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미래, 인공지능에 달렸다”
제임스 캔턴 세계미래연구소 회장 인터뷰

샌프란시스코 북쪽 해안 인근에 있는 제임스 캔턴(64) 세계미래연구소 회장의 사무실은 신기한 물건으로 가득했다. 그가 1980년대 초반 개발에 참여한 매킨토시 초기 모델과 1993년 애플이 출시한 세계 최초의 개인 정보 단말기인 애플 뉴턴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었다. 영화 ‘아이, 로봇(2004년)’에 나오는 인공지능 로봇 NS-5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로봇 R2-D2, ‘스타트렉’ 시리즈에 등장하는 광선총의 실물 크기 모형도 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캔턴 회장이 제작 자문을 해 준 것들이다. 그는 최신 가상현실 헤드셋인 오큘러스 VR를 직접 착용해 보이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미래학자 중 한 명인 캔턴 회장은 다채로운 이력을 갖고 있다. 애플컴퓨터와 투자은행을 거쳐 하이테크 분야 스타트업 벤처 5개를 창업한 기업가이자 애니메이션 시리즈 ‘타임 트래블러’와 나노 과학을 다룬 최초의 인터랙티브 게임 ‘나노독’의 제작자였다.
그의 주된 관심은 테크놀로지와 미래 예측이다. 1990년 세계미래연구소를 설립한 후 기업과 정부에 미래 예측 자문을 해준다.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 싱가포르 정부는 물론 IBM·제너럴일렉트릭(GE)·페덱스·필립스·지멘스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그의 고객이다. 캔턴 회장은 “미래를 멀리 예측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걸 절감하고 연구소를 세웠다”며 “사업 경험을 갖고 있어 기업들에 더 가치 있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미래, 인공지능에 달렸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연구소를 찾습니까.
“다국적기업과 정부가 고객입니다. 그들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끊임없이 물어요. 미래에 무엇이 오게 되는지 말이에요. 그들은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시장과 기술,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오게 될 것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어하죠.”

한국 기업도 자문한 적이 있나요.
“여러 기업이 찾아왔지만 실제로 자문한 적은 없어요. 삼성도 두세 번 연구소 문을 두드렸고요. 하지만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이런 기업들이 다른 이야기를 듣게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좋은 고객이 아니죠. 나는 그렇게 어렵게 일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싱가포르 총리와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찾아왔을 때 그들은 이미 새로운 이야기를 듣기로 결정한 상태였어요. 삼성은 ‘글쎄요 흥미롭군요. 하지만…’이라고 하더군요. 한국 기업은 특정한 성공 방식을 갖고 있어요.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그것은 진실이 아니에요.”

스마트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PC에서 일어난 일이 스마트폰에도 일어날 겁니다. ‘커머더티’가 되는 거죠. TV를 보세요. 삼성 TV든 다른 TV든 사서 플러그에 꽂기만 하면 작동합니다. 모든 것이 클라우드로 통합되고 소비자들은 안드로이든 iOS든 신경 쓰지 않게 될 거예요. 내가 애플에 있을 때 매킨토시 가격이 2700달러였는데, 지금은 400달러면 살 수 있죠. 스마트폰 가격도 더 떨어지고 스마트폰과 PC, TV, 가정의 전자 기기들이 모두 서로 연결될 거예요. 미래의 스마트폰은 삶을 관리하는 도구죠.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요청하기도 전에 알아서 찾아주는 개인 아바타 같은 인공지능을 원할 겁니다. 그것이 새로운 세계로 가는 관문이죠. 하드웨어도 아니고 애플리케이션(앱)도 아닙니다. 지능, 예측 능력을 지닌 지능이 핵심이에요. 구글과 애플은 그걸 시도하고 있지만 삼성은 아직 아니에요.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더 예쁜 제품만 만들려고 하죠. 사람들은 예쁜 제품을 원하지 않아요. 자신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는 걸 찾죠.”

어떤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합니까.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를 늘 주시합니다.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하거나 급부상하는 기술들이 있거든요. 그중에서 기업·정부·시민들에게 높은 가치를 주는 가장 중요한 기술들을 찾아냅니다. 나노기술과 바이오테크, 뉴로테크, 인지 시스템, 양자기술, 정보기술(IT)과 네트워크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여섯 가지 핵심 기술이에요. 이것들이 고객 서비스, 신규 사업 개발 등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주목하는 트렌드는 무엇입니까.
“기후변화·에너지·노동문화·인구구조 같은 것들이죠. 특히 인구구조는 시장 예측에 결정적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만약 한국의 인구구조를 이해한다면 중국과 인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13억 명의 인구가 있고 그중 7억5000만 명이 25세 미만이에요.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죠. 앞으로 노동력을 유지할 인구가 충분하지 않을 거예요. 로봇공학의 기회죠. 한국 기업들은 로봇공학처럼 인구 부족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에 투자해야 해요. 물론 지금은 미친 소리로 들릴 겁니다. 중국이 아주 많은 인구를 갖고 있다고 모두 생각하거든요.”

미래 예측의 필요성이 커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래가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와 일할 때는 제품 주기가 1~2년 정도였고 컴퓨터는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니었죠. 우리는 애플에서 e메일을 사용했지만 모든 것이 아주 천천히 움직여 갔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앱스토어에 올리면 그걸로 끝납니다. 컴퓨터 기술이 매년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기억하세요. 그것은 컴퓨터에 기반한 모든 사업에도 적용되지요. 네트워크·웹·모바일의 위력이 매년 배가가 됩니다. 그것은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 동시에 더 많은 파괴를 만들어 내죠. 나는 ‘캔턴의 법칙’을 말합니다. 연결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연결될 거라는 겁니다. 공급사슬·자동차·인간·스마트기기·스마트 도시들 모든 것이 말입니다. ‘연결된 행성(connected planet)’이라는 개념이에요. 혁신과 속도, 새로운 사업 모델, 새로운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다가올 5년은 과거 5만 년의 변화와 맞먹을 겁니다.”

‘해킹 더 플래닛’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주장하셨는데 어떤 것입니까.
“기반 과학들을 이용해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더 많은 방법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죠. 그렇게 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의한 위험을 극복하는 거예요. 데이터 과학에 익숙한 컴퓨터 과학자들과 지질학자, 기술 전문가, 환경 전문가들이 함께해야죠. 해수면 상승이라는 심각한 기후변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25년 동안 해수면이 1~3m 상승하죠. 한국·일본·중국·미국·유럽 등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해안가에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그들 대부분이 위험에 처하게 될 거예요. 이전에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새로운 불균형적 위험 요소들을 더 긴 안목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죠.”
“스마트폰의 미래, 인공지능에 달렸다”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입니까.
“디지털 변신이지요. 조직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이고 생산성이 낮은 곳을 찾는 데도 중요해요. 아직도 25~40%의 기업이 디지털 기술로 변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종이 서류들이 너무 많이 움직이고 낡은 마케팅과 프로모션 방식을 고수하지요.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어떻게 레버리지로 활용해 직원과 파트너,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것인지를 말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거대한 전환을 의미합니다. 기업은 전통적인 과정 대신 디지털 과정을 만들어 더 많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스스로를 재조직화할 필요가 있어요. 조직·생태계·공장·시장·고객을 생각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요구하죠. 고객들은 기업보다 훨씬 디지털에 밝고 친숙해요. 새로운 경주가 시작된 겁니다. 고객이 ‘나는 더 많은 디지털 과정과 디지털 능력, 공급 사슬에 대한 디지털적인 접근을 원해요’라고 말하는데, 당신이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곳에 갈 거예요.”

디지털 변신은 모든 업종에 해당됩니까.
“그렇습니다. 특히 제조업이 더 그렇죠. 제조업 기업들은 문건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디지털은 그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하죠. 하지만 디지털이 제조업을 더 생산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더 미래 대비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비전통적인 경쟁자들에 의해 공격 받고 있어요. 세계 전역에 있는 공장들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물건을 더 스마트하고 더 싸게 더 빨리 만들어 내거든요. 한국 기업은 경쟁자들이 베트남이나 밀라노, 남미에서 온다고 생각해선 안 돼요. 전 세계적인 경쟁이죠. 당신이 끌어안아야 할 디지털화가 무엇인지 예측하면 미래의 경쟁에서도 밀려나지 않게 될 거예요. 그 미래는 다음주, 혹은 다음달, 내년이 될 수 있어요. 그것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겁니다. 변신의 장벽, 혁신의 장벽은 다름 아닌 현재의 성공입니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세요. 고도의 기업 문화를 갖고 있지만 ‘후기 산업 문화(postindustrial culture)’를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당신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파괴할 거라는 점이죠.”

디지털 변신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모든 업종, 모든 기업이 내가 ‘블랙홀’이라는 부르는 걸 갖고 있지요. 블랙홀은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많은 문제를 빨아들이죠. 대개 블랙홀은 자신의 직업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생깁니다. 기업에 이런 말을 하면 ‘블랙홀을 없애겠다, 그게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살펴보라고 조언합니다. 어떻게 고객을 관리하고, 어떻게 제품을 만들고,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보라는 거죠. 하나하나가 결정적인 부분이에요.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해 철저하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수없이 반복해 온 방식이 있고 바로 그렇게 훈련받았기 때문이죠.”

구체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우버를 생각해 보세요.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정말 트럭이나 차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야 하나. 정말 수백만 명을 고용할 필요가 있나. 아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차를 이용하는 방법을 만들자. 그 대신 우리는 더 나은 공급망 서비스를 제공하자.’ 반면 페덱스나 UPD, DHL은 해오던 대로 했어요. 그들은 새로운 사고에 의해 파괴될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5년 동안 데스크톱을 장악했어요. 사용자는 e메일 서비스와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을 구매했지요. 그런데 구글이 등장해 ‘그 모든 것을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말했어요.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가 파는 것을 공짜로 줌으로써 그들을 파괴한 거죠. 이제는 데스크톱이 모바일이 됐어요. 페이스북이 구글을 파괴하는 거죠.”

여전히 변신에 느린 기업들이 많은데요.
“기업 리더의 과제는 어떻게 비즈니스 가치를 창조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혁신이 더 빨라지도록 레버리지를 쓸 것인가, 어떻게 스타트업의 다음 세대 인력들을 끌어 올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도록 스스로를 자극할 것인가.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들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20% 이상의 기업들이 충분히 빨리 변신하지 못해, 새로운 트렌드를 품지 못해 사라질 것입니다. 합병 당하거나 팔리기도 하겠죠. 예측을 제대로 못하면 경쟁력을 잃는 상황에 처할 거예요. 다른 누군가가 당신 고객을 가져가고 당신의 시장을 빼앗을 겁니다. 이것이 과거보다 오늘날 더 빨리 일어납니다. 혁신가처럼 용감하고 대담하게 움직여야 해요. 예측만큼 실행이 중요하죠. 필립스는 CD롬을 최초로 개발했지만 그걸 실행할 능력이 없었어요. 제록스도 최초의 마우스를 만들었지만 그걸 실행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오래된 기업은 너무나 많은 유산을 갖고 있어요. 수십 년 동안 같은 일을 해 온 사람들이 고위 관리자로 의사 결정을 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기회를 볼 줄 아는 더 젊은 사람들, 밀레니엄 세대, X세대가 필요해요. 소니가 직면했던 문제죠. 나이든 사람은 미래를 보지 못합니다.”

한국 기업에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세계를 지역적인 장소로 생각하지 마세요. 세계는 ‘버추얼 마켓’입니다. 자신이 속한 산업 밖에서 혁신적인 일을 하는 기업들을 보세요. 제조업에 있다면 제조업만 보지 말고 모바일 헬스와 게임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해요. 무역 전시회에 가고 저널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고객들에게 ‘당신은 미래에 무엇이 필요한가, 당신의 미래 준비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 물어보세요. 그들을 초대해 조언을 들어야 해요. 또한 의사 결정 과정에 젊은 사람들을 더 많이 넣어야 합니다. 당신의 비즈니스에 대해 모르고 당신의 산업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있지 않았던 사람들을 넣으세요. 그들이 당신에게 정보를 줄 겁니다.”

조직 측면에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까.
“혁신적인 사람들에게 보상하세요. 우리는 혁신적인 사람들에게 보상하지 않고 그들을 비판합니다. 성과 리뷰에 혁신 항목을 만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든 기업이 퓨처 랩을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을 가져올 기회를 모든 사람에게 주는 곳이죠. 거기에 누구나 참여해 실험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비디오 게임, 새로운 앱과 새로운 디바이스, 그게 무엇이든요. 퓨처 랩을 갖고 있는 모든 기업은 미래를 다르게 볼 수 있을 거예요. 20년 전 UPS를 수년간 자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더 빠른 혁신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오랜 전통을 가진 큰 기업에 공통적인 현상이에요. 당시 컴퓨터 빌링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어요. 그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했어요. 만약 그것을 하지 않으면 경쟁자를 만들게 될 거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 고객들에게 컴퓨터 빌링, 키오스크,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어요. 당신이 미래를 보지 않는다면 고객들은 그것을 할 누군가를 찾을 겁니다. 당신 없이 말이죠.”

샌프란시스코(미국)=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약력 : 1952년생. 1982년 유니언인스티튜트·유니버시티 경영학 박사. 1981년 애플컴퓨터 사업 및 전략기획 이사. 1990년 세계미래연구소 회장(현). 2009년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 지식혁신네트워크 선임연구원.