흥시장) 지수 내 한국 비중은 현재 10% 수준으로, 장기 평균인 13.6%를 크게 하회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개선이 이뤄질 경우 이 갭을 메우는 외국인 수급 유입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7월에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대해 시장은 실망감을 보였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7월 31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의 보수적 설정, 기대 이하의 세제 혜택 등으로 인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보완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세제개편안뿐만 아니라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 강화 등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책 모멘텀이 재개될 경우,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반기 증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는 무엇일까요.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방향, Fed의 금리 정책 전환 시점과 강도,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국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관련 법안들이 얼마나 시장친화적으로 추진되는지 여부입니다. 현재 주식 시장은 기업 이익보다는 정책 리플레이션(경기 부양) 모멘텀에 의해 상승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실제 관련 법안의 구체적 내용과 실행 여부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시점입니다. 합리적 법안 통과를 가정한다면 시장 유동성(대기자금)은 여전히 풍부하다고 판단합니다.”

Fed와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현재 미국 Fed의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로 추정되는 3% 초중반 수준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Fed는 중립금리를 향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7월 고용지표 부진은 금리 인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관세 인상이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가될 경우 인하 속도를 조절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상화 차원의 금리 인하는 이어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상반된 요인들이 맞물리며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은행 역시 Fed의 정책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며 유사한 방향을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국내 증시는 한국은행보다는 Fed 정책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기조가 유지된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사진 이승재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향후 국내 소비, 투자, 고용 등 실물경제 흐름은 어떨까요.
“하반기 한국 경제는 관세 영향으로 수출이 일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책 효과에 힘입어 소비 반등이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한·미 무역협상 타결에 따라 한국은 일본·유럽연합(EU)과 동일하게 15% 상호관세율과 자동차, 차부품,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됩니다. 주요국과 동일한 수준의 15% 관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하반기 수출 실적에는 일정 부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은 3분기 +4%, 4분기 -2.5%를 기록하며 연간으로는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정 측면에서는 1·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시작된 가운데, 소비보조금에 투입되는 예산은 13조2000억 원 규모로 코로나19 이후 세 번째로 큰 수준입니다.

민생회복지원금(1인당 15만~55만 원), 지역사랑상품권(소비자 할인율 최대 15%), 고효율 가전기기 10% 환급(냉장고·에어컨·세탁기·전기밥솥·TV 등 11개 품목), 5대 문화서비스 할인쿠폰(숙박·공연·미술관·영화·스포츠) 등은 하반기 소비 여력을 강화하는 핵심 정책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소비의 선행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월 108.7포인트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특히 가계의 외식 소비 의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심리 개선과 기저효과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외식·숙박, 문화 서비스 부문에서 실적 반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용은 상반기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상반기 고용 반등은 정부가 경기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 집행 속도를 70%까지 끌어올리며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부문 고용이 크게 늘어난 데 기인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집행 가능한 예산이 30% 수준에 그치면서 고용 증가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현시점에서 가장 유망하게 보시는 업종이나 테마를 꼽자면요.
“하반기에는 정부 정책과 연결된 업종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제약·바이오 섹터가 대표적입니다. 정부는 소버린 AI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으며,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기업이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AI 인프라와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중소벤처 및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정책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향후 정책 추진 강도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 상승 여력이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장기적으로 K-컬처(엔터·콘텐츠·음식료), K-방산 등도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주요 실적 시즌의 관전 포인트와 실적 기대가 높은 업종은 무엇인가요.
“실적 시즌에는 내수 및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의 실적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국내 내수 진작 정책이 맞물리면서 화장품, 유통, 여행·레저 업종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조선, 방산, 전력기계 업종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실적 신뢰도와 성장성이 높습니다. 방산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수요 증가, 조선은 수주잔고 증가와 선가 상승, 전력기계는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됩니다.”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종목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첫 번째로 SK하이닉스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가 지속되는 가운데,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일반 서버 교체 수요도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와 수급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네이버(NAVER)입니다. 정부가 내수 부양, AI,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들 모두에서 네이버가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펀더멘털이 안정적이고 밸류에이션 매력도 있는 상황입니다. 세 번째는 리가켐바이오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 진입 확대와 함께 리가켐바이오의 파이프라인 가치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향후 혈액암 중심의 ADC 바이오베터 기술 수출도 기대됩니다.”

하반기에 주목할 만한 상장지수펀드(ETF) 테마가 있다면요.
“ETF나 테마형 펀드를 통해 투자에 접근할 경우에도 업종 ‘선택과 집중’보다는 ‘확산과 순환’ 전략이 유효합니다. 조선, 방산, 원전, 증권과 같은 기존 주도 업종뿐만 아니라 AI 소프트웨어, 중소형 금융, 제약·바이오, 중소 지주회사 등 정책의 수혜가 확산될 수 있는 테마형 ETF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하반기 국내 증시는 정책 실현 여부에 따라 모멘텀의 확산 속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정책 방향성에 맞는 유망 테마를 넓게 포착해,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리스크 요인은 무엇입니까.
“역시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입니다. 미·중 간 관세 협상이 지연되거나 강경하게 전개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으며, 이는 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7%로 예상보다 낮았지만, 근원 CPI는 +3.1%로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이는 일부 물가 항목에서 관세 영향이 나타났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7월 지표는 보편 관세만을 반영한 수준이기에, 8월 CPI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고용 시장 둔화도 관찰되고 있으며, Fed의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증시 하락 시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요.
“내수 소비와 관광 관련 업종은 방어적 성격을 지닐 수 있습니다. 최근 K-콘텐츠의 글로벌 확산과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등을 통해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관광 수요 확대와 직결됩니다. 정부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도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되므로 외식, 숙박, 문화 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장기적으로는 정책 수혜 가능성이 있는 업종에 대한 ‘확산형 포트폴리오’ 전략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기존 주도주(조선·방산·원전·증권)뿐만 아니라 중소형 지주회사, 금융, AI 소프트웨어, 제약·바이오 등으로 관심을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의 순환성과 확산성에 주목해야 하며, 업종별로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구조적 성장 기반이 마련된 산업을 중심으로 분산투자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주변 자금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주가 조정 폭이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하락 시 매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증시 대기 자금은 충분...하반기 주가, 정책 모멘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