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508에서 열리는 김수수 작가의 개인전 <불과 공>은 용광로의 강렬한 열기 속에서 물질이 녹아 내리고 재구성되는 찰나의 인상에서 출발한다. ‘공(工)’은 ‘불’을 다루는 숙련된 기술이자 장인의 태도를 의미하며, 뜨거운 불 앞에서 물질을 변화시키는 이들의 헌신적인 시간은 작가가 수만 번 붓질을 반복하는 행위와 궤를 같이한다. 캔버스 위에는 인고의 축적과 찰나의 즉흥이 공존한다. 수없이 반복된 붓질로 두터운 바탕을 다진 뒤, 그 위에 단숨에 그어 내린 일필의 획은 마치 거친 재련 과정을 거쳐 비로소 형태를 갖추는 철의 모습과 닮아 있다.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전이되는 색채는 고열 속에서 식어 가는 철의 상태를 시각화하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검은 흔적은 냉각된 뒤에도 여전히 내뿜는 열기의 잔상을 품고 있다. 김수수의 작업은 완성된 결과물이기보다, 불을 통과한 물질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가는 ‘형성의 과정’ 그 자체다. 전시를 통해 겹겹이 쌓인 물감의 층위 사이에서 장인적 반복과 순간의 긴장이 만들어낸 숭고한 회화적 언어를 마주하길 바란다. 기간 2026년 6월 24일까지 | 장소 갤러리 508(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7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