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동산 상식을 그대로 해외 시장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미국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에서의 주택 매매 방법이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다.
[해외 부동산]
특히 주택은 개인투자자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산이다. 뉴욕의 콘도미니엄에서 로스앤젤레스(LA)의 단독주택, 하와이의 세컨드 하우스, 텍사스의 렌털 하우스까지 선택지도 다양하다. 자녀의 유학이나 주재원 근무를 계기로 주택을 구입하기도 하고, 은퇴 후 사용할 세컨드 하우스나 장기적인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아파트를 여러 번 사고팔아 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해외에서의 주택 투자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한국과 해외 모두 ‘집’을 사고파는 시장이지만 용어의 개념부터 소유권의 형태, 거래 절차와 관행, 매년 부담해야 하는 비용까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아파트’라 불리는 집합건물 형태의 소유형 주택을 미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는 ‘콘도미니엄(condominium)’이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관광지의 회원제 숙박시설을 콘도미니엄(흔히 콘도)이라고 부르지만, 미국에서 콘도미니엄은 개인이 구분 소유할 수 있는 집합 주택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에서 아파트(apartment)는 통상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공동주택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헷갈릴 수 있다. 이처럼 시장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용어부터 다르듯, 거래 절차나 관행 역시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다른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소유권과 세금, 관리 방식, 외국인 투자 규제까지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따라서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가격만큼이나 ‘어떤 권리를 사고, 매년 얼마의 비용을 부담하며, 누가 이 집을 관리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홀드 vs 리스홀드, 그 차이를 아십니까
한국에서 아파트를 매입하면 일반적으로 건물의 전유부분과 함께 토지에 대한 대지권을 취득한다. 단독주택을 구입하면 건물과 그 아래 토지를 함께 소유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주택을 투자할 때는 이러한 소유권 개념도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면 리스홀드는 토지를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형태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토지에 대한 권리 형태는 국가마다 더욱 다양하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토지의 사적 소유에 제한을 두고 일정한 토지사용권을 인정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프리홀드와 리스홀드 부동산을 모두 접할 수 있다.
미국의 일반적인 주택 거래에서는 프리홀드 형태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지역과 상품에 따라 리스홀드가 존재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인에게 친숙한 하와이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두 가지 형태의 매물을 모두 접할 수 있어 가격을 비교할 때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두 콘도 가운데 한 곳의 가격이 유난히 저렴하다면, 단순히 급매물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기 전에 소유권 구조부터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도 그러하듯, 해외 부동산에서는 싸게 보이는 것과 싼 것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리스홀드는 나쁜 부동산이고, 프리홀드는 좋은 부동산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달리 해외에는 다양한 소유권 형태가 존재하므로, 매매 가격만 비교하기에 앞서 내가 취득하는 권리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집값만큼 따져봐야 할 보유 비용
두 번째로 한국 투자자에게 익숙하면서도 다른 개념이 주택소유자협회(Homeowners Associatio· HOA) 비용이다. 한국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체계를 합쳐 놓은 것과 유사하나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고급 콘도나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주거단지일수록 HOA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고급 콘도에서는 월 1000달러(약 140만 원)를 훌쩍 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HOA는 단순히 관리비만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주택 외관이나 조경, 반려동물은 물론 임대에 관한 커뮤니티 규칙을 두기도 한다. 따라서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다면 HOA 비용뿐 아니라 해당 단지에서 임대에 어떤 제한을 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투자자가 흔히 간과하는 부분은 미국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 표시된 주택 가격을 원화로 환산해 한국 아파트 가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수익률을 계산하려면 매입 가격만 따져서는 안 된다. 투자용 주택이라면 임대료와 재산세 외에 한국과 달리 HOA, 보험료, 수선·관리비 등을 차감한 뒤 실제 내 손에 남는 돈이 얼마인지를 따져야 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캘리포니아의 일부 신규 개발지역은 ‘멜로 루스(Mello-Roos)’라 불리는 특별한 재산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도로와 학교, 공원과 같은 지역의 공공 인프라와 서비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규 주택단지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일반적인 재산세 외에 주택 소유자가 일정 기간 동안 매년 납부해야 한다. 플로리다나 텍사스 등에서도 지역과 개발사업에 따라 이와 유사한 인프라 구축 관련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주(state)뿐만 아니라 지역과 개발사업의 특성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보유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뉴욕 맨해튼의 콘도미니엄과 텍사스 오스틴의 단독주택을 단순히 평당 가격과 임대수익률만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은 높은 재산세가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허리케인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중요한 보유비용이 될 수 있다. 결국 미국에 주택을 투자할 때는 매매 가격만이 아니라 보유 기간 동안 발생하는 총비용도 함께 고려해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살 때도 팔 때도 한국과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타이틀 보험(Title Insurance)’이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의 과거 소유권과 권리관계를 조사하고,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소유권 분쟁이나 권리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보험을 활용한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경우에는 금융기관을 보호하는 대출자 등기보험(Lender’s Title Insurance)이 일반적으로 요구되기도 하며, 매수자 자신의 소유권과 투자금액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이 별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미국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서 계약금과 매매대금, 관련 서류 등을 관리하며 거래를 종결하는 에스크로(Escrow) 제도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통상적으로 등기 관련 타이틀 컴퍼니, 에스크로 컴퍼니, 변호사 등이 이러한 거래 과정에 참여하며, 이에 따른 거래 비용도 발생한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소유권과 자금 이전을 확인하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에게는 거래 과정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미국에는 투자용 또는 사업용 부동산을 고민할 때 알아 둘 만한 양도세 이연 제도가 있다. ‘1031 교환(1031 Exchange)’이라 불리는 세법이 대표적이다. 투자 또는 사업 목적으로 보유한 미국 내 부동산을 매각하고 다른 투자용 부동산으로 교환할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이연할 수 있는 제도다. 물론 조건은 다소 까다롭다.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이 아니라 임대주택 등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이어야 하며, 토지나 상업용 부동산 등도 요건을 충족하면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31 교환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기존 부동산을 양도한 뒤 45일 이내에 대체 부동산을 특정하고, 원칙적으로 180일 이내에 취득해야 한다. 따라서 매각한 뒤 생각하기보다 매각하기 전부터 현지 전문가와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해외 부동산을 처음 구입하는 투자자는 대개 어떤 집을 살 것인지에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주택을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느 집을 얼마에 살 것인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취득할 때 어떤 권리를 사는지, 보유하는 동안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 매각할 것인지를 세심하게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투자 과정이다.
좋은 집보다 ‘왜 사는가’가 먼저다
한국의 아파트 시장에서는 시공사의 브랜드가 가격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같은 지역이라도 어느 건설사가 지었는지, 몇 세대의 단지인지에 따라 동일한 평형이라도 선호도나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주택 시장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주거 가치가 만들어진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좋은 학군, 직장과의 접근성, 커뮤니티 환경, 치안 수준, 공원과 쇼핑시설, 단지 내 편의시설 등이 주택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특히 단독주택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어느 아파트인가’보다 ‘어느 동네에 있는가’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 되기도 한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면서 주택을 선택하는 기준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도심과의 출퇴근 거리가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주거 면적과 교육환경, 자연환경, 생활 편의시설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요소를 보다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결국 미국의 주택지로 선호되는 입지는 단순히 도심에서 몇 km 떨어져 있는가보다 어떤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가라는 관점이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자가 거주 목적이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면서 해외 주택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또 하나의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바로 ‘임대수익률을 확보하며 믿고 맡길 만한 관리 회사가 있는가’라는 문제다. 주택을 소유한 후 임차인을 구하고 임대료를 받고, 고장 난 시설을 수리하고, 임차인이 퇴거하면 또 다른 임차인을 구해야 한다. 한국에 있는 집이라면 직접 챙길 수도 있지만,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해외 주택 투자에서는 전문 부동산 관리 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리수수료가 아깝다는 생각으로 수익률 계산에서 관리비용을 제외한다면 실제 투자 이후 예상하지 못한 비용과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오히려 해외 부동산에서는 ‘비용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보다 ‘좋은 관리 회사를 통해 얼마나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유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부동산의 가치가 단순히 건물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어떤 집을 골라야 할까. 미국 주택 시장만 보더라도 뉴욕의 고급 콘도부터 LA의 단독주택, 마이애미의 세컨드 하우스, 텍사스의 렌털 하우스까지 선택지는 다양하다. 여기에 다른 나라까지 범위를 넓히면 선택지는 더욱 많아진다. 따라서 ‘미국 주택이 좋은 투자냐’ 또는 ‘어느 나라의 집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의 목적이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투자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교육과 생활환경, 주거 만족도가 중요할 수 있다. 반대로 임대수익이 목적이라면 내가 살고 싶은 집보다 현지 임차인이 지속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집을 찾아야 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위험한 것은 시장을 모르는 것만이 아니다. 익숙한 한국의 부동산 상식을 그대로 해외 시장에 적용하는 것 역시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소유권의 형태부터 보유비용, 거래 방식과 세금, 입지와 관리까지 국가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제도와 관행이 존재한다.
따라서 해외에서 좋은 집을 찾는 첫 번째 질문은 ‘얼마에 매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 집을 왜 사야 하는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질수록, 낯선 해외의 집 한 채는 단순한 부동산을 넘어 안정적인 자산이자 또 다른 삶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유현선 로완 대표·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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