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 시대에 환율은 수익률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단기 환율 수준보다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구조적 흐름과 헤지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주식은 언헤지, 채권은 부분 헤지 전략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마켓 인사이트]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주가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주가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지금은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다. 한국 증시가 전인미답의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성장 사이클을 주도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뜨겁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기업 수장의 발언과 동향이 일상 대화의 중심에 오르고 있고,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예탁결제원에서는 한국 주식뿐 아니라 미국 주식의 보관금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투자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에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마지막 퍼즐은 바로 '환율'이다. 구체적으로는 환 위험을 헤지(hedge)할 것인가, 아니면 환을 열어 두는 언헤지(un-hedge)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글로벌 투자의 시대, 마지막 퍼즐은 '환율'

'헤지'란 영어로 '울타리'를 의미한다. 투자에서의 환헤지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일종의 울타리를 치는 행위다. 반대로 언헤지는 이러한 울타리를 열어 두고 환율 변동을 그대로 수익 또는 손실로 수용하는 전략이다.

원·달러 환율이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지금, 환을 열어 두는 것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원 환율을 둘러싼 구조적 여건 및 헤지에 따르는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무조건적인 환헤지 전략이 오히려 중장기 기회를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환율 전략 다시 짜라… 언헤지가 답이다
높아진 환율 레벨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헤지를 해야 할까, 아니면 더 오를 가능성을 열어 두고 환을 오픈해야 할까. 그러나 이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을 수 있다. 단기 환율 움직임을 놓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파도의 등락만을 보며 항로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중장기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람, 즉 환율을 움직이는 구조적 환경을 읽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원화의 중장기 경로를 가늠해볼 수 있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 내 투자 매력이 저하되면서 자본이 빠르게 해외로 이동했고, 고령화에 따른 저축 자본의 해외 이전, 수출 대기업의 해외 생산 거점 확대가 맞물리면서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순자산 비중은 10%에서 80%까지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엔화는 추세적인 약세 압력에 노출됐다. 가계와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해외에 재투자하면서 외화 수요가 늘었고, 이는 중장기 엔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구조적 원화 약세…헤지 울타리를 열 때

현재 한국은 일본의 1990년대와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 가계의 해외 투자 증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과 한국의 상황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원화 환율이 과거 레벨로 되돌아갈 확률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환율 전략 다시 짜라… 언헤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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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전략 다시 짜라… 언헤지가 답이다
헤지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구조적 환율 흐름과 함께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바로 비용이다. 헤지는 단순히 환율 변동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그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금융 계약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현재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기준금리는 낮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 6월 10일 기준으로 미국은 3.75%인데 한국은 2.5%다. 이는 달러 자산을 헤지하려는 한국 투자자가 미국과 한국 간 금리차(1.25%포인트)만큼을 비용으로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헤지 비용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비용 부담은 시간을 두고 누적되며 중장기 성과를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기회비용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투자하는 헤지형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팬데믹 이후 원화 약세 압력과 함께 헤지 비용이 누적되며 동일 상품의 언헤지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고,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안전을 위해 세운 울타리가 비용 부담을 야기하고 성장의 기회까지 제한한다면, 헤지는 보호막이 아니라 족쇄가 될 수 있다.
지난 6월 9일 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의 선물 옵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9일 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의 선물 옵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주식은 환 울타리 완전 개방이 유리

환헤지 전략은 각각의 자산이 지닌 속성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다. 변동성이 높은 주식은 언헤지, 안정성이 중요한 채권은 헤지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다. 그러나 과거 역사적 경험은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언헤지 전략이 헤지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주식 투자에서는 환을 100% 열어 두는 언헤지 전략이 최선이다. 위험 선호 위축 국면마다 환이 주식 성과의 하방 리스크를 제한하는 완충 장치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약화되는 시기에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위험자산의 낙폭을 제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S&P500이 고점 대비 50% 이상 급락하는 국면에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에서 1500원대까지 급등하며 투자 손실을 상당 부분 방어했다. 언헤지 전략은 별도의 헤지 계약 없이도 환율 자체가 손실을 완충하는 '자동 헤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헤지 전략은 주가 하락의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며 리스크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S&P500 성과를 보면 환을 100% 오픈한 언헤지 전략이 가장 우수한 위험 대비 초과 성과(샤프비율)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권은 울타리 높낮이 조절이 해법

채권 투자의 경우, 안정적인 이자 수익이 채권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동인인 만큼 환율 변동이 그 수익을 잠식하지 않도록 헤지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전통적인 접근법이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채권 투자에서도 환을 일부 열어 두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000년 이후의 장기 데이터를 보면 ‘환 오픈 30% + 헤지 70%’의 채권 투자가 가장 우수한 위험 대비 초과 성과를 보였고, 환을 100% 헤지하는 것에 비해 일정 부분 열어 두는 전략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대 성과를 기록했다.
환율 전략 다시 짜라… 언헤지가 답이다
따라서 주식과 달리 채권 투자에 있어서는 울타리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환을 모두 열거나 혹은 완전히 닫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적정 헤지 비율을 조절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환율 전략 다시 짜라… 언헤지가 답이다
글로벌 투자의 성패는 단순히 투자 자산과 기간을 정하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환율 전략을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당장의 원·달러 환율 레벨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환 노출도를 무조건 막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구조적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물론, 환 전략 수립에 있어 완벽한 정답은 없다. 개인의 위험 성향, 투자 자산, 보유 기간 등에 따라 적정 헤지 비율은 달라질 수 있으며,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단기 환율 변동만을 의식해 울타리를 높게 세우는 전략은 비용 부담에 더해 장기적인 기회를 놓치는 길이 될 수 있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향해 돛을 다는 것이 항해의 기본이듯, 현명한 투자자라면 환율의 구조적 흐름을 읽고 울타리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최종원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