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금지 특약을 명시했는데도 세입자가 몰래 키운다면 즉시 내보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소한 약속 위반이 있을 때마다 곧장 임대차 계약을 깨기는 힘들다.

[아하 부동산 법률]
반려동물 몰래 키운 세입자…명도소송 바로 될까
“반려동물 키우지 말라고 특약에 명시했는데, 세입자가 몰래 강아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거 위반이니까 바로 내보낼 수 있는 거죠?”

상담실에서 집주인이 계약서를 펼쳐 보이며 던지는 단골 질문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이런 상담도 부쩍 잦아졌다. 집주인의 답답함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특약을 어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입자를 곧바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명도소송은 임대차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먼저 계약을 끝낼 수 있어야 하고, 그 해지가 정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반려동물 금지 특약 위반은 차임 연체처럼 법이 정해 둔 해지 사유가 아니다. 당사자가 계약서에 따로 약속한 약정 위반에 해당한다. 법정 해지 사유는 위반 사실만 확인되면 비교적 곧장 해지로 이어지지만, 약정 위반은 사정이 다르다.

판례는 세입자의 의무 위반이 임대차의 바탕이 되는 신뢰관계를 파괴해 계약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해지를 인정한다. 임대차는 일정 기간 서로의 신뢰 위에서 굴러가는 계약이기 때문에, 사소한 약속 위반이 있을 때마다 곧장 계약을 깰 수 있다고 보면 세입자의 지위가 지나치게 불안해진다는 취지에서다. 특약을 한 줄 어겼다는 사실보다, 그 위반이 신뢰관계를 무너뜨릴 만한 것인지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법리는 양쪽 모두에게 칼날이 된다. 반려동물 한 마리를 조용히 기르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특약 위반만으로 신뢰관계가 파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주인이 위반을 이유로 곧장 명도소송을 걸어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위반이 단순한 사육에 그치지 않는 사례가 있다. 짖는 소음으로 다른 세입자의 민원이 반복되고, 배설물로 인한 악취가 생기며, 벽지와 바닥이 훼손되고, 집주인이 시정을 요구해도 세입자가 이를 무시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때는 특약 위반에 더해 구체적 피해와 불응이 쌓이면서 신뢰관계 파괴가 인정될 여지가 커진다. 같은 특약 위반이라도 다른 세입자와 건물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집주인이 시정을 요구했을 때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따라 그 무게는 완전히 달라진다. 특약 위반은 명도의 결론이 아니라 판단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금지 특약은 적어 둘 의미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특약은 세입자의 행위가 계약 위반임을 명확히 확정해주는 근거다. 특약이 없으면 반려동물 사육 자체를 위반이라고 다투기부터 어렵다. 특약을 두면 세입자에게 위반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할 명확한 근거가 생기고, 세입자가 이를 무시한 정황이 쌓이면 신뢰관계 파괴를 입증하는 토대가 된다. 특약은 곧바로 세입자를 내보내는 만능열쇠가 아니라, 위반을 입증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출발점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집주인이 밟아야 할 순서는 분명하다. 첫째, 계약 단계에서 금지 범위와 위반 시 효과를 특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둘째, 위반이 발생하면 소음 민원과 시설 훼손 사진처럼 피해를 보여주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내용증명으로 위반 중지와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시정 최고를 하고, 세입자가 이에 불응한 경위를 기록으로 남긴다. 이 세 단계는 모두 집주인이 자기 손으로 해 둘 수 있는 일이고, 분쟁이 법정으로 갔을 때 신뢰관계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이 과정이 쌓여야 해지와 명도의 정당성이 생긴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