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찾아가는 시각적 여정, 이런 전시 어때요.

[가볼 만한 전시]


110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거장의 푸른빛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TO SEE, TO FEEL
유영국,〈작품(Work)>, 1964년.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유영국,〈작품(Work)>, 1964년. ©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서울시립미술관이 선보이는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가 막을 올렸다.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추상미술이라는 당대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삶과 작품으로 실천해낸 그의 전 생애 예술 여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는 1930~1940년대 초기 아방가르드적 실험기부터 자연과 기하가 종합을 이루는 전성기, 그리고 1999년 절필 작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조형 언어가 심화되는 과정을 물 흐르듯 따라간다. 일부 미공개작을 포함해 회화, 부조, 드로잉 등 200여 점의 방대한 작품과 다층적인 아카이브를 통해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했던 조형적 본질을 탐구한다. 특히 유영국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산’은 자연의 외형을 단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렬한 색채와 절제된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내면의 풍경을 응축해낸 결정체다. 그에게 산이란 존재와 시간, 그리고 정신의 균형을 사유하게 하는 상징이자 독자적인 추상 언어 그 자체다. 급변하는 기술 발전의 시대 속에서 여전히 가치를 더하는 추상회화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방송인 피터 빈트가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더욱 풍성한 시각적·명상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기간 2026년 10월 25일까지 | 장소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중구 덕수궁길 61)


완결되지 않은 찰나의 미학
<풍경 미수: Almost Landscape>
안두진, <(쿵! 쿵!)-(닮은 것과 닮은 꼴)-( )>, 2024년. © 이길이구 갤러리
안두진, <(쿵! 쿵!)-(닮은 것과 닮은 꼴)-( )>, 2024년. © 이길이구 갤러리
이길이구 갤러리는 동시대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는 <풍경 미수: Almost Landscape>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연용, 노충현, 서동욱, 안두진, 정용국 등 독보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 5인이 참여해 풍경을 완결된 재현이 아닌, 끊임없이 흔들리고 유예되는 ‘미수(未遂)’의 상태로 조망한다. 참여 작가들은 각기 다른 시각적 문법으로 ‘미수의 풍경’에 접근한다. 김연용은 회화의 구조적 층위 안에서 이미지의 형성 과정을 탐구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고, 노충현은 도시 주변부의 장면들을 포착해 잊혀 가는 기억과 정서적 밀도를 화면에 축적한다. 서동욱은 붓질의 리듬을 통해 풍경을 환원시키며, 안두진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형상들로 유동적인 현실 인식을 펼쳐 보인다. 마지막으로 정용국은 동양화의 전통적 여백과 번짐을 현대적 언어로 치환해 정신적 공간으로 확장해낸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장면 대신 재현과 추상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생성되고 해체되는 회화적 여정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밀도를 지닌 다섯 작가의 작업은 오늘날 회화가 머무는 불완전한 감각의 지형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기간 2026년 6월 13일 ~ 7월 11일 | 장소 이길이구 갤러리(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35)


뜨거운 용광로의 불길을 통과한 장인적 붓질, 김수수
<불과 공>
TO SEE, TO FEEL
갤러리 508에서 열리는 김수수 작가의 개인전 <불과 공>은 용광로의 강렬한 열기 속에서 물질이 녹아 내리고 재구성되는 찰나의 인상에서 출발한다. ‘공(工)’은 ‘불’을 다루는 숙련된 기술이자 장인의 태도를 의미하며, 뜨거운 불 앞에서 물질을 변화시키는 이들의 헌신적인 시간은 작가가 수만 번 붓질을 반복하는 행위와 궤를 같이한다. 캔버스 위에는 인고의 축적과 찰나의 즉흥이 공존한다. 수없이 반복된 붓질로 두터운 바탕을 다진 뒤, 그 위에 단숨에 그어 내린 일필의 획은 마치 거친 재련 과정을 거쳐 비로소 형태를 갖추는 철의 모습과 닮아 있다.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전이되는 색채는 고열 속에서 식어 가는 철의 상태를 시각화하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검은 흔적은 냉각된 뒤에도 여전히 내뿜는 열기의 잔상을 품고 있다. 김수수의 작업은 완성된 결과물이기보다, 불을 통과한 물질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가는 ‘형성의 과정’ 그 자체다. 전시를 통해 겹겹이 쌓인 물감의 층위 사이에서 장인적 반복과 순간의 긴장이 만들어낸 숭고한 회화적 언어를 마주하길 바란다.
기간 2026년 6월 24일까지 | 장소 갤러리 508(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7길 14)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