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중구난방식 ‘뻥뻥’ 터뜨려…“실적주의” 지적도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실업대책을 모두 모으면 한 트럭이 넘을 겁니다. 그 많은 대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걸요. 관련 연구보고서도 보기 힘들어요.”

대표적인 노동 관련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그간 발표된 실업 관련 대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나 종합연구한 것이 있는지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정부, 지자체 등에서 경쟁하듯 ‘실업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실업을 연구하는 전문가조차 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이는 올해 사회 경제분야 최대 이슈로 부상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사회와 국가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말해주는 답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체계가 없고 중구난방, 마구잡이식이라는 평이다. 구상은 거창하지만 알맹이를 찾기 힘들고, 심지어 일회성 발표로 그친 뒤 슬그머니 백지화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되면 말고식 실업대책”이라는 질책이 국회의원 입에서 나왔을 정도다.

지난해 9월 이후 정부, 지자체 등이 발표한 청년실업 대책을 모두 모으면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지난해 9월22일 노동부 청년실업 종합대책이 발표됐고 지난 2월19일에는 노무현 대통령, 정계, 재계, 노동계, 시민단체, 언론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 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이어 3월26일에는 국무조정실 청년실업대책협의회에서 청년실업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월9일 국회에서 가결된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나 노사정 일자리만들기 사회협약, 각 당의 실업대책 공약, 지자체별 실업대책 등도 사이사이 발표됐다. 중소기업청,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등 거의 모든 부처도 자체 실업대책을 내놓았다. 각종 실업 관련 특위, 협의회도 붐을 이루듯 설치되고 있는 중이다. 청년실업 구제를 위해 온 나라가 일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많은 대책들의 내용과 효과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노동 관련 전문가와 노동계, 수혜 당사자인 취업준비생들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장밋빛뿐인 구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책수립에 관여한 노동부 고위 공무원조차도 실효성을 묻는 질문에 “계획대로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효성 논란의 핵심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다는 것. 지난 2월 발표된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의 경우 “매년 5%대 GDP 성장을 통해 150만개, 서비스업 등의 일자리 창출로 20만~30만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20만~30만개 등 5년간 총 200만개 내외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기본 전제인 ‘5%대 성장’이 5년간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부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정부 차원의 정책이 미래지향적인 것은 좋으나,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숫자만 나열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최근 GDP는 성장하지만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간과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국회를 통과한 청년실업해소특별법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투자 및 출연기관이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 근로자를 채용토록 의무화했지만 지켜질 가능성이 낮다는 평이다. 자칫 시장경제 원리를 해칠 수 있고 법의 강제성에 비해 청년실업자 수용 실적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각 부처나 지자체가 개별 시행하는 이벤트성 실업대책도 허점투성이라는 평이 빗발친다. 특히 부처 산하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실업대책 일환으로 고학력 인력을 공개모집, 단순업무에 배치시켜 원성을 사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지난 1월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다 경기도 한 지자체가 모집한 인력 채용에 선발된 임정선씨(28ㆍ가명)는 “1개월 동안 한 일은 서류 복사 같은 심부름이 고작이었다”며 “기껏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실업대책을 운운하나 싶어 화가 났다”고 밝혔다. 임씨는 “시험준비를 못한 시간이 아까울 뿐”이라며 “함께 선발된 사람들 가운데 잡무만 맡기는 데 실망해 그만둔 사람이 꽤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자체가 마련하고 있는 실업대책용 일자리 공급안은 공공근로, 파트타이머 등 단순한 행정보조직이 대부분이어서 ‘직업’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겉도는 정부 대책에 대해 노동계 등은 “시각부터 고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일자리 만들기 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기자회견을 열고 “내용과 형식에서 실효성과 진실성이 의심스럽다. 마구잡이식이 아닌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해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기로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각 부처가 경쟁하듯 실업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실적주의의 발로’라는 의견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도 “대책을 양산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으로 인력이 흡수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고 “최근 나온 대책들은 당장의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단기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고 논평했다.

청년실업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한 후 대책을 세우라는 주문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최근 나타나고 있는 청년실업 증가세는 IMF 위기 때와 같은 경기적 실업이 아닌 구조적 실업의 양태”라고 전제하고 “최근 쏟아져 나온 단기 위주 대책들은 구조적 실업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이면서도 타깃을 분명히 하는 실업대책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2004년 노동부 일자리 창출 대책

단기 대책

공공부문 주도 사회적 일자리 제공

- 외국인 근로자 상담, 산재근로자 간병, 문화재 보존 관리 등에서 3,000명 채용

- 공무원(4만4,000명), 군부사관(2,000명) 채용 확대, 조기 채용

임시 일자리 제공

- 신규졸업자를 중심으로 구인업체 개척사업 실시(2,800명)

- 문화유산 등 보존가치 있는 DB구축에 인력지원(2,000명)

- 문화체험 확대를 위해 연극,국악,영화,체육 등 문화관련 시간교사와 지도사 배치(2,000명)

직장체험 기회 제공

- 인턴제 지원대상 기업 확대(300인 → 1,000인), 지원금 (50만원 → 60만원) 상향조정(총 1만명)

- 만18세이상 30세 이하 미취업자 대상으로 민간기업, 공공기관 등에 체험기회 제공(6만명)

- 이공계 출신과 석·박사급 미취업자 대상으로 연구기관 등에 연수 지원(3,000명)

해외근무 경험 기회 제공

- 해외인턴, 연수체험 기회 제공(2,000명)

- KOTRA, 현지법인 등에 인턴과정을 설치,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 요원(1,000명)과 청년 무역전문인력 양성(1,000명)

민간 기업의 채용 촉진 지원

- 신기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이공계 학ㆍ석사 미취업자에 대해 채용장려금 지원(3,000명)

- 일정연령 이상자의 응시를 제한하는 관행 개선

- 중소기업이 전문인력 채용, 신규업종 진출, 고용환경 개선으로 고용증대시 지원금 지급

중장기 대책

투자확대ㆍ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

-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육성

- 동북아 물류, R&D, 금융허브 기반 조성, 지역특화발전 특구제도 도입 등

- 주5일 근무제 통한 관련 산업 육성,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

- 중소기업 경영ㆍ근무 여건 개선 및 능력개발 강화

산업수요에 맞게 대학교육 개편, 기업 활동과의 연계 강화

- 수요자 중심으로 대학 학생정원, 학과, 교육과정 등 개편

- 산업체와의 계약에 의해 학과, 학부를 운영하는 주문형 교육과정 개발

- 사내대학 활성화, 대학내 기업 설립과 외부연구소, 협력연구소 유치허용

직업지도 강화와 청년고용 인프라 구축

- 직업지도 프로그램 개발ㆍ보급, 전임 직업지도 교사 배치 추진

- 세부직업별로 중장기(5년) 인력수급 상황을 전망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2005년까지)

- 노동시장 관련 정보 통합ㆍ표준화 관리 시스템구축 (2007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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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